윤 대통령, 시한 하루 앞두고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3번째 거부권

유설희·이두리·김윤나영·박은경 기자 2023. 12. 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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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이종석 신임 헌법재판소장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 9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2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조금 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재의요구안’ ‘방송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 ‘방송문화진흥회법 일부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지난 5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서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을 당시에는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직접 설명한 것과는 대비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과 관련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이 되는 법안”이라며 “위헌 시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파업을 오히려 조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3법에 대해서는 “국민의 방송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기득권을 더 강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무회의 때가 아니라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서야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세번째 거부권 정국을 초래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은 지난 17일 정부로 이송됐는데, 송부 15일 이내인 2일이 거부권 행사 시한이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총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서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방송3법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공익성이 훼손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안 내용에 문제가 많아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는데, 그런 국민들의 입장을 가지고 판단을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사회 갈등이 상당히 심각하게 우려되는 법들이고, 방송3법도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법안 내용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 모여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했다. 이재명 대표는 “방송3법과 노조법 개정은 국민들 압도적 다수가 동의하는 법안”이라며 “행정부 수반이 다반사로 국민의 뜻을, 국회의 결정을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제가 지난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에 대통령께 ‘국회를 존중해달라’ ‘야당과 협치해달라’ ‘그러기 위해선 거부권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 얘기를 대통령께서 흘려들었다”며 “민주당은 오만한 정권에 대해 끝까지 대항하겠다”고 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과의 전쟁, 언론과의 전쟁,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향한 심판이 머지않았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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