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탈환에 도전하는 주민규, “내 비결은 태극마크 짝사랑”

황민국 기자 2023. 12. 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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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민규가 1일 울산의 클럽하우스에서 2022년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며 3일 전북과 최종전의 영광을 상상하고 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하나원큐 2023 K리그1 득점왕이 걸린 최종전을 앞두고 긴장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미 한 번 정상에 오른 자의 여유만 돋보였을 따름이다.

울산 현대 골잡이 주민규(33)는 1일 울산의 클럽 하우스에서 기자와 만나 “모두가 절 돕고 있으니 이젠 전북 현대와 K리그1 38라운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이라고 웃었다.

올해 K리그1은 울산이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은 가운데 이번 주말 최종전에서 개인상 수상자가 최종 결정된다. 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주민규의 득점왕 탈환이다.

주민규는 3일 K리그1 우승 시상식이 열리는 전북전을 앞두고 17골로 라이벌인 티아고(대전·16골)에 1골차 앞선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주민규가 득점왕에 오른다면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아깝게 득점왕을 놓쳤던 지난해 역시 출전 경기 수에서 조규성(미트윌란)에게 밀렸을 뿐 득점 수는 공동 1위(17골)였다는 점에서 3년 연속 최고의 골잡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주민규는 “올해는 지난해와 정반대로 내가 출전시간이 티아고보다 적어 유리한 상황”이라며 “동료들이 무조건 도와줄 테니 득점왕은 걱정말라고 한다. 홍명보 감독님이 프리킥을 차라고 권하시고, 마틴 아담은 페널티킥(PK) 전담 키커를 양보하는 걸 보면 축구는 팀 스포츠”라고 말했다.

주민규의 3년 연속 득점왕 도전은 외국인 선수의 독무대였던 골잡이로 토종 선수도 통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의미가 있다. 그는 “최근 한국 선수들이 공격수에 도전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게 기분이 좋다. 평범한 나도 성공한다면 후배들은 더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규는 자신의 성공 비결도 일부 공개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이다. 흔한 청소년대표 경험도 없는 그는 “축구대표팀에 뽑히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를 다그쳤다. 개인 능력으로 골을 넣지 못하는 건 나도 인정한다. 그래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골 결정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지금의 결과”라고 말했다.

주민규의 아이러니는 태극마크를 마음에서 내려놓으니 또 다시 희망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황의조(노리치시티)가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황의조 대신 또 한 명의 공격수를 찾는다면 K리그1 득점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규는 “2021년 득점왕에 올랐을 때도 뽑히지 않았으니 큰 기대는 없다”면서도 “(클린스만 감독님이) 날 뽑지 않더라도 내가 경쟁력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해주신다면 영광이다. 나 외에도 좋은 선수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안다. 득점왕 도전에 동기 부여는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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