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충동적인 … 상처받은 젊음 그리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2. 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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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우면서 숨 막히고, 충동적이면서도 무심하다.

얼굴 없는 작가 데이비드 라피노가 종이 위에 그린 청춘의 민낯은 그렇게 적나라하다.

내년 1월 13일까지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열리는 라피노의 개인전 '스페셜 케이'는 텀블러·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해온 작가의 원화 15점을 전시한다.

이들을 정수리 위에서 혹은 발끝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은 열쇠 구멍으로 몰래 들여다본 듯 관음적이기도 하며, 광각렌즈를 대고 사진을 찍은 듯 사실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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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작가' 라피노 개인전
글래드스톤서 1월13일까지
'스페셜케이' 작품 15점 선봬

자유로우면서 숨 막히고, 충동적이면서도 무심하다. 얼굴 없는 작가 데이비드 라피노가 종이 위에 그린 청춘의 민낯은 그렇게 적나라하다.

내년 1월 13일까지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열리는 라피노의 개인전 '스페셜 케이'는 텀블러·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해온 작가의 원화 15점을 전시한다. 그림 속 인물들은 좁은 공간에 몸을 욱여넣고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술을 마시며 뿌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노출이 심한 차림새 등 외설적인 묘사가 자주 등장하지만 그림 속 주인공도, 그림을 그린 작가도 그런 점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라피노는 프랑스 태생 남성이라는 사실 외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7년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2021년 벨기에 브뤼셀, 2022년 미국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주목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이번 서울 전시가 처음이다.

전시작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그려진 그림 중에 선별됐다. 공중화장실 한 칸, 좁은 욕조, 건물 계단, 헝클어진 침대 등 도심 속 어느 후미진 곳을 주 무대로 삼는다.

이들을 정수리 위에서 혹은 발끝에서 바라본 작가의 시선은 열쇠 구멍으로 몰래 들여다본 듯 관음적이기도 하며, 광각렌즈를 대고 사진을 찍은 듯 사실적이기도 하다. 사람이 없는 풍경화조차 여전히 선과 구도는 섬세한 가운데 불안감을 품고 있다.

'스페셜 케이'라는 전시 제목도 현대사회의 왜곡된 모습을 빗댄 것이란 게 갤러리 측 설명이다. 체중 조절용 시리얼의 상품명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강주희 글래드스톤코리아 수석디렉터는 "해당 상품 광고에서 사회적으로 왜곡된 미의 기준을 세우고 사람들도 영향을 받았다는 게 작가의 문제의식"이라며 "현대사회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는 단어를 상징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적나라한 현실을 포착한 또 다른 단면 중 하나는 인물들 차림새에 표현한 볼보, 야마하, 아디다스 등 특정 브랜드의 로고다. 강 디렉터는 "현대사회와 온라인 활동에서 한 주축인 온라인 상거래 문화와 소비주의가 담은 쾌락을 조명한 것"이라고 짚었다.

종이 위에 연필과 볼펜, 아크릴물감 등으로 그려 만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라피노는 신체를 왜곡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담은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 낭만주의 화풍에 초현실적인 묘사를 가미한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서 라캄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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