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간 ‘디올 백’이 남긴 3가지 질문 [뉴스AS]
지난 27~30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다룬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대통령 부인이 고가의 선물을 받는 장면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파문을 낳았다. 김 여사를 둘러싸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한편, 제3자를 통해 김 여사에게 선물을 건네고 이 장면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취재 방식을 두고 언론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또한 윤석열 정부 들어 영부인 업무를 밀착 보좌해오던 제2부속실을 폐지한 것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 실종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쟁점을 짚어본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인사개입 의혹도
‘서울의 소리’ 동영상을 보면, 지난해 9월13일 재미동포 통일운동가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가 대표를 지낸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아 선물이 든 쇼핑백을 건넸고, 김 여사는 ‘자꾸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이를 받았다. 서울의 소리는 이 쇼핑백 안엔 300만원 상당의 ‘디오르 백’이 들어 있었으며, 지난해 6월에도 180만원 상당의 고가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받은 선물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초과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공직자는 소속 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지체 없이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환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만 소속 기관장에게 인도할 수 있다.
최 목사는 또한 영상에서 “(가방을 선물하기 전 지난해 6월 또 다른 선물을 줄 때) 여사님이 대화를 하다가 전화가 오니까 받는데, 그 내용이 ‘뭐라고? 금융위원으로 임명하라고요?’라고 하면서, 자기 앞에 메모지하고 펜을 찾는데 없으니까 본인의 등 뒤에 있는 책상으로 이동하면서 뭘 적으면서 그 통화 마무리하더라”고 말했다.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함정취재’ 안돼” vs “공인의 경우 예외적 허용”
전문가들은 공익적 목적과 투명한 절차 등 조건을 확보하는 한에서 위장취재·함정취재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취재 방식이 보도가 알리려고 하는 실체적 진실까진 가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3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위법 부당한 행위로 공인의 도덕성을 폭로한다는 내용인데, 책임 있는 언론사에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취재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짚었다. 한국기자협회의 신문윤리실천요강을 보면 “신분을 위장하거나 사칭해 취재해서는 안 된다”(2조), “개인의 사생활을 허락 없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12조) 등의 규정이 있다. 단 공인의 사생활 보도는 공익을 위한 경우 인정한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함정취재를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아주 명백하고 중대한 공익적 이유로,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에 한해, 사전에 내부 승인을 거치고 사후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조건으로 고려해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보도 방식과 실체적 진실은 별개란 의견도 있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언론사와 기자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양심껏 선택하고 평가받으면 된다. 취재 과정의 문제와 보도한 사실에 대한 검증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나 영부인 만난다?
‘함정 취재’ 논란과 별개로, 김 여사가 비공식 만남을 통해 명품을 받았다는 사실은 ‘독수독과론’(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위법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이론)을 이유로 뭉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1일에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법 위반 소지가 큰 상황에서도,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수습하기보다는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며 기다리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반환 예정 물품’으로 분류해 처리할 방침을 밝혔지만, 입고 시기와 반환 여부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및 활동을 보좌하는 기능에 허점이 있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김 여사를 만나는 일반인이 촬영 도구를 지참했음에도 검색 시스템 등을 갖춘 경호처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점은 치명적인 보안상 실수로 꼽힌다. 김 여사의 ‘힘’을 의식해 경호처에서도 김 여사 손님에 대한 보안검색을 느슨하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영부인 신분으로 면담 목적 등을 가리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외부인과 사적으로 접촉(카카오톡)하고 만남 일정을 잡은 행위 또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실’을 청산하겠다면서 대통령 배우자를 위한 제2부속실을 설치하지 않았다. 김 여사 일정과 리스크 관리 등은 현재 부속실 담당 인원들이 처리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고 공적인 보좌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비위 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여야 논의 결렬로 대통령 취임 1년 6개월을 넘어서도록 임명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지난 10월 발간한 예산안 보고서를 보면 특별감찰관실 예산은 10억900만원으로 잡혀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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