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막말은 당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암컷' 막말과 '현수막' 파문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먼저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행보가 일파만파 당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책 《탈당의 정치》 출판 기념회에서 "동물농장에도 보면 그렇게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거는 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컷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설치는 암컷'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최 전 의원에 대해 당대표 직권으로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렸다.
통상 당 윤리심판원 내부 절차를 거쳐 당원 징계가 이뤄지지만 민주당 최고위는 최 전 의원에게 비상 징계를 내렸다. 민주당 당규 7호 2조에 따르면 '당 대표는 선거 또는 기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아니하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제13조 및 제25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강욱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을 옹호해 논란이 된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 지도부가 최 전 의원의 발언을 옹호한 점에 대해 징계 방침을 시사하면서 하루 만에 사과하고 스스로 당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정부 지원론 2%p↑, 정부 견제론 5%p↓
민주당은 긴박하게 사태 수습에 들어간 모습이다. 전·현직 소속 의원의 잇따른 막말 논란에 부적절한 언행을 공천 심사에 엄격하게 검증해 반영하기로 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막말과 설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후보자검증위원회 단계부터 엄격히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의원의 '암컷' 막말 논란 이전에 젊은 세대를 비하한 것으로 비판을 받은 '현수막' 파문은 민주당에 더 치명적이다. 11월17일 민주당 사무처는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2030세대에 집중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공개한 티저 현수막에는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고 젊은 세대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사업은 중단되었다.
문제는 민주당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이 자체적으로 11월20~22일 실시한 NBS 여론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4%, 민주당 27%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렀다(그림①). 총선 구도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4%,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4%로 나왔다. 통상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선거는 '정부 견제론'이 더 높게 나오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 조사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은 직전 조사보다 2%포인트 더 올라갔고 '정부 견제론'은 직전 조사보다 5%포인트나 내려왔다(그림②).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막말 파동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의 경쟁력은 점차 추락하고 있다.
최강욱과 민주당, '암컷' 발언과 하나로 인식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11월20일부터 28일까지 최강욱 전 의원과 그가 발언한 '암컷'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최 전 의원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민주당' '암컷' '장관' '국민' '정치' '이재명' '한동훈' '국민의힘' '탄핵' '더불어민주당' '당원' '정부' '윤석열' '사과' 등으로 나타났고, 암컷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민주당' '최강욱' '국민' '장관' '정치' '이재명' '한동훈'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부' '당원' '사과' '윤석열' '국회' 등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연관어를 분석하면 대체로 최강욱 전 의원과 민주당이 '암컷' 발언과 하나로 인식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같은 기간 동안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확인했다. 먼저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논란' '비판하다' '막말' '비난하다' '비하하다' '옹호하다' '혐오' '큰상처' '우려' '실망' '잘못되다' '중징계' 등이 올라왔고, 암컷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비하하다' '비판하다' '논란' '막말' '옹호하다' '실망' '웃다' '혐오' '잘못되다' '능가하다' '큰상처' 등으로 나왔다.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보면 최강욱에 대한 긍정은 고작 13%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 감성 비율은 86%로 압도적이다. 그가 한 암컷 발언에 대한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은 긍정이 14%, 부정이 85%로 나타났다(그림③).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이 민주당 경쟁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이 보수정당보다 더 우월하다고 강조해 왔던 덕목이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 그리고 책임성이다. 그러나 당이 주도한 청년 대상 현수막 파문을 보면서 그리고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막말 파동을 목격하면서 민주당의 경쟁력은 점차 추락하고 있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의 좌충우돌은 여성 비하 막말 파동과 청년 무시 현수막 파문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내 친명계 강경파인 김용민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승리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이 권력을 사용하는 대범함을 보면 22대 총선에서 조금만 유리한 결과가 나와도 계엄을 선포하고 독재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선거제도를 주장해야 한다"며 "최소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통해 윤석열 정권 심판과 계엄 저지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막말과 비하 발언 파장을 통해 얻는 정치적 이익이라도 있다면 몰라도 정작 얻는 이득보다는 중도층, 무당층, 수도권, 2030 MZ세대의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시나브로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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