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무명 민우혁이 ‘레미제라블’ 장발장이라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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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시절은 혹독하지만 뮤지컬 배우 민우혁에겐 좀 더 가혹하고 파란만장한 얘기가 있다.
솔로 앨범을 준비하다 빚을 지기도 하고 매니저에게 맥주병으로 얻어맞았던 경험은 그가 뮤지컬과는 거리가 먼 야구 선수 출신임을 고려하더라도 마치 지옥 같은 세월이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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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 역할에도 감정이입
4명에게 목소리 레슨 받으며
80번 남은 공연, 기회라 생각
장발장 역할로 ‘사랑’ 녹여내
2015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그는 앙졸라 역을 맡으며 비로소 ‘지옥’에서 벗어났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 2023년 돌아온 프로덕션에선 조연 앙졸라도 아니고 주인공 장발장이다.
44회 부산 공연을 마치고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 카페에서 만난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여전히 결기도 가득했다.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80회 이상의 공연을 할 텐데 아직 80번의 기회가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발장은 빵 한개를 훔친 대가로 19년의 감옥살이한 후, 전과자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지만 우연히 만난 주교의 자비와 용서에 감동해 새로운 삶을 살 것을 결심하고 약자 편에 서는 인물이다. 그가 장발장을 맡으며 이전과 달라진 점을 묻자 대뜸 장발장이 아닌 비련의 ‘판틴’과 그의 딸 ‘코젯’ 얘기를 꺼냈다.
그는 “영국 연출들이 판틴 역 배우를 둘러싸게 한 다음 판틴이 울 때까지 곤경에 빠뜨리는 장면을 연습시켰고 판틴 역할은 물론, 배우들에게도 주변 사람에게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 그런 지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줬다”며 “이를 통해 ‘연기하지 말아라 이 순간을 살아라’는 깨우침을 얻었다”고 했다. 앙졸라를 맡았을 때와는 달리 8년이란 세월이 쌓이자 본인 역할 뿐 아니라 무대에 서는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삶까지 느껴진다는 얘기였다. 그는 “양녀인 코젯을 보다가도 울컥하는 경험이 있었는데 장발장이라면 이런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며 감정이입이 되더라”며 “ 아이를 키우고 가정이 있기 때문에 생긴 전과 다른 묘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역을 딴 후에는 실용음악·성악 가리지 않고 소프라노 등의 레슨만 4개를 받으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장발장은 모든 뮤지컬 배역 중 가장 난도가 높습니다. 남자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역대를 다 내야 해요. 8년 전 앙졸라 역을 하며 장발장 역을 맡은 선배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봐서 두려움이 앞섰어요. 앙졸라를 할 때 성대결절이 왔고, 이후 최대한 성대를 아끼는 발성으로 훈련해왔어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목소리를 아낄 수는 없죠. 안전하게 발성하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그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 달라는 부탁에 “‘그 누군가를 사랑하면 신의 얼굴 보리’라는 마지막 가사가 있는데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장발장이 죽기 전 코젯에게 참회록을 보내며 “널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내가 보았던 진실, 꼭 기억하렴”이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앙졸라 역할을 할 때 혁명을 하기 위한 희생과 용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사랑’ ‘따뜻함’ ‘희생’을 전하고 싶은데 그 중 시작점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발장으로 무대에 올라보니 레미제라블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그 사랑이었어요. 장발장의 따뜻함이 19세기의 암울하고 차가운 프랑스 혁명 시대를 따뜻하게 녹인거 같아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내년 3월 10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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