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저자다] ⑥"외국인 연구자를 위한 일자리 정보 부족"

박정연 기자 2023. 12. 1. 14: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의 젊은 연구자들. 왼쪽부터 배유정 연구위원, 마신 케라이 연구원, 홍부이 연구원.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편집자주]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는 보통 논문으로 공개됩니다. 연구기관의 책임연구원이나 대학의 교수들이 연구를 주도하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리지만 논문의 ‘1저자’는 보통 박사후연구원이나 박사급 연구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빛나는 시기 연구에 대한 열정도 가장 뜨거운 이들의 역량은 미래 과학기술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청년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갖추기 위한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청년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포스텍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청년 과학자들의 꿈과 현실, 미래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룹인터뷰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국내 모든 청년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순 없겠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과학계에서 작지만 힘있는 ‘울림’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은 외국인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한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 연구자들을 위한 일자리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가 있어도 다소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을 찾은 홍부이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연구원은 한국의 연구개발 환경이 젊은 외국인 연구자에게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 연구원과 함께 만난 프랑스에서 온 마신 케라이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연구원 또한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나라로 과학연구개발 현장에선 까다로운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 논의가 이뤄진다”며 젊은 과학계의 탐구 의지가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홍 연구원과 케라이 연구원은 일본, 스페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IBS 
양자나노과학단에서 국제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두 연구원과 배유정 IBS 연구위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양자과학계가 주목할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연구진은 기존 양자컴퓨터와 설계 방식이 양자비트 플랫폼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을 만들었다. 양자비트 플랫폼이란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정보의 기본단위인 큐비트가 구현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들이 개발한 플랫폼은 양자비트 간 정보교환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조절하기 편리해 양자비트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노 단위에서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과학 선진국들이 경쟁 중인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굵직한 성과를 도출한 이들 외국인 과학자들은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이 선진국들에 못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패기있는 해외 젊은 인력을 수혈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미비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배유정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연구위원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Q. 최근 새로운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을 개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 성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배유정 연구위원(이하 유정)=우리 연구팀이 제시한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은 고체 표면 위 원자의 전자스핀을 양자비트로 활용하는 것이다. 개별 양자비트의 크기가 1나노미터(nm) 이하로 구성된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해 양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초전도체 등 특수한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양자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플랫폼의 장점이다. 또 이번 연구에선 원자 단위에서 복수의 양자비트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을 기존보다 수십, 수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Q. 기초과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젊은 과학자다.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신 케라이 연구원(이하 마신)=기초과학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응용과학의 기반이 된다. 응용과학 연구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초과학 연구는 때때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기회가 된다. 내 연구의 한계가 무엇인지 기초과학을 통해 아는 것은 나의 삶의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 

홍부이 연구원(이하 부이)=기초과학은 아주 흥미로운 연구 분야다. 우리 팀과 함께 과학 연구의 최전선으로 갈 수 있다. 기초과학은 사회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때로는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선 많은 과학자들이 공감하며 잘 알고 있다.

Q. 한국의 연구기관에서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다. 한국은 젊은 외국인 과학자들이 연구하기에 경쟁력 있는 환경이라 생각하는가. 

마신=사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연구 환경은 한국의 일반적인 연구환경과는 다른 특별한 환경이다. 이곳은 다양한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모여든 젊은 연구자들이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현재 연구 인프라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다른 성격, 다른 음식,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의 ‘용광로’ 같은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부이=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연구자다. 글로벌 연구 환경으로는 한국이 처음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작업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일하며 외국인 연구자라는 이유로 문화적 장벽이나 차이를 느낀 적은 없다. 연구자들 각자가 가진 불안감이 있지만 이것이 문화적 스트레스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마신 케라이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연구위원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Q. 기초과학 연구자들에게 있어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마신=연구자가 되는 것은 언제나 커리어에 대한 도박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형편이 달라질 수 있다. 동시에 기회와 가능성도 열려있다. 하기에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해 오래 고민하진 않았지만, 다시 똑같은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해도 기초과학자의 길을 택할 것이다.

부이=기초과학자가 된 것에 대해 당장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지금은 배우는 것이 행복하고 보람됐다. 기초과학자는 저 자신에게 더 많은 앎의 기회를 주고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준다. 정말 멋진 일이다. 

Q. 한국에서 연구자로서 자리를 잡는 방안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마신=한국에서 기초과학자들과 대화를 하고 많은 부분에서 놀랐다. 젊은 과학자들의 패기와 의지는 외국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이다. 앞으로 적어도 2년은 더 한국에 있을 계획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부이=한국은 과학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본인이 아직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연구 환경을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현재까지 느낀 점은 그렇다. 한국에서 계속 연구자 생활을 지속할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면 한국에서 좋은 연구 기회를 만나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다른 나라를 경험해본 후에 결정하겠다’고 대답하고 싶다. 거듭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국이 연구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환경이란 것이다.

Q. 젊은 외국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측면도 있을 것 같은데. 

부이=젊은 외국인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한 준비를 마쳤을 때 미국이나 유럽권에 비해서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하게 되는 일이 있다. 구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 정책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에서 채용 전반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작은 제안이다. 

마신=유럽의 경우 연구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비교적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것 같다. 젊은 과학자들이 특정한 국가를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포털사이트를 이용해 구인 정보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정=외국인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언어 장벽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다.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기업체에 들어가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다.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과학연구현장에선 영어 능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연구 현장은 엄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과학자들이 언어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홍부이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연구위원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Q. 최근 한국 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했다. 이러햔 정부의 정책이 젊은 연구자들의 사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가. 

마신=프랑스에서도 2020년 연구 자금을 삭감하고 산업에 연구 자금을 지원하는 법이 통과됐다. 당시 프랑스 연구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가 특정 분야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 생각한다. 이러한 정책이 세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 산업, 과학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한정된 자원을 분배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연구자들은 보통 정부의 정책에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과학기술과 관련해 어떠한 정책을 제시할 때 파업과 같은 커다란 반발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부이=팀의 예산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R&D 예산 삭감은 연구 현장에 많은 효과를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연구 방향을 설정하거나 혹은 최신 장비를 계획하고 있을 때 책임자들은 자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