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끈펭귄은 4초씩 하루 1만번 졸기만 한대요, 왜죠? [영상]

동물의 수면 패턴은 굉장히 다양하다. 인간은 하루 7~8시간을 자지만, 야생의 코끼리나 기린은 하루 2시간도 채 자지 않는다. 한편 나무늘보는 하루 15~20시간을 잠으로 보내고, 고양이도 평균 13시간을 자는 데 할애한다. 시간뿐 아니라 형태도 다양한데, 긴 거리를 비행하는 철새나 고래 등은 우뇌와 좌뇌가 번갈아 잠을 자며 해파리는 아예 뇌가 없지만 잠을 잔다.
최근 펭귄의 수면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턱끈펭귄은 ‘수면의 달인’으로 불릴 수 있을 듯하다. 이원영 한국 극지연구소 연구원과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연구센터 폴-앙투안 리브렐 박사팀은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남극에 서식하는 턱끈펭귄은 번식기에 평균 4초간 미세수면을 취하면서 하루 11시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1시간은 3만9600초로, 횟수로 보자면 펭귄이 하루 1만번가량 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극 킹 조지 섬에 있는 한국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의 행동을 연구하던 이원영 박사는 2014년 처음 펭귄들이 거의 자지 않거나 자주 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사육 상태의 다양한 펭귄 종들이 통잠을 자지 않고 조각 잠을 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야생 상태의 수면 패턴이 어떤지, 긴 잠이 아닌 조각 잠을 잤을 때의 이점은 무엇인지 등은 알지 못했다.

이에 이원영 박사와 국제 연구진은 2019년 12월 극지연구소에 번식지를 꾸리고 있는 턱끈펭귄 무리의 행동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14마리의 펭귄에게 뇌파(EEG) 측정기와 가속도계, 잠수기록계, 지피에스(GPS) 장치 등을 부착해 최대 11일 동안 행동과 수면 등을 관찰했다.
장치 회수 뒤 기록을 분석한 결과, 턱끈펭귄의 일상은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에 남아있는 시간과 바다에 나가 먹이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나뉘었다. 바다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9시간이 걸렸는데 먹이 활동을 마치고 다시 새끼를 돌보기 위해 교대하는 시간은 평균 22시간 정도였다. 턱끈펭귄들은 번식기에 파트너가 바다로 먹이 사냥을 나서면 홀로 포식자와 다른 펭귄으로부터 새끼를 돌본다.
펭귄들은 먹이 사냥 중에는 거의 잠을 자지 않았는데, 바다 수면에서 쉬는 시간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반면 둥지에 돌아오면 하루의 절반 가까이 졸면서 보냈다. 평균 4초에 한 번씩 미세수면(microsleeps)을 1만회 이상 반복하면서 하루 11시간을 자는데 소요했다. 미세수면은 사람의 경우에도 잠을 깊이 자지 못했을 때 경험하는데, 운전 중 깜박 존다거나 수업 시간에 꾸벅거리는 것이 해당된다.
연구진은 펭귄들의 미세수면을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봤다. 이원영 박사는 “펭귄들의 서식지는 굉장히 붐비고 시끄럽다. 또 언제든지 바닷새인 ‘남극 스쿠아’가 펭귄 알과 새끼를 해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사이언스에 전했다. 때문에 펭귄들이 쪽잠을 자면서 주변을 경계하도록 적응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뇌파 기록에 따르면, 펭귄들은 쪽잠을 자는 동안에도 ‘느린 뇌파 수면’(서파수면)을 취했다. 이러한 수면은 인간에게도 회복과 휴식을 위한 수면에 굉장히 중요하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은 이러한 느린 뇌파 수면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턱끈펭귄들은 단 몇초 만에 미세수면에서 순식간에 서파수면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턱끈펭귄들이 번식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만큼, 미세수면이 뇌의 독성 노폐물 제거와 같은 장시간 수면의 이점을 어느 정도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 대학 신경과학자 키아라 시렐리 박사는 턱끈펭귄의 쪽잠은 더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해 일어나는 시도일 수도 있다며 더 편안한 환경에 있는 펭귄의 수면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원영 박사와 연구진은 여름철에는 24시간 낮이 지속하는 극지방에서 웨델물범 등 다른 동물들이 어떻게 수면하는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리브렐 박사 “모든 동물이 인간처럼 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아마도 우리가 견디지 못하는 수면의 유형을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10.1126/science.adh0771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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