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소년 가장' 김주찬의 다짐‥"기쁘게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릴게요!"
K리그 대표 명문 구단으로 손꼽히는 수원이 창단 28년 만에 처음으로 '다이렉트 강등'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수원엔 '소년 가장'들이 있었다.
2021 시즌 정상빈이 그랬고, 지난 시즌에 오현규가 팀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구해냈다.
그리고 올 시즌엔 막내 김주찬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수원 빅버드 응원석에서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을 외치던 꼬마 아이는 꿈에 그리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첫 시즌부터 6골(FA컵 포함)을 터뜨리며 팀내 최다 득점자가 됐다.
그리고 내일(2일) 강원과의 피할 수 없는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팬들에게 '생존'을 약속했다.
다음은 김주찬 선수와의 일문일답.
Q. 최근 2연승으로 잔류 가능성을 살려가고 있는데, 비결이 있나?
A. 아무래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감독님까지 모두 서로를 믿는 것 같아요.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하니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 같고 선수들도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 것 같아요.
Q. 지난 수원FC전 결승골을 포함해 올 시즌 '소년 가장'으로서 활약이 대단한데?
A. 일단 저한테 너무 과분한 별명인 것 같아요. '소년 가장'은 (정)상빈이 형이나 (오)현규 형이 그 별명을 가지고 계셨었는데 저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제가 그런 별명을 듣는다고 하니까 좀 어깨가 무거워지면서도 팬들이 불러주시는 별명이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Q.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하던 내가 직접 뛸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을 했었나?
A. (정)상빈이 형이나 (오)현규 형이 뛰실 때는 '내가 과연 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제가 또 열심히 하다 보니까 감사하게도 수원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고... 저는 들어올 때 각오가 딱 하나였거든요. '팬들의 웃음을 책임지자'는 각오를 가지고 팀에 들어왔었는데 이번 시즌에 그 각오를 많이 지키지 못한 게 팬분들에게 죄송하고 저로서도 다시 또 각오를 다져봐야 할 것 같아요.
Q. '팬' 김주찬의 웃음을 책임졌던 선수는 누구였나?
A. 지금 감독대행이신 염기훈 선수가 제 웃음을 책임지고 또 제가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염기훈 선수의 날카로운 패스들이나 슈팅에 딱 꽂혔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골 욕심이 굉장히 강해서 골을 넣거나 어시스트를 많이 하는 선수들을 좋아했었는데 그 중에서도 염기훈 감독대행님이 제일 잘 하셔서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Q. 언젠가는 염기훈 감독대행처럼 '팀 레전드'가 될 수 있을까?
A. 아직 그런 위치까지 가지도 못했지만 만약에 먼 미래에 저도 그런 위치에, 아니면 그보다 조금 아래에 있더라도 저도 꼭 '수원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형' 염기훈과 '감독' 염기훈 중 누가 더 좋은가?
A. 사실 저한테는 똑같은 것 같아요. 아직 '형'이 더 편하고 '감독'은 어색하긴 한데‥ 그래도 상황은 받아들여야 하는 거니까 '감독님'은 '감독님'이라고 부르고 익숙해져야 할 것 같아요.
Q. 염기훈 감독대행이 자주 해주는 조언이 있나?
A. 제가 굳이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먼저 제 문제점들을 보시고 말씀해주시고 경기장에서나 훈련장에서나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많이 갖고 또 더 당당하게 경기장 안에서 파이팅 넘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골을 넣을 때마다 팀 승리와 연결되고 있는 건 알고 있나? (김주찬이 득점한 6경기에서 수원은 5승 1무를 거뒀다)
A. 제가 골을 넣을 때마다 '기분 좋게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골을 넣은 경기마다 운 좋게 비기거나 이기는 날이 많아서 되게 감사한 것 같아요. 골을 넣어도 사실 지면 기분이 안 좋잖아요. 그런데 골 넣고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Q. 올 시즌 득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A. 사실 다 기억에 남긴 한데 울산전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K리그 데뷔골인데 그 골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Q. 데뷔골 세리머니도 인상적이었는데?
A. 사실 FA컵 16강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긴 했는데‥ 그때 팬분들과 약속한 세리머니가 있었는데 제가 카메라가 없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그 세리머니를 잊어버려서 못 했거든요. 그래서 '언제 또 넣을 수 있을까, 골 넣으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울산전에 막상 골을 넣었는데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그런데 서포터즈분들 보니까 생각이 나서 바로 했습니다.
Q. 손가락으로 'ㄴ' 'ㅅ'을 그리는 세리머니였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A. 프로필 사진 찍을 때 만든 세리머니인데요. '나사나수'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이라는 뜻입니다. (급작스런 요청에도 김주찬은 세리머니는 물론 수원의 대표 응원곡 '나의 사랑 나의 수원'도 망설임 없이 열창했다)
Q. 내가 부르던 응원곡을 그라운드에서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A. 정말 축구 선수로서 '많이 성장했구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고 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수원을 목표로 하고 왔고 목표로 한 팀에 들어와서 이렇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죠.
Q. 올 시즌 감독이 3번이나 바뀌는 상황이 힘들진 않았나?
A. 시즌 초반이긴 했는데 '멘붕'이 왔던 것 같아요. 시즌 중에 한 번 바뀌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닌데 이렇게 세 번씩이나 바뀌니까‥ 이전 감독님들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감독님들도 우리 선수들을 보고 여기 수원에 오시면서 굉장히 많은 생각들을 하시고 '꼭 잔류시키겠다'는 그런 생각이 강하셨을텐데 그렇지 못한 성적을 거두다보니까 죄송스러운 마음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Q. 강원전을 앞두고 팀 분위기는 어떤가?
A. 무조건 승리만을 바라보고 훈련장에서 훈련도 열심히 하고 미팅도 많이 하고 있어요. 사소한 말이라도 위치면 위치, 움직임이면 움직임... 서로 말을 해주는 게 좀 많이 는 것 같아요. 선수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는데 그런 생각들을 공유하다 보니까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늘어난 것 같아요.
Q. 강원전을 앞둔 개인적인 각오는?
A. 저는 매 경기 항상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 같아요. 선수는 일단 경기장 안에서 증명을 해야 하는 거고, 증명을 함으로써 선수의 가치는 올라가는 거기 때문에 저도 어린 선수라고 해서 '못해도 된다' 이런 생각 말고 수원 삼성의 한 일원으로 매 경기마다 '나는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Q. 수원 팬들은 이미 너무 잘 알지만 '김주찬'은 어떤 선수인가?
A.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 방'이 있다고 생각해요. 페널티 박스 안쪽이나 근처에 가면 자신감도 생기고 또 '내가 할 수 있다'는 그런 마음도 생기기 때문에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거... 그래서 '한 방'이 있는 선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선물은?
A. 제가 하는 거에 비해 좀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선물은 지금 키링도 있고... 또 제가 여름에 많이 탔었는데 팬분들이 선크림을 정말 많이 보내주셨어요. 매 경기마다 사진을 찍어주시고 그걸로 책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Q. 축구 선수 김주찬의 장기적인 목표는?
A. 저는 국가대표가 돼서 월드컵에 나가보고 싶어요. 저희가 2002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이뤘잖아요. 어렸을 때 영상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단기간엔 파리 올림픽에 나가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영플레이어 후보'로도 선정됐는데, 자기 PR?
A. 다른 후보 세 분 다 저보다 훨씬 뛰어나신 분들이고 저보다 경기력과 경험이 많으신 분들인데‥ 그래도 경험이 없는 김주찬이란 선수가 조금이나마 성과를 냈다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저를 좋게 봐주셨다면 투표 한 번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A. 일단 저희 수원 팬들은 K리그 어느 구단 팬들보다 더 많은 열정으로 열심히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만큼 좋은 결과로 보답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항상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끊임없는 응원을 보내주시고 이겼을 때는 같이 좋아해주시고‥ 저희가 올 시즌 3연승이 없는데 마지막 경기 꼭 이겨서 3연승으로 팬분들이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더 많이 기쁘게 집에 돌아가실 수 있는 그런 날로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기성 기자(gise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ports/article/6549063_36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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