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의 출연료 드립에도 심사위원들이 웃을 수만은 없다는 건('싱어게인3')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2. 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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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환장하는 라이벌전,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꿀잼(‘싱어게인3’)

[엔터미디어=정덕현] "저희 심사위원들 건강은 누가 책임지나요? 이 스트레스와..." 둘다 너무나 대단한 무대를 선보인 10호 가수와 27호 가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재범 심사위원은 MC 이승기에게 그런 말로 자신의 고통스러움을 표현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백지영 심사위원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기막힌 이승기의 재치 있는 농담 한마디가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좀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출연료에 그게 다 포함이 되어 있는 거라서..."

JTBC 오디션 <싱어게인3>의 이 장면은 '라이벌전'으로 치러지는 대결이 얼마나 박빙이고 선택장애를 불러일으키는가를 잘 말해준다. 실로 임재범이 고통스럽다 말했던 10호 가수와 27호 가수는 너무나 분명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매력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그래서 그 누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기타연주와 함께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얹어진 노래로 아이유의 'Celebrity'를 브릿팝 같은 느낌으로 재해석해낸 10호 가수의 무대는 심사위원들의 아낌없는 극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러움이 매력', '거친 창법이지만 릴랙스하게 불러 세련되면서 순수해 보였다' 같은 평들이 나왔다. 그래서 이건 볼 것도 없이 10호 가수의 승리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27호 가수가 들고 온 샘김의 'Make up'의 무대는 더더욱 강력했다. 늘 서바이벌에 절여진 느낌이었다는 27호 가수는 좋아하는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래서인지 심사위원의 입에서 '지금까지의 무대 중 최고의 무대'라는 극찬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임재범 심사위원은 "이제 경연 프로그램 그만 나오세요. 더 이상 나오셔 봐야 계속 찢을 텐데 뭐.."라고 '하차'를 거론해 MC 이승기와 다른 심사위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러니 선택장애로 인한 스트레스와 두통을 호소할 밖에. 결과는 27호 가수가 올어게인으로 다음라운드 진출이 확정됐다.

이들 무대만이 아니었다. 이번 '라이벌전'은 그 대결구성만으로도 누구를 뽑고 누구를 떨어뜨려야 할지 알 수 없는 혼전이었다. 락스피릿으로 무장하고 나와 핑거링에 잉베이 맘스틴을 연상케 하는 기타 돌리기까지 선보이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를 부른 7호 가수와, 무심한 듯 기교 없이 직진하는 보이스로 송골매의 '모두 다 사랑하리'를 시원시원한 자기 색깔의 락스피릿으로 소화해낸 40호 가수의 무대는 이날 '라이벌전'이 가져올 골치 아픈 선택의 전조 같았다.

'꾸부리'라는 표현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는 소울풀한 창법으로 라디의 'I'm in Love'를 부른 70호 가수의 무대에 심사위원들도 또 시청자들도 당연히 그가 라이벌전의 승자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그와 맞서는 8호 가수는 압도적인 무대로 이런 예상을 뒤집어버렸다. 임재범이 전 라운드에서 '감정에 좀더 집중' 하라고 해준 조언을 잊지 않고 한 소절 한 소절 진심을 담아 부른 무대는 '임재범 효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완벽한 무대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멘붕에 빠졌고 고심 끝에 나온 결과는 반전이었다. 8호 가수가 6대 2로 승리한 것.

58호 가수와 31호 가수의 대결도 마찬가지였다. 10년 공력의 58호 가수는 이승열의 '기다림'으로 한 편의 서사가 느껴지는 감정의 몰아침을 선보여 "58호님 노래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백지영 심사위원의 극찬에, 가사와 감정 전달을 영화처럼 전해줘 "그 모습 자체가 아름다웠던 무대"라는 임재범 심사위원의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싱어게인 키즈'로 불리는 앳된 모습을 가졌지만 노래할 때는 완전히 돌변하는 31호 가수가 부른 김광석의 '외사랑' 또한 만만찮았다. 그 나이의 감성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표현력에 심사위원들도 시청자들도 숨죽이며 노래를 경청하게 하는 힘이 그에게는 있었다. 결국 간만의 차이로 58호 가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66호 가수와 68호 가수의 대결 또한 심사위원들에게는 '환장의 대결'이었다.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을 자기만의 바이브를 담은 편곡으로 소화하며 다양한 창법의 매력을 보여준 막강한 재능의 66호 가수에, god의 '미운오리새끼'를 진심 가득한 무대로 선사해 모두를 감동시킨 68호 가수의 대결은 <싱어게인3> 대결 최초로 4대 4로 표가 나뉘어 치열한 심사위원들의 논쟁 끝에 68호 가수가 다음 라운드에 오르는 상황이 펼쳐졌다.

"탈모 생길 판", "수액 협찬을 받아야" 같은 농담 섞인 한탄들이 쏟아져 나오는 <싱어게인3> 라이벌전의 양상이 말해주는 건, 이번 시즌에 얼마나 많은 실력자들이 등판했는가를 실감나게 해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들이 "미치겠다"며 누굴 선택해야 할지 고통을 호소하면 할수록 시청자들의 '꿀잼'은 더 많아진다. 역대급 라이벌전에 오랜만에 오디션 보는 맛이 제대로다. 물론 너무 좋은 무대에도 아쉽게 져서 '탈락후보'가 된 이들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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