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내 원동력=작품, 올바른 배우로 서있고파”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배우 유지태가 ‘비질란테’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디즈니’+ ‘비질란테’ 주연 배우 유지태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는 낮에는 법을 수호하는 모범 경찰대생이지만, 밤이면 법망을 피한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하는 ‘비질란테’로 살아가는 김지용(남주혁 분)과 그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치열하게 맞서는 액션 스릴러다.
유재태는 극 중 광역수사대 팀장 ‘조헌’ 역을 맡아 열연,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조헌의 이중성과, 내가 그의 내면을 만질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웹툰에서도 피지컬에 강조되어 보인다. 그려지는 모습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의 모습은 현실적인 모습을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매력 있는 캐릭터 같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특히 약 ‘20kg’ 가량 몸무게를 증량하는 등, 캐릭터 구축 비하인드를 묻자, “보디빌딩 방식으로 몸을 키운 ‘힘캐’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전투력을 놓고 보면 ‘근돼’(근육 돼지)라고 해야 할까. 이런 사람들이 전투력이 높을 때가 더 많다. 저는 크로스핏으로 운동을 해왔던 사람이라, 보디빌딩 방식으로 겉모습이 ‘힘캐’ 처럼 보이는 게 나을까, 현실적인 게 나을까 했을 때, 현실적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촬영 당시에는 그 방법밖에 할 수 없기도 했다. 그래서 운동 방식을 보디빌딩과 크로스핏 방식을 섞어서 외형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지금은 조금 빼는 중이다. 저도 다른 작품 찍어야 한다”라고 웃으며 “사실 건강 면에서는 몸무게를 빼는 게 좋다. 20kg가량이 급하게 늘면 여러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탄수화물을 하루에 800g, 단백질도 그 정도 섭취하게 되면, 영양 불균형이 생긴다. 아무리 단백질만 먹어도 지방 섭취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혈관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운동을 병행한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이솔레이션이 중요한 운동이 보디빌딩이라면, 크로스핏은 지구력의 형태다. 두 가지가 병행해야만 건강에 무리가 안 간다. 하루에 800g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빠른 시간 내에 증량을 해야하다보니, 파우더 형식으로 많이 먹었다. 식물성, 동물성을 적절하게 먹었다.”라고 ‘꿀팁’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증량 후 있었던 에피소드를 묻자, “그전에 84~5kg 정도에서 100kg 이상으로 2~3개월 이내에 만들어야 했다 보니, 몸에 부담이 많이 갔었다. 근육 운동을 병행하면서 증량하다 보니, 정말 어깨가 자라더라. 몸이 커지는 게 2~3개월 되니까 확실히 느껴졌다”라면서 “옷방 같은데 들어가는 것도 힘들고. 마스크 쓰고 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도 쳐다보고, 약간 위협감을 준 거 같다. 그러다 보니 날렵한 액션을 소화하기가 어려워서, 몸을 체크하면서 운동으로 커버하려고 했다”라고 웃었다.
작품에 대한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유지태는 ‘마음에 드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매번 그렇긴 한데, ‘이번 작품 너무 재미있고,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시즌2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가 저에겐 가장 기쁜 반응이다. 다들 이번 한 프로젝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서 또 다른 작품을 하는 것도 괜찮지만, 한 팀이 이루어져서, 그 팀 그대로 다음을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작업하는 동료로서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싶다”라며 “연대감, 유대감 같은 게 있지 않나. 점점 사회가 개인화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큰 작품이나 큰일은 결국엔 연대감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 걸 만들고 싶은 개인적인 마음이 있다”라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전했다.
아내이자 배우인 김효진의 반응에 관해 묻자, “저는 가족이 무언가를 하면 걱정이 먼저 앞선다. 잘하는 건 둘째고, 욕은 안 먹었으면 좋겠다,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보게 되고. 그녀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라면서 “이번에 ‘비질란테’가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같던데?’라고 하더라. 그렇게 말해주길래 ‘감독을 잘 만나면 그렇게 돼’라고 답했고, (아내가) ‘감독님 좋으신 거 같더라?’하더라”라고 웃었다.
화제의 대사, 장면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극 중 조헌은 ‘내가 이제부터 반말을 하겠습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워낙 (원작에서도) 조헌에게는 키워드 같은 대사였다. 많은 분이 그 대사를 기대할 거라 생각했다. 그걸 꾸며서 하면 코믹 버전의 ‘밈’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어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하려 했다. 같은 대사를 해도 다른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 일부러 힘을 안 주려고 했다. (다행히도) 그런 점에서 부담 없이 다가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작품을 보통 맡게 되면, 캐릭터를 품는 시간이 있다. 대본을 분석하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대사에 집중하다 보면 내가 모르던 캐릭터가 만들어질 때가 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톤들이 있다. 그러면 거리를 두면서 ‘쪼’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한다”라면서 “그렇게 캐릭터를 품다 보면 걸음걸이서부터 변화가 된다. 그때의 내 모습은 ‘유지태’라고 할 수 없을 거다. 조헌의 생각과 걸음걸이, 말투가 만들어지는 게 있다.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자꾸 흉내를 내다보면, 꼴 보기 싫은 연기가 된다. 일부러 8자 걸음이 된다던가.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차를 두 손으로 들어 올리는 장면에 대해서는 “제가 진짜 들었다”라고 진지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이걸 믿으시다니”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장치로 들었고, 옆으로 미는 건 실제로 밀었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인 ‘사적 단죄’ 대한 유지태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유지태는 “사적 단죄는 범죄”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이미 사회에는 나름의 ‘자경단’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 같은 경우는 배우 아닌가. 우리(배우)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배우들이나 유명인들이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선행을 하게 되면 정치인들이나 다른 공직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저는 주변에 어른의 모습으로 되어있는 사람들이 나름의 ‘자경단’이라 생각한다. 현실 속에 시스템의 모호함을 인내하면서 그들의 작지만 큰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 ‘자경단’의 모습으로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소신을 전했다.
더불어 웹툰 원작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유지태는 “주로 인기 있는 웹툰은 희소성, 즉흥성에 기인한데. ‘비질란테’는 거기에 적합한 웹툰이라 생각한다. 원작을 보시면 알겠지만, 작품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영화 형태를 생각하며 BGM을 까는 시도라든지, 작가가 액션을 제대로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느껴지는 장면 연출 등. 이런 건 실제로 하지 않으면 못 느끼는 부분이 있다. 김규삼 작가가 실제로 (액션을) 배우면서 웹툰을 그려나갔다고도 하더라. 액션을 잘 알아야만 묘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차별점을 느꼈다. 주짓수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왜 남자 두 명이 누워있지?’ 싶을 정도로 지루하다. 그런 수 싸움을 읽어내고 그려내면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다. 이걸 작가가 발로 뛰면서 배운 게 보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라며 호평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비질란테’ 의 마지막 회는 거대악의 중심이었던 ‘엄재협’(이해영)의 실체를 세상에 밝혀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바뀌지 않는 세상에 분노하는 ‘김지용’의 모습을 통해 ‘비질란테’의 이야기는 끝이 아님을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결말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묻자 유지태는 “만족한다. 다들 시즌2를 기대하고 있으니까”라고 웃으며 “사실 후속편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제가 이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엔딩은 5부의 엔딩, 조헌과 김지용의 가치관이 부딪히는 장면이다. 아무래도 저는 나이가 있다 보니 조헌에 더 애정이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 밖 유지태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유지태는 최근 건국대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교단에 서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후배 연기자들을 위한 연극 극장을 만들고 싶은 의지를 드러내는 등,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유지태는 “제가 한국 영화를 25~6년 해왔지 않나. 그러다 보니 한국 영화계의 시스템을 파악하게 됐다. 제가 출연했던 영화는 500~600개의 극장을 잡을 수 있는데, 제가 연출한 독립 영화는 극장에 걸리기 어려웠다. 그때 왜일까. 우리나라 배급 시스템은 어떤 거고, 정책은 어떤 정책이 있는 걸까, 싶더라. 그렇게 깨달은 건, 한국에서의 영화는 산업이다. 문화가 아니다. 배급 시스템은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형태를 띠고 있고, 그러다 보니 영화가 문화적인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 극장을 잡기 어려운 형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안에서 우리가 계속 배우, 감독 활동을 하다 보면, 모든 사람이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 되어버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저는 수없이 많은 작가 영화를 경험하면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작가와 감독에 있다는 걸 알았다. ‘올드보이’ 같은 작품이 할리우드의 B급 영화 제작비도 반도 못 한 채로 만들어졌지만, 각종 시상식과 아카데미를 석권하지 않았나. 그게 경쟁력이다. 그만큼 작가가 양성되어야 하는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표현을 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걸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시위해야 할까. 물론 그런 분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럴 순 없다. 저는 저의 방식이 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행동으로 보여주면, 다른 배우들이 저를 보며 ‘이런 게 있었네. 나도 독립 영화를 지원해 볼까?’하는 생각하게 되고, 그게 정말 좋은 씨앗이 되는 거다. 그렇게 사회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독립 영화를 지원하게 될 거다. 저는 그런 걸 바라고 있다. 계속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생각들이 모이게 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0, 20년 뒤에는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더불어 유지태는 “제가 지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티칭은 잘하지만, 선수는 못 하는 사람이다. 자기도 못 하면서 뭘. 이런 것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제가 몸소 리드하고 싶다. 배우로서 올바르게 서 있고 싶다”라면서 “제가 영감을 받는 건 언제나 작품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고, 훌륭한 연기를 하고 싶다. 항상 그 마음이었다. 그게 제 일이고, 꿈이고, 인생이라 생각한다”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끝으로 ‘비질란테는 유지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유지태는 “앞으로 더 많은 작품과 역할을 해야겠지만, 지금 딱 중간에 있는 거 같다. 물론 지금도 배우 유지태로서 대중들에게 기억되는 캐릭터가 있지만, 이런 상태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 조헌같이,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든 것 같아 남다른 의미가 있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남주혁, 유지태, 이준혁, 김소진의 뜨거운 시너지 속에서 한국형 다크히어로물의 탄생과 그 포문을 열어낸 ‘비질란테’의 모든 에피소드는 지금 바로 디즈니+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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