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 흔드는 ‘비자금’ 파문... “아베파, 5년간 1억엔 이상 조성”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5개 파벌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요동치고 있다.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얻은 수입을 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해왔다는 것이다. 이번 의혹에는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파벌도 연루돼 있는 만큼, 향후 내각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지방검찰청은 최근 고베가쿠인대 가미와키 히로시 교수 등의 고발에 따라 자민당 내 5개 파벌을 대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대상은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아베파로 불리는 ‘세이와정책연구회’,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히로이케정책연구회’,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이 수장인 ‘시스이카이’,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헤이세이연구회’, 아소 다로 부총재가 수장인 ‘시코카이’ 등이다.
이들 파벌은 법에 명시된 정치자금에 대한 보고서 기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정치자금 관련법은 모금을 위해 여는 행사(파티)에서 한 번에 20만엔(약 175만원)이 넘는 ‘파티권’을 구입한 개인과 단체가 있으면 이름과 금액을 보고서에 적도록 규정했는데, 5개 파벌가 2018~2021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도쿄도 내 정치단체들에게 판매한 파티권 수입을 일부 누락했다는 것이다. 관련법은 이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혹은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소속 의원들이 파티권 판매 ‘할당량’을 넘어서는 수입을 비자금으로 의원 측에 돌려주는 운용을 조직적으로 계속해 온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경우에도 수지 보고서에 기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 총액은 최근 5년간 1억엔(약 8억8000만원)이 넘는다고 아사히신문 등은 보도했다.
일본 내에선 이번 사건이 향후 정국에 미칠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기시다 총리와도 연관된 만큼, 연일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하는 내각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 의회 질의에서 “각각(의 파벌)이 설명 책임을 다하겠지만, 지금까지 나로서는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내각 대변인인 마츠노 히로이치 관방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개별 정치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정부 입장에서 대답은 삼간다”며 언급을 피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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