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신발에 미친 괴짜가 만든 '수퍼 슈즈' 신으면… 나도 '벽'을 깰 수 있을까?

이정찬 기자 2023. 12. 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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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슈독(Shoe dog)'이 이끄는 혁신 DNA, '수퍼 슈즈' 시장을 개척하다


'신발에 미친 괴짜' 슈독(Shoe dog)의 혁신 DNA

1993년이었다. 그 시절 내게 '에어(AIR)'는 꿈이었다. 방에는 '에어 조던'이 하늘을 나는 브로마이드가 붙어있었고, 어느 일요일은 텔레비전을 '6번'에 맞춰놓고 시카고 불스의 3연패 (three-peat) 달성에 열광했다. 하얀 실내화에 '나이키 모양(스우시)'을 매직으로 그리고는 쉬는 시간이면 교실 책상 위를 날아다녔다. 누군가 처음으로 뒤꿈치 아래 '에어'가 장착된 진짜 나이키를 신고 학교에 왔을 때, 우리는 모두 몰려가 손가락으로 그 공기주머니를 눌러보며 놀라워했다.

출처 : 이베이
1985년 나이키 첫 번째 에어 조던(Air Jordan) 지면 광고. / 출처 : 운동화 전문 매거진 '스니커 프리커(Sneaker Freaker) 공식 인스타그램, nike


'에어'를 운동화 바닥에 넣을 생각을 한 사람은 프랭크 루디, 1977년의 일이었다. 항공우주공학자 출신인 루디는 과학적인 근거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를 설득했다. 나이트도 처음엔 의심했다.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한 뒤, 기본적인 디자인은 지난 4만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19세기 후반 구두 장인들이 오른쪽 신발과 왼쪽 신발을 다르게 만들고, 고무 회사에서 밑창을 만든 게 사실상 마지막 혁신이었죠."

하지만 육상 선수 출신인 나이트는 그 자리에서 시제품을 신고 6마일(약 10km)을 달려본 뒤 생각을 바꿨다. 혁신은 그렇게 시작됐다. '신발에 미친 괴짜'라는 뜻의 '슈독(Shoe dog)'은 이제 필 나이트와, 나이키 운동화의 혁신을 이끌어온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켈빈 키프텀이 생애 세 번째 풀코스 완주 끝에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시카고 마라톤을 제패한 뒤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출처=시카고 트리뷴 AP 연합뉴스)


나이키의 혁신은 신발, 그중에서도 러닝화가 중심이다. 지난 10월 4일, 또 한 번의 혁신이 빛을 봤다. 케냐의 켈빈 키프텀이 2시간 00분 35초에 42.195km를 달려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꿈의 기록' 2시간 벽 돌파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록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건 키프텀이 신은 신발이었다. 발 앞부분에 달린 '에어'와 뒤꿈치 부분의 높은 쿠션이 눈길을 끌었다.

앞서 풀코스 완주 경험이 두 차례밖에 없었던 23살의 신예는 1시간 00분 23초 만에 반환점을 돈 뒤, 후반부에 오히려 속도를 더 높였다.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힘이 남는 듯 국기를 두르고 코스를 역주행하는 모습에 육상계는 이 신발이 '게임 체인저'라며 흥분했다.

'21세기판 에어' 탄소섬유판... '수퍼 슈즈' 시장을 개척하다

결승선 통과하는 엘리우드 킵초게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게임 체임저'의 이름은 '알파플라이3'. '알파플라이 넥스트%'에서 이어진 후속작이다. 알파플라이 넥스트%는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역사를 쓴 신발'이다. 킵초게는 자신에게 '특화'된 맞춤 신발을 신고, 1시간 59분 40초 만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코스와 습도, 기온은 물론 급수와 페이스메이커 등 모든 환경을 과학적으로 통제하고 세운 성과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불가능을 넘은 순간'으로 기록됐다.

'알파플라이3'는 진화를 거듭한 결과물이다. 개발을 주도한 브렛 스쿨미스터는 필 나이트처럼 육상 선수 출신이다. 지난 11월 21일, 화상으로 만난 스쿨미스터는 '혁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나이키에서 혁신이란, 선수들의 경험을 개선하는 겁니다. 프랭크 루디가 처음 '에어' 아이디어를 냈을 때도, 수많은 회의론이 있었지만 직접 신고 뛰어본 뒤엔 '바로 이거다'고 생각을 바꿨죠. 냉정하게도 선수들은 '혁신' 그 자체엔 관심이 없어요.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생각하죠. 우린 거기에 집중합니다."

브렛은 미국, 케냐, 서유럽에서 동아시아까지, 300명이 넘는 선수들과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험 주행한 거리는 총 3만 2000km, 역대 나이키 러닝화 중 최장이다. 공학, 운동 역학, 스포츠과학, 소재, 디자인 전문가가 합작했다.

사진 출처 : NIKE 공식 홈페이지


경쟁사들도 앞 다퉈 개발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시장이 탄생했다. 기존 스포츠카 성능을 뛰어넘는 '수퍼 카' 세그멘트가 만들어진 것처럼 '수퍼 슈즈'라는 '신 영역'이 만들어졌다. 200g 남짓 초경량, 넉넉한 쿠션, 그리고 '21세기판 에어'라 부를만한 '탄소 섬유판' 이 내재된 게 기본 특징이다. 탄소 섬유판은 스프링 같은 역할을 하는데 혁신의 핵심으로 꼽힌다. 2023년, 올 한 해 400m부터 100km 울트라 마라톤에 이르기까지, 14개의 세계 기록이 모두 '수퍼 슈즈' 덕을 봤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정찬 기자 jayc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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