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영어 연설이 표심 자극했다”…장밋빛 전망만 내놓던 엑스포유치위

문광호 기자 2023. 12. 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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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 유치 투표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3분의 2 (득표)로 끝날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어렵다고 본다.”(윤상직 엑스포유치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6월13일 국회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유치지원특별위원회(엑스포특위) 회의에서 윤 총장은 이같이 단언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최종 투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총 투표국의 3분의 2 이상인 119개국(72%) 지지를 얻어 엑스포 개최를 확정지었다. 부산은 29표(득표율 18%)로, 사실상 포기상태였던 이탈리아 로마 17표(10%)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경향신문이 2022년 2월19일부터 지난 9월21일까지 총 13번에 걸쳐 열린 국회 엑스포특위 회의록을 검토한 결과 회의에서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그럼에도 엑스포유치위원회·유치지원단 등 정부 측 판세 분석은 부정확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에 대한 찬양에만 급급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치켜세우기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일본의 지지를 얻는 데 지나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엑스포특위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6월13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이 1차 투표에서 밀릴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3분의 2 득표할 가능성은 없고, 2차 투표에서 결정 날 수가 있으니 거기에 대비하고 있다는 건가”라고 묻자 윤 총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재차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1등하고 우리가 2등, 이탈리아가 3등을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연합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을 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윤 총장은 “물밑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득표 결과에서 보듯 성과는 없었다.

지난 7월13일 12차 회의에서는 표 수까지 정확히 예측한 기사에도 상대국의 과장으로 일축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4차 PT(프레젠테이션)가 끝나자마자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가 로마 엑스포 유치위원회를 인용해서 ‘리야드는 약 70표, 이탈리아 로마는 약 50표, 부산은 약 30표’라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경호 유치지원단장은 “그 숫자를 대외적으로 얘기하는 그 후보국이 뭔가 조금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장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도 유리하다는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좀 유리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는데 공동유치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아직은 그렇게 압도적으로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총장도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판세 분석 질의에 “대통령께서 여러 국제 다자 행사에서 양자 간의 유치활동을 많이 했다”며 “그 결과 상당히 사우디의 지지세는 이제는 조금 주춤하는 것 같고 사우디 지지 성향의 국가들에 대해서 입장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환영사를 하던 중 2027년 인정박람회를 개최하게 된 세르비아 대표단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대통령 성과 추켜세우기 경쟁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7월13일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직접 영어 연설을 통해 유치 성공을 향한 대한민국의 추진 의지와 진정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대통령이 직접 연설을 하고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경호 유치지원단장은 “그 부분은 분명히 표심을 자극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통역 없이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해서 현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안병길 의원도 9월21일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마지막 부분에서 부산엑스포에 대한 연설이 있었는데 국제사회에서 큰 공감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오영주 외교부2차관은 7월13일 “지난 6월 총회에서 윤 대통령은 PT 발표와 리셉션 참석을 통해 한국의 강력한 유치 의지를 표명하고 유치 교섭 국면 전환의 분수령을 마련했다”고 강조했고, 9월21일에는 “대통령께서의 여러 가지 최근의 순방을 통해서 우리 지지세가 굉장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지를 얻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9월21일 “일본의 공식적인 지지 선언이 우리나라가 이런 지지를 확보하는 데 굉장히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일본의 공식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도 “일본의 공식적인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가 나올 수 있도록 차관님, 외교부에서 총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라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정확한 판세 분석의 원인을 두고 윤 대통령에게 거짓 정보가 보고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엑스포 발표 이틀 전 유력 일간지 헤드타이틀로 ‘49 대 51 막판 역전 노린다’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 정보를 보도케 하고 미국에서 돌아온 대통령에게 박빙이라고 거짓 보고하고, 하루 만에 또 파리로 출장 가게 한 참모들이 누군지 밝혀내 징치(懲治)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 무능하고 아부에 찌든 참모들이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정권을 망친다. 유치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한 관계기관들의 무지와 무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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