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에서 하는 국제공동연구 효과 '글쎄'

박건희 기자 2023. 12. 1. 10: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글로벌 협력이 강조되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연구자들이 영상전화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비율이 늘었지만, 정작 이런 연구들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각 연구자가 현장에서 함께 연구할 때와 원격 연구로 전환 후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는 한편, 연구자의 세분화된 전공 분야가 실제 공동연구 결과에서 어느 정도 명확히 드러났는지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격 공동 연구로는 획기적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연구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글로벌 협력이 강조되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연구자들이 영상전화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원격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비율이 늘었지만, 정작 이런 연구들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링페이 우 미국 피츠버그대 정보컴퓨터학과 교수가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와 함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과학계 연구 주제는 세분화했다. 좁고 깊은 분야 연구자가 많아지다 보니 다수의 연구자들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국제 공동연구 기회도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전체 R&D 예산 중 글로벌 R&D 비중을 종전 1.9%에서 6~7% 수준으로 확대해 다자간 국제공동연구를 지원하고 학자 간 교류를 늘린다는 내용의 글로벌 R&D 지원안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국제공저 논문 비율·공동 특허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 대비 낮은데다 우수 논문이나 특허 건수도 저조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연구자가 직접 연구현장에 갈 수 있게끔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는 한 공동연구에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960년부터 2020년 사이 전세계 2000만명 이상의 학자가 이름을 올린 논문 약 2013만4803건과 1976년에서 2020년 사이 출원된 특허 406만564개를 비교분석한 결과 원격 공동연구의 성과는 기대보다 미미하며 각 연구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과'라고 인정받을 만한 연구는 거의 찾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연구팀은 우선 각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연구자의 소속 대학, 등록된 거주지 등을 분류했다. 또 각 연구자가 해당 연구에서 정확히 어떤 과제를 수행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그간 '네이처', '사이언스',' 미국립과학원회보' 등 국제학술지에 어떤 연구성과를 발표했는지 확인했다. 각 연구자가 현장에서 함께 연구할 때와 원격 연구로 전환 후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는 한편, 연구자의 세분화된 전공 분야가 실제 공동연구 결과에서 어느 정도 명확히 드러났는지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연구자의 참여 분야는 연구 개념 정립, 실험 수행,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등 4가지 분야로 나눴다.

분석 결과 원격으로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경우 연구 초반보다는 연구 후반에 이뤄지는 기술적인 분석 등의 과제를 6% 더 많이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협업에서 원격 협업으로 전환할 경우 개념 정립 단계에 참여하는 비율은 34%에서 28%로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획기적인 발상과 이론이 제시되는 연구 초반에 오히려 원격 협업이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의 대면없이 진행되는 공동연구가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내는 데 오히려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원격 협업이 지식의 새로운 통합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존 기대와 달리 연구자 각자의 능력을 융합하는 데 난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격 협업이 더 활발해진 상황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정책결정 당사자들에게 시시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공동연구 방법은 "연구팀이 현장에서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며, 연구자가 집을 떠나 원거리를 이동한 후 현지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