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사건, 태평양을 흔들다!…미국, 인도 그리고 캐나다 [특파원 리포트]
청부살해 미수 사건이 미국 외교가를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현지 시간 29일) 미국 뉴욕 남부 연방 지검은 인도 국적의 한 남자를 기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소된 남성은 니킬 굽타(52살)로 살인 공모 혐의로 법정에 넘겨졌는데요.
소장에 따르면, 굽타는 인도 정부의 요원으로부터 청부살인 요청을 받아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인도계 미국인 변호사 쿠르파완 파눈 씨를 살해하려 했습니다.
굽타는 지난 6월 비밀리에 마약밀매업자를 접촉해 청부살해업자를 소개받았고 성공 시 100만 달러(13억 원)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착수금으로 10만 달러(1억 3천만 원)까지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마약밀매업자는 미국 마약 단속국의 정보원이었고 소개받은 청부살해업자도 마약단속반원이었습니다.
굽타는 발각 뒤 달아났지만, 6월 말 체코에서 붙잡혀 범죄자 인도송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액을 주고 살해하려 한 피해자는 누구였던 걸까요?
청부살해의 표적이 됐던 파눈은 뉴욕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인도의 소수 민족 종교 집단인 시크교도의 주권 국가 수립을 공개적으로 옹호해 온 인물입니다.
시크교도들은 인도 서북부 펀자브 지역에 자치국가 '칼리스탄'을 세우겠다며 1966년부터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분리주의 조직을 금지시키고 테러리스트로까지 지정했는데요.
파눈은 칼리스탄에 대한 투표를 전 세계 시크교도들에게 권유하는 이른바 칼리스탄 국민투표의 주도적인 조직자인 겁니다.
당연히 인도 정부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일 겁니다.
뉴욕 남부 연방 검찰이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경찰 출신의 인도 정부 보안 요원은 지난 5월 굽타 등을 암살계획에 끌어들였고 파눈의 신상정보와 거주지 정보 등을 넘겨주고 암살을 종용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인도정부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암살 사건은 올해 또 있었습니다.
지난 6월 1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는 한 시크교도 사원에서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가 복면을 쓴 괴한 2명이 쏜 총탄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는데요.
석 달이 지나 지난 9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니자르의 죽음에 인도정부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도는 터무니없는 비난이라며 일축했지만, 캐나다는 인도 고위 외교관을 추방했고, 인도도 같은 조치로 맞대응했습니다.
그런데, 니자르가 사망한 6월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겁니다. 다만 살인이 실행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미국 수사당국은 6월 20일 이 사건을 적발한 뒤 7월 말쯤 이 사건을 백악관에 보고했습니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나서 이 사건을 인도 정부가 책임지고 조사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양국 간 신뢰가 영구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미국에게는 곤혹스런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인도와 태평양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인도와의 관계도 격상시키고 애정 공세를 펼쳐왔는데요.
캐나다에서의 암살 사건 이후 캐나다와 인도의 FTA협상은 무기한 연기됐고 외교관 맞추방으로 대화는 단절됐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서도 인도 정부가 미국의 한복판에서 미국 시민을 청부 살해하려 했다는 수사결과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미국의 주권과 민주주의가 무시됐다는 느낌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이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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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진 기자 (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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