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행사 참가자에 “SNS 주소 내라”… 유저 ‘사상검증’ 시도한 넥슨 [플랫]

플랫팀 기자 입력 2023. 12. 1. 09:53 수정 2023. 12. 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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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코리아의 대표 게임 중 하나인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가 최근 오프라인 플레이마켓 행사를 진행하면서 “유저(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위한다며 참가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SNS 계정을 통해 일부 유저들이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하도록 되레 길을 터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회사의 안내가 나온 뒤 특정 게임 유저들이 행사 참석자의 ‘성향’을 파악한다며 SNS 글을 뒤졌다. 시민사회단체는 “고용노동부는 넥슨부터 특별근로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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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던파는 경기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오프라인 플레이마켓 행사를 열었다. 플레이마켓 행사는 일러스트 작가와 애니메이션 작가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스티커나 키링, 액자 등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는 행사다. 일반 유저들도 참가할 수 있다. 올해 5회째 열렸는데 참가자들에게 SNS 계정을 ‘필수’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던파 플레이마켓 운영사무국은 지난달 30일 행사 참가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팀원 전체 SNS 주소 제출’을 요구하면서 “단순 홍보를 위한 계정이 아닌 모험가(게임 유저) 분들의 사전 편의를 위해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당초 사무국이 지난달 19일 보낸 첫번째 e메일을 보면, 부스 이름과 판매 목록만 제출하도록 돼 있다.

던파 운영사무국이 지난달 19일 보낸 1차 e메일(사진 왼쪽)에선 ‘SNS 주소’를 필수 항목으로 요구하지 않았는데, 자체 커뮤니티 유튜브 방송 이후 지난달 30일 보낸 2차 e메일에선 추가됐다. 참가자 제공

운영사무국은 지난달 19일 한 여성 유저가던파 측에서 게임 내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을 수정한 것을 비판하는 글을 X(구 트위터)에 올린 후에 행사 참여자 정보 제출 목록을 변경했다. 던파 측은 지난 2월 집게 모양처럼 돼 있는 손가락 이미지의 캐릭터를 2차 가공해 배포하면서 손가락을 수정했다. 여성 유저 A씨는 “넥슨이 여성을 혐오하는 욕설이 담긴 팬아트는 비판이 이어져도 늑장 대처하던 게 떠올랐고 그 이중잣대에 분노해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A씨는 던파가 주최하는 행사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이후 A씨의 글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격 대상이 됐다. 일부 유저들은 A씨를 맞팔로우, 리트윗한 이들까지 찾아내 ‘블랙리스트’라는 명단을 만들어 퍼트렸다.

A씨 트윗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B씨는 신상이 노출돼 플레이마켓 행사 참가도 포기했다. 캐릭터 작가 B씨는 “‘페미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나서야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제외됐다. 큰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유저들은 남성혐오에 분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게임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희열에 손가락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이 온라인에서 제기된 이후 던파 운영국 직원들은 지난달 30일 자체 커뮤니티 유튜브 채널 방송을 통해 “행사를 악의적으로 비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직원들은 이어 “현장에서 판매할 권리를 줄 테니 유저들에게도 알 권리를 줘야 한다. SNS 계정을 받겠다”고 밝혔다.

던전앤파이터에서 플레이마켓 행사 참가자들의 SNS 계정이 공개된 지난 9일 달린 댓글. 홈페이지 캡처

방송 이후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행사 참가자들로부터 제기됐다. 인터뷰에 나선 당시 행사 신청자들은 “방송이 기름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실제 던파 운영국에서 행사 참가자들의 SNS 계정이 포함된 게시글을 올리자 “그성향(페미니즘 성향) 누구인지 트위터 고수님들 빠른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일찍부터 참가 신청을 했던 디자이너 C씨는 “수년 전 트위터에 모 회사의 성차별 채용 기사를 리트윗한 것만으로 온라인상에신상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결국 C씨는 행사 참가를 포기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SNS 계정을 기재하지 않은 여성 참가자는 ‘페미’로 간주하고 위협을 가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일러스트 작가 D씨는 “현장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사 참가 신청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그는 3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 한국게임소비자협회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 처음 참가 신청을 했던 부스는 40여 개였지만 절반 정도가 행사 전에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넥슨 ‘던파’ OST 여성 보컬 영상도 삭제

던파 측이 OST에 참여한 여성 보컬의 영상을 삭제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29일 던파의 공식음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던 OST 곡 ‘해방(Liberation)’의 영상이 삭제됐다. 게임 내에서도 곡이 삭제됐고 해당 곡이 포함된 음반은 환불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OST에 참여한 여성 보컬의 SNS 글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받는 데 대해 꾸준히 비판글을 올려왔다. 앞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삭제 사건’도 당초 영상에 참여한 여성 보컬의 글을 문제 삼다 영상 속 손가락을 지적하는데로 나아가면서 사건이 커졌다. 게임 영상이 삭제되면서 결과적으로 이 여성 보컬의 곡도 삭제됐다.

시민사회단체는 “프로젝트문 사태가 발생하고 4개월여 만에 넥슨 사태가 또 불거진 만큼 넥슨부터 제대로 근로감독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일부 유저들이 프로젝트 문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 작가의 페미니즘 관련 SNS 글을 문제 삼아 직접 회사를 방문해 항의했고, 결국 해당 작가는 일을 그만뒀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파워게임처럼 특정 남성 유저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 게임 업계 여성 노동자들의 밥줄에 타격을 줄 정도로 공격을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신상털기는 불법이고, 누군가의 밥줄을 끊어서도 안 된다는 걸 정부가 법적 근거를 가지고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게임업게 사이버불링, 성희롱 및 성차별 실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노동부는 게임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감독 착수를 계획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유리 전국여성노조 조직국장은 “노동부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만 하지 말고 더는 피해가 없도록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며 “넥슨도 특별근로감독 대상에 넣어야 한다. 나아가 당사자의 피해 구제를 위한 관련 법·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던파 운영국 측은 일련의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 유선희 기자 yu@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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