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에 갇힌 시대…얼굴 없는 초상화를 보라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2. 1. 08: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네덜란드는 초상화의 나라다.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등 세기의 초상화가 탄생했다.

23일 개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에서 작가는 "저는 항상 초상화라는 장르의 한계선을 넘어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니다'라고 항상 말하는데, 이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작 26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선 한 발 더 나아간 초상화 실험을 만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작가 카틴카 램프
리안갤러리 서울서 개인전
“인물 보는 새로운 관점 제시‘
2415221 [리안갤러리]
네덜란드는 초상화의 나라다. 렘브란트의 자화상과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 등 세기의 초상화가 탄생했다.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전통을 잇는 초상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 화가가 한국에 왔다.

리안갤러리 서울은 내년 1월 10일까지 네덜란드 작가 카틴가 램프(60)의 세 번째 개인전 ‘My Frame Your Frame’을 연다. 23일 개막을 앞두고 화상 인터뷰에서 작가는 “저는 항상 초상화라는 장르의 한계선을 넘어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니다’라고 항상 말하는데, 이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재현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신작 26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선 한 발 더 나아간 초상화 실험을 만날 수 있다. 구작에서 어린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을 그려온 작가는 뒷모습이나, 얼굴이 캔버스에 담기지 않은 초상까지 시도했다. 19세기 프랑스의 에드가 드가처럼 우연한 광경을 포착하기 위한 ‘프레이밍’을 시도한 것이다.

얼굴이 드러난 초상에서도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린 인물의 표정은 모호하게 표현됐다. 멈춰서 들여다 보게 만들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는 나이 어린 모델을 주로 그리는 이유를 “나이가 들면 주름과 같은 인생의 굴곡이 드러나는 데 어린 아이의 얼굴은 텅빈 캔버스 같다. 개인적인 요소를 덜어낸 초상은 자유로운 연상을 가능케 해준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램프는 자신의 회화가 ‘사진 기반’ 작업임을 은폐하지 않는다. 그림에 참조하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모델과 소품과 조명을 동원해 직접 사진을 찍고 이를 붓으로 옮겨 그린다. 완벽하게 연출된 시각적 이미지가 ‘프레이밍’ 되는 셈이다. 작가는 “프레이밍은 우리가 서로를 보는 방식을 규정한다. 인터넷이라는 평행 세계에서 우리는 ‘버블’에 갇혀 있다. 이를 위에서, 아래에서, 반대편에서 보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는 강력한 행위다”라고 말했다.

속옷의 실루엣만 비치는 하반신을 그린 초상에서는 프랑스 아티스트 소니아 들로네의 꽃무늬 디자인 패턴에 대한 오마주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내가 여성 작가라는 사실을 외면해왔다는 걸 자각했다. 최근 여성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후배 세대를 보며 영감을 받았다. 핑크색과 소녀적인 표현이 엿보이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2415239 [리안갤러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