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209] 노출 중독
형이나 동생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느냐고? 글쎄. 그럼 연예인 ○○○에 관해서는? 잘 알지. 텔레비전에서 봤거든.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던데. 혼자 밥 먹을 땐 고기 잘 구워 먹고. 아무개 결혼식 사회를 어느 가수가 봤다던가. 누구누구가 하객이었더군…. 유명인 사생활을 미주알고주알, 방송의 지나친 노출증이라 탓하기도 뭐하다.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 많다는 얘기니까. 정말 심각한 노출증이 있기는 하다.
‘응징할수록 외교적 손실과 안보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 하마스에 대응하는 이스라엘 처지를 표현했다. ‘노출(露出)’의 말뜻대로 옮겨 보자. ‘손실과 위협에 드러나는 상황.’ 달리 바꾸면 ‘손실과 위협을 당하는 상황.’ 어느 쪽이 자연스러운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제품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도 ‘공격을 당할(받을) 수’ 하면 쉬 알아들을 텐데 왜 ‘노출’에 매달리는지.
워낙 아무 데나 갖다 붙이니 달리 쓸 ‘노출’이 참 많다. ‘유명 인사들의 막말이 여과 없이 국민에게 노출되고 있다’ ‘청소년들이 차별이나 비하 표현에 노출되지 않도록’…. ‘막말을 그대로 국민이 듣는다’ ‘표현을 보거나 듣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카드 번호를 입력하라는데, 개인 정보가 노출될까 봐’는 그나마 본래 말뜻대로지만 ‘정보가 샐까 봐’가 한결 명쾌하다.
도무지 안 어울리는 자리도 널렸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에 노출된 이유’(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 ‘장비도 부실해 희소 질병에 노출되기도’(희소 질병에 걸리기도) ‘열악한 주거 환경에 노출돼 있다’(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산다) ‘중노동에 노출된 직원들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중노동을 한/ 중노동에 시달린) ‘전기 요금 폭탄에 노출된 서민들’(폭탄을 맞을/ 맞기 쉬운)…. 그야말로 노출 중독이다.
떼먹은 세금을 국세청에서 반년 동안 1조5457억원이나 물렸다는데. 집에 현금만 5억원 쟁여둔 체납자도 있다 한다. 이런 재산은 한껏 노출해도 괜찮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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