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종료 10분 남기고…이·하마스 “24시간 더 연장”
이 국가안보장관 “전쟁 재개 안 하면 연정 탈퇴” 으름장
이스라엘 도착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역할에 눈 쏠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30일 오전 7시(현지시간)까지였던 일시 휴전을 24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휴전 종료 10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타결된 합의는 불안한 평화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12월1일 오전 7시까지 교전을 중지하고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1 대 3 비율로 한 차례 더 맞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군은 “인질 석방 절차를 계속 밟으려는 중재국들의 노력과 기존 합의 조건을 고려해 휴전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하마스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써 지난 24일 시작된 휴전은 두 차례 연장을 거쳐 7일간 이어지게 됐다.
양측은 이날 휴전 종료 10분 전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며 전쟁 재개 움직임을 보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기존 휴전 조건이었던 ‘하루 인질 10명 석방’ 대신 인질 7명과 시신 3구를 돌려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욤은 “이스라엘 내각은 하마스가 새로운 석방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전투를 즉시 시작하겠다는 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이 하마스 설득에 나섰고, 하마스가 8명의 석방자 명단을 다시 작성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인 10명과 태국인 4명, 러시아인 2명을 풀어줬는데, 러시아인 2명이 이스라엘 이중국적자라는 점을 근거로 8명을 우선 넘기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금처럼 인질을 하루 10명씩 풀어주면 휴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태도지만, 하마스가 석방 가능한 인질을 얼마나 데리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카타르 외교부도 “휴전 연장은 향후 하마스가 추가로 석방할 인질을 확보하는 데 달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PIJ)가 지난 28일 자신들이 억류하고 있던 인질 일부를 하마스에 넘기는 등 이스라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 소식통도 AFP통신에 “하마스는 중재자들에게 휴전을 추가로 나흘 연장할 뜻이 있으며, 기존 휴전 조건에 따라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전쟁 재개를 압박하고 있는 이스라엘 내부 사정도 문제다.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전쟁 중단은 곧 정부 붕괴”라며 전쟁을 재개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끝까지 교전을 재개하지 않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벤그비르 장관 달래기에 나섰다. 익명의 내각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지지율이 떨어진)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을 다시 치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벤그비르 장관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면서 일시 휴전 종료 이후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 군사작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절멸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남부에서의 작전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하마스 또한 이날 휴전 종료 직전 성명을 내고 “휴전 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다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사진)의 역할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BBC는 “임시 휴전 연장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알자지라는 “미 고위 인사가 이스라엘에 머무는 동안 교전을 하지 않는다는 건 불문율”이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이 미국으로 돌아가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미지수라는 의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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