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평화조차 찾아오지 않는 서안지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는 잠시나마 총성이 멎었지만, 요르단강 서안지구에는 짧은 평화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휴전 기간 동안 서안지구의 폭력 사태는 오히려 증가했고, 인질 협상의 일환으로 석방된 전체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맞먹는 규모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또 추가로 구금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 거주하는 8세와 15세 아동·청소년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뉴스통신사 와파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제닌 난민촌을 급습해 이들을 포함해 총 4명이 사망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거리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가슴에 총탄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바닥에서 30분 넘게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다 결국 숨졌다. 또 다른 영상에는 다른 소년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그의 주변에 있던 남성이 손을 흔들며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제닌에서 16시간 이상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전날 오후부터 다수의 이스라엘 군용차량이 제닌 지역에 진입했고, 건물 위에는 공격용 드론이 날아다녔다. 또 건물 옥상에는 이스라엘군 저격수들이 배치됐다고 엘파이스가 익명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닌을 비롯한 서안지구 북부 지역에는 5만여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제닌 난민촌에는 0.5㎢도 되지 않는 면적에 1만4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밀집해 살고 있다. 이 지역의 병원장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이제 제닌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고 전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서안지구에서 고위급 테러리스트 2명을 사살했고, 이 과정에서 2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많은 용의자들이 자국군을 향해 폭발 장치를 던져 군이 실탄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 측은 이스라엘군이 병원에 접근해 입구를 막고 부상자들이 응급실에 오지 못하게 했다면서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매우 심각한 공격”이었다고 증언했다.
휴전 초기인 지난 25~26일에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제닌 난민촌 등에서 최소 8명이 사망한 바 있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휴전 기간 동안 지금까지 168명이 추가로 구금됐고,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서안지구에도 매일 공격을 단행했다. 전쟁 발발 이후 서안지구에서 체포된 사람의 수는 3325명을 넘어섰다. 또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최소 242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27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폭력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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