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잔다르크’도 감옥서 풀려났다

손우성 기자 2023. 11. 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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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운동 상징 타미미 귀환
환영 인파로 서안지구 들썩
이, 축하행사 금지 ‘경계’

팔레스타인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반이스라엘 투쟁을 이끌어온 활동가 아헤드 타미미(22·사진)가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석방돼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돌아왔다.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상징인 타미미가 귀환하자 요르단강 서안지구 곳곳은 그를 맞이하려는 대규모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스라엘군은 “모든 축하 행사를 금지한다”며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진압에 나섰지만, 타미미 송환으로 독립 국가 건설을 향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타미미는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단행한 6차 인질·수감자 맞교환 명단에 포함돼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났다.

타미미는 지난 6일 테러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서안지구 나비살리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당시 타미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을 문제 삼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타미미가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학살한 뒤 당신들의 피를 마시겠다” 등의 글을 인스타그램에 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나리만은 “딸은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다”며 이스라엘군이 눈엣가시인 타미미를 억압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고 맞섰다. 로이터통신은 글이 게시됐다는 계정을 인스타그램에서 찾을 수 없고, 이스라엘군과 현지 매체가 공개한 이미지 진위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그의 체포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일 만큼 이 지역에서 타미미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2001년생인 타미미는 11세였던 2012년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석했다가 어머니 나리만을 체포하려는 이스라엘군을 향해 소리 지르며 저항한 모습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 사건으로 당시 튀르키예 총리였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초청을 받기도 했다. 2017년 12월엔 유대인 정착촌 확장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이스라엘군의 뺨을 때려 체포됐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우려에도 미성년자였던 타미미에 폭행·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타미미는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8개월 수감 생활을 했다. 하지만 무장한 이스라엘군에 맨주먹으로 맞서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일약 이스라엘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날 타미미가 석방되자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들썩였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많은 주민이 타미미를 보기 위해 호송차로 달려갔고, 그의 귀환을 축하하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군이 모든 축하 행사를 금지하고 주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어머니 나리만은 타미미 석방에 기뻐하면서도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다른 수감자들을 걱정했다. 그는 “내 딸이 내 무릎으로 돌아왔다”면서도 “자녀를 잃은 어머니가 1000명”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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