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쓰린 가슴에 소금 끼얹는 사람들
"리야드의 왕권 강화를 통한 국가이미지 쇄신과 메가 이벤트에 시선을 돌려 국민 충성과 지지 확보를 노리기 위한 것" - 김이태 부산엑스포 유치위 자문교수
프랑스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의 리야드가 선정되자, 탈락의 고배를 마신 탓일까요. 한국 대표단 관계자는 사우디의 '금전 투표'를 비난하며 사우디 내정과 왕정 체제까지 거론하는 아슬아슬한 입장 발표를 합니다.
투표 결과에 가슴 졸이던 부산 시민과 국민들은 뜬금없는 오일머니 탓에 어리둥절했죠. 방한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우리 기업 총수 등이 줄줄이 만나며 사우디 특수를 기대한 게 불과 1년 전이니까요.
그리고 굳이 저 얘길 할거였다면 투표 전에 했어야지요. 투표 전엔, 박빙의 승부라거나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거라고 호언장담했었지요?
그럼 리야드가 거의 100표 가까이 더 받은 후엔, 어떻게 해서 우린 박빙을 예상했는가, 유치를 포기한 수준이라던 로마와 표 차이가 별반 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객관적 정황보다는, 속칭 '국뽕'이라 불리는 맹목적 애국심만으로 국민에게 부풀려진 보고를 하고, 대통령을 기망한 관계자들과 참모진에게는 따끔한 책임추궁을 하는 게 맞습니다.
사실 최종 프리젠테이션만 봐도 우리보다 사우디가 나았습니다. 사우디가 엑스포 도면까지 보여주며, 킹살만 국제공항에서 바로 엑스포 비자를 주고, 지하철 특별노선으로 10분도 안 걸린다는 등의 디테일한 브리핑을 한 데 반해, 우린 아이돌 가수와 한류스타가 줄줄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뜬구름 잡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와중에 한술 더 뜨는 곳이 있죠. "무능의 극치" 운운하며 어떻게든 엑스포 유치 실패를 정쟁 프레임으로 만들려는 일부 야권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부의 엑스포 유치 예산이 5,744억 원이 이른다면서 "한 표를 얻는데 무려 198억 원을 쓴 것"이라고, 추미애 전 장관은 "29표 받으려고 밤마다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아, "88올림픽을 유치한 전두환보다 못한 윤석열"이라며 막말에 가까운 비난도 나왔죠.
그럼 열심히 공부했는데 1등을 못 하면 욕을 먹어야 합니까. 딱히 엑스포 유치에 별 도움도 못 준 분들이 이런 비난을 쏟아내다니요.
잘 싸우지도 못해놓고 결과를 두고선 남 탓에, 또 정쟁만 넘쳐나는데,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선 서로 내가 더 잘났다며 표를 달라고 국민에게 읍소하겠죠.
또 누굴 뽑아야 하나, 총선이 겁나는 건 본인들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걸 그분들이 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쓰린 가슴에 소금 끼얹는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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