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거제 두고 3시간 난상토론…이재명은 ‘침묵’
비명계 “또 약속 깨면 당에 미래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내년 총선 선거제 개편 방향을 두고 3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 안팎에서 이재명 대표가 선거제 관련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근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현실론에 힘을 실었다. 과거 선거제로 돌아가거나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돼 당 안팎에서 ‘대선 공약을 뒤집겠다는 거냐’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을 보고한 뒤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약 3시간가량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는 의원 28명이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현행 선거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일단 이겨야 한다’는 현실론을 내세운 의견이 백중세였다고 한다. 현실론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의석을 배분하는 과거 방식(병립형 비례)으로 돌아가거나 민주당도 국민의힘처럼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입장을 보면 반반이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선거제로의 회귀가 당론이나 대선 공약을 파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제도는 일장일단이 있다. 특정 제도가 선이고 악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부분을 파기할 경우 국민에게 사과하고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며 “가급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의견 모아서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는 ‘위성정당을 금지한 연동형 비례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파기할 경우 대국민 사과 등 조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적으면 비례대표 의석수로 보전해주는 현행 선거제를 유지하되 거대 양당의 ‘꼼수’ 위성정당은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의당 등 군소 정당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날 의총장에서 과거 선거제로 회귀를 주장하는 ‘현실파’들은 “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총선에서 지면 어떻게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막겠느냐” “민주당에서 비례 후보 한명도 안내면 국민 선택권을 없애는 것이 아니냐”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이 최고의 방법”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종민 의원은 “(꼼수 위성정당 안 만들겠다는)약속을 지키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이라며 “이 정도로 약속을 했는데 안 지키면 앞으로 국민에게 무슨 얘기를 한들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느냐. 그렇게 국민에게 혼나고도 정신 못 차리고 이번에 또 (약속 깨면) 나는 민주당에 미래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협상 파트너인 국민의힘 입장이 강경해서 ‘꼼수 위성정당 금지’라는 약속은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 여기서 우리끼리 이상론과 현실론을 펼치며 논의하는 것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제도는 지난 총선부터 도입됐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군소 정당에 비례 의석을 더 주자는 의도였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꼼수 위성정당으로 양당 체제만 더 강화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2016년까지 쓰였던 비례제로 회귀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당의 입장을 여전히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가 ‘현실론’을 주장하면서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이탄희 의원 등 당 안팎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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