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무산···홍익표 “약속 파기할 경우 대국민 사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당 대표 선거 공약인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이 30일 의원총회에서 무산됐다.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채택 등 정치 개혁 약속 파기를 시사하면서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날 대국민 사과를 전제로 한 약속 파기를 처음 거론했다.
민주당은 이날 3시간 동안 진행한 의원총회에서 의원 75명이 요구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견이 팽팽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에 부정적인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대국민 사과를 전제로 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권역별 비례제라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병립형으로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약속을 파기할 경우엔 약속 파기에 대한 국민적 사과나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일부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안규백 의원은 “병립형은 악이고 준연동형은 선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점에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오히려 퇴행이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강득구 의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만 위성정당 방지법을 할 경우 국민의힘에 7석에서 10여석을 깔아주는 접바둑과 같아진다”며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했다.
반면 위성정당 금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약속을 파기할 거면 왜 이 대표는 대선, 의원총회, 전당대회에서 수차례 국민에게 정치개혁을 약속했냐”고 반문했다. 김종민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제발 시뮬레이션 가지고 공포 마케팅하지 말라”며 “민심을 얻는 길은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 후퇴하는 게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영표 의원은 “우리 정치가 이렇게 가면 되나”라며 “선거법을 통한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SNS에 “이 대표는 눈앞의 작은 이익과 기득권에 흔들리는 소인배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범야권 정당들과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중재안도 나왔다. 우원식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지난번에 우리가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소수정당 몫의 의석을) 독점하려고 해서 비판받았다”며 “(민주당과 소수야당들이) 같이 연합해서 비례정당을 만드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유튜브 방송에서 지지자들에게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대표의 공약 파기는 리더십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이 대표는 지난 9월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파기하고 본인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에 또다시 약속을 파기하면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뢰 문제는 이 대표의 대표적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8·28 전당대회 출마선언문에서 “비례민주주의 강화, 위성정당금지 등 정치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으로 만들어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권 행사를 위해 공약을 파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병립형으로 가야 열 몇 명을 내가 배지 줄 수 있는데 그런 이권을 소위 포기해?’ 이런 것도 작용하고 있다”며 “‘제3지대에 우리가 (기득권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도로 거둬들여서 내가 (공천) 할래’ 이게 탐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과 마찬가지로 253석 대 47석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도 합의가 어려우면 선거구 확정만이라도 먼저 해달라”고 여야에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구 획정을 해오면 국회가 획정 의견을 1회는 거부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온 안을 보고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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