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추하게 졌네”… ‘사우디 희화화’ 엑스포 공식 홍보 영상, 뒤늦게 몰매

유병훈 기자 2023. 11. 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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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의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 영상 중 일부 /KTV캡처

‘KTV 국민방송’이 소셜 미디어(SNS)에 올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응원 영상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희화화하는 듯한 묘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국영방송이다.

KTV가 지난 25일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중동 전통 의상을 입은 한국인 출연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인 역할로 나와 사우디 리야드에 엑스포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남성은 어눌한 한국말로 여성 출연자와 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논쟁을 벌인다고 국민일보가 전했다.

여성 출연자가 “우리 대한민국은 오랜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스스로 이룬 첨단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하자, 이 남성 출연자는 “그럼 뭐해? 우린 돈 많아, 오일 머니!”라고 답한다.

이어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K컬쳐가 있기 때문에 문화 엑스포로 차별화를 둘 수 있다” “우리는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 두 번의 성공적인 개최 사례가 있다” 등 여성 출연자의 발언에도 남성 출연자는 “그럼 뭐해? 우린 돈 많아, 오일 머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다가 여성 출연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겠다. 우린 BTS(방탄소년단)가 있다”고 하자, 남성 출연자가 그제서야 “방탄소년단? 그럼 엑스포는 부산으로!” “아임 아미(BTS 팬클럽)”라고 소리치며 영상은 마무리된다. 해당 영상은 30일 정오 기준 9만5000여회의 조회수를 보였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33초 분량의 최종 경쟁 PT 영상이 K팝 스타들만 기계적으로 나열해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이같은 영상도 뒤늦게 ‘발굴’되면서 논란이 가열되자 KTV는 30일 해당 영상들을 전부 비공개 처리했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는 총 165개국이 참여했고, 사우디의 리야드가 119표를 받은 데 반해 부산은 29표(로마 17표)에 그쳐 탈락했다.

해당 영상뿐 아니라 KTV의 다른 엑스포 응원 영상들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약 50초 분량의 영상에는 콩트 유튜브 채널 운영자 ‘1등미디어’의 개그맨 김성기, 신흥재 등이 출연해 사회자가 한국과 사우디의 인공지능에 엑스포 개최 예상지를 질문하고 답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영상엔 사회자로 보이는 남성 한 명과 한복을 입은 남성 한 명, 수건으로 머리를 둘러싸고 수염을 기른 남성 한 명이 출연했다. 사회자는 “인공지능 대결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 나라 인공지능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첫 번째 질문이었다. 사회자는 각국의 인공지능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엑스포 개최 확률, 한국 사우디 둘 중 어디가 높냐”고 물었다. 이에 사우디 인공지능 역할 출연자는 “사우디. 사우디”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구체적 이유를 물어도 사우디 역할의 출연자는 연신 “사우디. 사우디”만을 외쳤다.

반면 한국 측 인공지능을 맡은 출연자는 “전 세계 나라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부산 엑스포. 굵직한 국제행사 경험, 유치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협력할 다양한 최첨단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유리하다. 게다가 한국은 돈이 아닌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소프트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더 높다”고 줄줄 읊었다.

KTV는 영상 설명란에 “1등미디어가 사우디와 한국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과연 이번 엑스포는 어느 국가가 유치하게 될지. 그리고 그 대답은 뻔하겠지만 뻔하지 않은 결과. 영상으로 담백하게 만나 보시죠”라는 글을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의 장점을 부각시키지도 못하고, 상대방만 악의적으로 폄훼하는 영상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끝까지 보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많았다.

KTV의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 영상 중 일부 /K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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