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모인 디캠프 올스타전…친환경·SaaS 스타트업이 수상 [긱스]
모태펀드 예산이 축소되면서 은행권의 벤처투자 비중이 부쩍 커졌습니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비중이 올해 3분기까지 34%로 지난해의 30%보다 증가했는데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29일 개최한 '2023 디캠프 올스타전'에도 1000명이 넘게 참석하며 모처럼 활기찬 스타트업 축제 현장을 만들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날 디데이에 오른 10개 스타트업을 살펴봤습니다.
‘2023 디캠프 올스타전’에서 '친환경·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이 주목받았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29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디캠프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시중 은행, 벤처투자사와 공동으로 초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개최한 스타트업 축제로, 올해로 2회차를 맞았다.
이날 핵심 프로그램인 '디데이'에는 267개 기업 가운데 선정된 10개 스타트업이 IR 피칭을 했다. 1부에는 시드 투자 혹은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초기 스타트업 5곳, 2부에는 희망 포스트 밸류 200억 원 이하의 스타트업 5곳이 나뉘어 본선 무대에 올랐다.
포스코어(철강 재활용 소재 개발)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메디노드(인공지능 기반 약제 솔루션) △래티스(올인원 계약관리 솔루션 '프릭스') △그레이박스(고객관계관리 마케팅 솔루션) △오케이쎄(베트남 중고 오토바이 거래)가 수상하며 상금과 디캠프 입주 자격을 확보했다.
2013년 6월에 시작해 114회차를 맞은 디데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의 데모데이로, 지금까지 9239개 기업이 디데이 문을 두드렸고, 15:1의 경쟁을 뚫고 621개 기업이 데뷔 무대를 가졌다.
디데이 공동 주관사로 5개 은행권 금융 기관(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DGB금융그룹), 2개 은행권 투자사(KB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한국성장금융, 7개 벤처투자사(캡스톤파트너스, 뮤렉스파트너스, 프라이머, 스트롱벤처스, 에이스톤벤처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크릿벤처스)가 참여했다.
철강 재활용하는 포스코어, 통합 우승
금융위원장상은 1부 시드 및 프리 A 단계 디데이에 출전한 포스코어(대표 김형진)에 돌아갔다. 포스코어는 철강 스크랩을 재활용해 친환경 자동차 및 전장, 전기기기 부품을 위한 자성분말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포스코 사내벤처로 시작해 지난해 분사한 포스코어는 안정적인 스크랩 공급망을 확보해 고순도 원료 및 합금을 저원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형진 포스코어 대표는 "자동화된 제조 공정 기술을 통해 고객 요구에 맞춰 정확한 품질로, 필요한 양만큼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1부 디캠프상은 메디노드, 올스타상은 래티스가 받았다. 메디노드(대표 황선일)는 병원, 약국, 일반까지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약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의약품 재고관리를 도와준다. 올해 출시한 알약 분류 로봇을 시작으로, 알약 식별기, 약품 검수기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래티스(대표 강상원)는 올인원 계약관리 솔루션 '프릭스'를 운영한다. 프릭스는 전자계약, 견적서·거래명세서 등의 영업문서 생성관리,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대시보드 등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계약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 6월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여 100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 외에 자동차 사고 수리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페어(대표 김기환)와 생체모델 측정 솔루션 '스캘롭'을 개발한 바이오테크 프로바랩스(대표 하승재)가 1부 무대에 올랐다.
SaaS부터 오토바이 중고거래까지.. '해외공략'
2부 혁신금융상은 그레이박스, 미래금융상은 오케이쎄가 차지했다.
그레이박스(대표 이민용)는 기업이 고객에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객 관계 관리(CRM) 마케팅 솔루션 '노티플라이'를 개발했다. 고객의 행동과 반응을 분석해 개인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민용 그레이박스 대표는 "마케터나 디자이너같이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부담스러운 소규모 기업에서도 쉽게 개인화 메시지를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케이쎄(대표 김우석)는 베트남에서 중고 오토바이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매월 66만대의 중고 오토바이 거래되는데 그중에 10만대가 오케이쎄를 거쳐 간다.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1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2020년부터 오토바이 구매 때 스마트폰으로 앱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밖에 2부 디데이에는 기업 내 정보를 자동 태깅해 검색과 공유 과정을 개선하는 텍스트웨이(대표 유승민), 노후한 택배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리파워 기업 제이엠웨이브(대표 박정민), 클라우드를 효율적으로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SaaS '스쿠버(Skuber)'의 원더무브(대표 김태원)가 자리를 빛냈다. 제이엠웨이브는 미국 물류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원더무브는 매출의 80%가 유럽에서 나오고 있다.
투자자 배틀에선 '더벤처스' 우승
이날 올스타전에는 디데이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 및 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오피스아워에 연사로 나선 김도한 CJ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내년에는 금리가 떨어지고, 투자 심리가 완화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어 "이 시점에는 무엇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마케팅할 때는 타깃을 뾰족하게 설정하고 빠르게 시장 진입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대표 K뷰티 전문 편집숍 ‘코스무라’를 운영하는 L&K의 권용수 회장은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 권 회장은 "복잡한 절차를 감수하고 정식 통관을 거친 정식 수입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유명 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었다"며 "일본에선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이고 투명한 사업 운영을 통해 실적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 보증과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투자사가 자신을 어필하고 가장 매력적인 투자자를 청중이 직접 선정하는 ‘투자사 배틀’에선 총 8개 벤처투자사가 참여한 가운데 더벤처스(대표 김철우)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내년 15억 원 규모의 디캠프 출자 우선 검토 및 1월 디데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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