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과학기술인의 자부심

입력 2023. 11. 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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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한 중견 자동화장비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습니다.

한국의 자동화 관련 신기술을 알아보고 아시아 지역에 부설 연구소 설립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일본, 한국,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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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한 중견 자동화장비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습니다. 한국의 자동화 관련 신기술을 알아보고 아시아 지역에 부설 연구소 설립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일본, 한국,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한국의 한 자동화 기술 중소기업을 만나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놀랐고, 본인들의 기술을 보여주면서도 너무 자신 없어 보일 정도로 이것밖에 안 돼서 미안해하는 점에 더욱 놀랐다고 합니다. 사실 한국의 과학기술인들에게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많이 봅니다. 특히 학생들이나 젊은 연구자들이 아직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정답을 찾기 전까지는 칭찬을 들을 수 없다는 모범생적인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자신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우수한 신진 연구자들에게 주는 'Early Career Award'라는 연구비이자 상이 있습니다. 5년간 50만달러의 연구비를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상을 통해 자부심을 심어주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Young Investigator Award'라는 국방 분야에서 주는 연구비도 있습니다. 연구비 이름이 어워드, 상입니다.

석좌교수라는 자리는 한국에서는 정말 큰 업적을 이룬 분들에게 주지만 미국에서는 신진 교수들이 기부자의 이름을 딴 석좌교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이러한 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제도가 만들어내는, 연구자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문화가 더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20년 전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졸업식 축사를 하러 왔던 미국 보건연구원 원장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아이디어가 진짜 좋은 아이디어라며, 그런 문제에 도전하라고 했습니다.

그런 남들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그 아이디어에 대한 본인의 직관적인 이유와 믿음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기술의 목표와 성과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진정성 있게 본인만의 믿음으로 연구개발을 하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이런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도록, 부족함이 있더라도 관심을 갖고 투자와 응원을 해주고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진정성 있게 풀어나가는 연구자들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방식으로의 실질적 지원이 더 많아진다면, 그런 문제를 같이 풀고 싶어하는 국제협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고, 한국 과학기술의 위상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서 진정성과 사명감을 갖고 연구개발을 하고 계시는 여러 과학기술인에게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의미 있는 도전을 할 수 있는 자부심과 믿음을 계속해서 간직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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