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종 인천시의원 “인천e음이 지워지고 있다” [인천시의회 의정24시-의정MIC]
브랜드(Brand)는 유형의 상표다. 하지만 상표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무형의 자산이기도 하다. 오늘날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우호적인 이미지를 가졌는지에 따라 그 가치의 결정이 이뤄진다. 애플에서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됐다면 밤새 줄을 서서 구매하고, 남양에서 만든 유제품은 지금까지도 불매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 정책에서도 브랜드는 중요하다. 과거 미국 대공황 사태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New Deal)’은 지금까지도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대명사로 꼽힌다. 정책의 브랜드가치가 높은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내놓은 웬만한 경제 부양 정책에 뉴딜이라는 브랜드가 붙곤 한다.
우리 인천에도 뉴딜만큼 브랜드가치가 높은 정책이 있다. 바로 300만 인천시민 중 25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경제 필수품, 인천사랑상품권인 ‘인천e음’이다. 지난 2018년 12월 시민 공모를 통해 인천e음이라는 브랜드네임이 생긴 뒤로 사용자 수와 결재액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각종 연구 결과를 통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드러났다.
특히 인천시민이 꼽은 ‘인천시에서 가장 잘한 정책’에 뽑히기도 했다. 인천e음에서 파생한 각종 정책 또한 적지 않다. 홍보 효과도 상당하다. 일부 타 지역 주민들은 “인천시장 이름은 몰라도 인천e음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과정에서 쌓인 인천e음의 브랜드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다.
그런데 지난해 민선 8기 인천시가 출범하면서 인천e음 브랜드가 점차 지워지고 있다. 먼저 시정을 홍보하는 보도자료에서 인천e음 명칭이 사라졌다. 민선 7기 인천시 보도자료에는 인천e음이 자유롭게 쓰여왔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보도자료부터 ‘인천사랑상품권’이라는 무색무취한 명칭이 함께 쓰이기 시작하더니, 올해부터는 아예 인천사랑상품권만 표기고 있다.
인천시의 부서명에도 인천e음이 빠졌다. 인천시 경제산업본부 소상공인정책과에 인천e음운영팀의 명칭이 올해 초 인천사랑상품권팀으로 바뀌었다. 시에서는 인천사랑상품권이 공식 명칭이고, 인천e음은 애칭이기 때문에 바로잡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미 4년 넘게 사용해 왔고, 시민들이 결정해서 잘 쓰고 있는 인천e음이라는 브랜드네임을 갑자기 지우는 행보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민선 8기 인천시의 가장 큰 ‘인천e음 지우기’ 행태는 정책 자체의 퇴보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해 시장 후보 시절 본인을 ‘인천e음 창시자’라고 홍보하면서 혜택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시장 취임 후에는 캐시백을 10%에서 5%로 줄이고, 캐시백을 주는 업체도 제한했다. 심지어 내년도 캐시백 예산도 올해보다 48%나 줄이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예산 삭감 때문이라는 변명만 되뇐다. 인천시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한 인천e음을 만들겠다면서, 관련 효과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조차 갖고 있지 않다.
이처럼 혜택이 계속 쪼그라들기만 하다 보니 시민들도 점점 인천e음을 덜 쓰고 외면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인천e음이 지난 민선7기 인천시의 핵심 정책이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 민선8기 인천시에서 의도적으로 브랜드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마저 하고 있다.
인천e음은 코로나19로부터 재난지원금 버금가는 효과를 낸 인천시의 전매특허 급 경제정책이자, 그간 쌓아온 브랜드가치만으로도 빛나는 정책이다. 인천시는 전임 시장의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인천e음을 지우려는 의도가 없다면, 인천e음이 쌓아온 브랜드가치를 활용해 더 나은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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