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창문 깨지는’ 규모 4.0 지진…“한반도 동남권은 지진 위험지대”
“7년 전 경주 지진과 원인은 다르지만 경주 포항 등 한반도 동남쪽은 언제든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조창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
30일 새벽 경북 경주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는 2016년 9월 규모 5.8의 지진이 강타해 큰 피해를 남겼던 곳이라 전국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문가들은 “당시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단층과 다른 단층에서 일어난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특히 경주 포항 등 동남쪽 지역은 국내 ‘지진 위험지대’”라고 우려했다.
●새벽 전국 놀래킨 ‘그릇 깨질 수준’ 지진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5분경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2km로 추정된다. 규모 4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의 등급이다. 올해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일어난 지진 중에선 2번째, 내륙에서 일어난 지진 중에선 가장 큰 규모다.
각 지역에서 느껴지는 흔들림 수준을 수치화한 ‘계기진도’를 따질 때는 경북 지역이 5로 나타났다.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이 깨질 수 있는 수준이다. 울산은 계기진도 4(실내의 많은 사람이 느끼고 일부는 잠에서 깰 정도), 경남 부산은 3(실내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히 흔들림을 느끼고 정차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을 기록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그외 강원 대구 대전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본진 규모가 상당했던 만큼 작은 여진도 잇달았다. 지진 발생 후 오전 7시까지 경주 인근에서 7차례 여진이 있었으며 이중 가장 큰 규모는 오전 5시경 규모 1.5의 지진이었다.
지진 발생 직후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며 경보음과 함께 놀라서 잠에서 깼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기상청은 “내륙 지진은 규모가 4.0 이상이면 발생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이번 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8초 후 발송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만 분석해 규모를 4.3으로 추정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고, 이후 추가 분석을 거쳐 규모를 4.0으로 조정했다.
●전문가 “한반도 동남쪽, 지진 위험지대”
시민들이 특히 놀란 것은 2016년 9월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주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은 2016년 경주 지진을 일으킨 단층과는 다른 단층 운동이라고 분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당시 경주 지진 원인은 최근 ‘내남단층’이라고 이름붙여진 단층인데, 이번 지진과는 별개의 단층”이라며 “단층 운동방향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지진 원인은) 울산단층 동쪽의 또다른 이름없는 단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곧 경주, 포항 등 한반도 동남 지역이 국내 ‘지진 위험지대’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과거 경주 지진이나 이날 발생한 지진처럼 아직 이름조차 없는 단층들이 또 지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창수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오늘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그동안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이 많이 발생하던 지역이고, 역사서 등에서도 과거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던 곳”이라며 “인근에서 언제든 또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 역시 “(오늘 지진이 발생한) 해당 단층에서 추가적인 지진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반경 50km 내에서는 1978년부터 현재까지 총 418번의 지진이 났으며 규모 ‘3.0 이상 4.0 미만’은 45번, ‘4.0 이상 5.0 미만’은 5번, ‘5.0 이상 6.0 미만’은 3번 발생했으며 이중 최대 규모 지진이 2016년 경주 지진이었다.
올해 한반도에는 예년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진 횟수만으로도 올해는 1978년 이후 4번째로 지진이 잦은 해로, 국내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2020년 68회, 2021년 70회, 2022년 77회로 올해(99회)는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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