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 공식 의결···실현 가능성 낮아
혁신위 동력 잃고 조기 해체 수순 밟을 전망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당 지도부와 중진,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혁신안을 의결했다. 권고 형태로 발표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대상자들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공식 혁신안으로 통과시키며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혁신위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김기현 대표는 단칼에 거절했다. 혁신위가 이렇다 할 혁신 성과 없이 빈손으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11월 3일 희생을 주제로 권고 사안으로 제시했던 안건을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해주길 요청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인 위원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의결된 혁신안에 대해 “지금까지는 국민이 희생했지만 이제는 국민의힘이 희생으로 보답할 때”라며 “혁신 조치의 진정성 담보를 위해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 희생의 자세를 보일 것을 재차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3일 내놓은 권고와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 등 대상 의원 누구도 혁신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의원은 지지자들 앞에서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아주 참담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혁신위가 정식 안건으로 통과시켰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원회의 실패는 곧 우리 당 지도부의 실패”라며 혁신안 수용을 촉구했지만 지도부 내 다수의 목소리가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만 표하는 선에서 12월 중순 출범하는 공관위에서 이 문제를 함께 다루는 형태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인 위원장은 “나부터 희생한다. 이번 총선에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면서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혁신위에서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를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오는 12월4일까지 답을 달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그런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고민도 없이 단칼에 거절한 것이다.
혁신위는 다음주 조기 해체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선 인 위원장이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를 거부한 인사들에게 “매를 들겠다”고 했지만 이내 김 대표와 만나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준석 전 대표에게 “부모님 잘못”이라고 실언을 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28일 SBS뉴스 유튜브에서 “인요한 혁신위가 혁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그나마 조기에 해체해서 비대위 전환 논의를 시키는 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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