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핵심은 생산성… 정부가 중소기업 우선 지원해 실험해볼 만"
"휴식 통한 생산성 향상 보여야 지속 가능"
"임금 감소 우려도... 직원 동의 절차 필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 등 근무형태 변화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좋은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정부 지원하에 중소기업이나 공공산업 분야부터 주 4일제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주 4일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국내외 논의·사례 및 노사관계 과제 검토' 정책포럼을 열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도 앞서 과로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해 노동시간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노동시간 단축(주 32·35·37시간)이나 주 4일, 주 4.5일 등 근무형태 변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아이슬란드,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주 4일제를 실험하거나 법제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도 주 4일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연구소가 지난 9월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임금 노동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5명 중 3명(61.4%)은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했다. '매우 필요하다' 30.2%, '필요한 편이다' 31.2%였다. 보통은 20%, 반대는 18.6%였다.
다만 제도 도입의 핵심 쟁점은 '임금'이다. 국내외 사례는 대체로 '100:80:100' 모델, 즉 생산성과 임금은 기존의 100%를 유지하고 노동시간만 80%로 줄이는 방향을 지향한다. 하지만 사업장 상황에 따라 일부 임금을 깎는 경우도 있다. 설문 참여자들은 '임금 동결' 조건이라면 77.6%가 주 4일제 참여 의향이 있다고 했지만, 5% 삭감 시에는 참여 38.2%·비참여 55.6%로 선택이 갈렸다. 임금 삭감 폭이 5~10%로 커지면 참여 의향은 15.4%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 4일제가 '노사 윈윈' 모델로 지속 가능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규준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날 포럼에서 "주 4일제가 지속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핵심은 생산성"이라며 "단순 복지가 아니라 휴식을 통한 재생산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모범 사례로 2019년 주 4.5일제 도입 후 촘촘한 인사관리, 투명한 경영정보 공개, 노사 신뢰 구축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주 4일제를 전면 시행 중인 교육서비스 기업 A사를 들었다.
주 4일제 전면 시행 후 A사 직원 만족도는 93.5%, 삶의 질이 좋아졌다는 응답은 94.1%였다. 회사도 수혜를 봤다. 2022년 상반기 9.2대 1이던 채용 경쟁률이 올해 상반기 30.0대 1로 급증하며 우수 인력 확보 효과를 냈고, 퇴사율도 시행 전 19.7%에서 6.2%로 줄었다. 조 책임연구원은 "A사 매출도 2020년 546억 원, 2021년 717억 원, 2022년 782억 원으로 증가했다"며 "직무 만족이 직무 몰입으로 이어져 매출 상승을 이끈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종진 소장은 "주 4일제는 저임금·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더 나은 휴식과 자기 계발 기회를 제공하고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 설계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하에 우선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해볼 만한 분야로는 △생명안전·보건의료 산업 △산업재해 고위험 사업장 △장시간·교대제 노동 사업장 △중소기업 등을 꼽았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주 4일제 확산을 위해서는 △성과 측정 도구 표준화 △도입 절차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 지회장은 "노동 환경 개선뿐 아니라 기업 경영 측면의 긍정적 변화에 대해서도 측정이 필요하다"며 "주 4일제 도입은 급여 조정(임금 삭감)을 동반할 수도 있어서 노조가 활성화되지 않은 사업장을 위해 노동자 동의 절차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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