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온라인 사랑’ 빠졌나요…1억 털릴 ‘마음의 준비’도?
국제적 조직 범죄로 진화
평균 징역 2년·피해액 1억
사기 시나리오도 각양각색
B씨는 여성인 척 위장한 남성 가해자에게 속아 금융정보를 넘겼다. 이 가해자는 B씨의 금융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신청한 다음 대출금을 빼돌렸다.
C씨는 시리아에서 일하는 미국인이라고 속인 상대방에게 돈을 뜯겼다. 가해자는 “돈을 한국에 있는 내 어머니 가족에게 보내려는데 중간역할을 해달라, 5만달러가 전달되면 수수료로 2만달러를 주겠다”는 말로 C씨를 속였다.
최근 범죄 수법은 국제적 조직범죄로 진화했다. 해외 각지에 점조직처럼 퍼진 조직원들이 협업하는 로맨스 스캠이 대표적이다. C씨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범죄 일당은 허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고 국내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연락한다. 친구·연인 관계로 발전하면 금전 대여를 요구하거나 피해자에게 보낼 물건의 관세·운송비 등을 명목으로 필요한 돈을 요구한다.
로맨스 스캠은 최근 국내·외 조직을 연결·관리하는 총책, SNS로 피해자와 연락하는 유인책, 돈을 송금받을 계좌를 조달하는 조달책 등이 범행을 분담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들은 점조직 형태로 움직여 서로 신원을 알지 못한다.
박미랑 한남대 범죄학과 교수는 로맨스 스캠 범죄를 다룬 1심 유죄 판결문 73건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국제적 조직범죄 형태로 이뤄진 로맨스 스캠 사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72건은 단독 재판부가 담당했다. 법원이 로맨스 스캠 사건의 중요도를 낮게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원조직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을 합의부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분석 대상이 된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100%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6건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 사건의 평균 형량은 징역 2년으로 조사됐다. 최소 2개월에서 최대 8년으로 다양했다.
범죄 행위별로 보면 현금인출책 역할을 하다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26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피해금을 이체·인출하고 송금하다 기소된 사건이 23건으로 뒤를 이었다.
돈을 요구하는 시나리오는 ‘돈·선물 관련 비용 지불’이 30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돈과 선물을 보내고 싶다”면서 관세나 운송비를 부담해 달라는 내용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 외에도 ▲피고인을 도와주는 비용(10건) ▲짐 보관 관련 비용(8건) ▲금 반입 관련 비용(3건) 등의 범죄 시나리오가 확인됐다.
최근 국회에서는 로맨스 스캠을 포함한 온라인 데이팅앱 기반의 사기 범죄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박혜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허위 계정 방지를 위한 본인 확인 의무화 ▲이용자에 대한 안전 고지 의무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자율규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다른 사기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숨게 되지만 어느 범죄보다 피해자 신고로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만큼 피해자들의 신고를 끌어낼 사회적 장치와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예방 작용이 작동해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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