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다 ④ ESG는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입력 2023. 11.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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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이스톡(iStock)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시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기후대응’과 ‘탄소 중립’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기후대응과 탄소 중립에 이르는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다. 2021년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 잠정치 6억7960만t 중 산업부문에서 5100만t, 농업에서 2100만t, 폐기물에서 1680만t이 나왔지만, 에너지에서는 이 모든 배출량을 합친 양보다 무려 6.6배 넘게 많은 5억9060만t이 배출된 탓이다.

에너지 전환이 탄소 중립의 가장 핵심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많은 ESG 컨설팅 기관과 신용평가사, ESG를 다루는 로펌, ESG 평가기관, 언론, 친환경 단체, 배터리 기업, 전기차 생산 기업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핵심을 주저하지 않고 ‘내연기관 차 종말 및 전기자동차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수치로 봤을 때 이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못된 말일 가능성이 크다. 이 수치는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점검해야 한다. 첫번째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과 석유 사용량의 상관관계, 두번째는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세번째는 전기차 산업이 정말 친환경 산업인지, 네번째는 전기차를 대체할 기술의 발달, 다섯번째는 전기차의 경제성에 대한 물음이다.

우선 전기차를 쓰면, 석유(화석연료)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까? 전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 시장을 보면 지난 10년간 석유 사용량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또 현재 전기차 사용률이 20%로, 1위 시장인 중국도 지난 10년간 석유 소비량과 수요가 오히려 50% 증가했다.

물론 자동차에 소비되는 석유량이 전 세계 석유 사용량의 44%이고 승용차에 쓰이는 석유량이 26%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이를 반영한다 해도 그동안 보급된 전기차 양과 수요에 비해 적어도 차량 부문에서는 에너지 전환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전 세계 14억대 차량 중 2019년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처럼 전기차가 크게 확산하는 분위기면 오는 2040년에는 13.4%(3억2000만대)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역시 비슷한 수치를 내놓은 바 있다. 또 이보다 파격적인 수치는 영국의 석유 기업 BP(British Petroleum) PLC가 내놓았는데, 2040년이면 도로에 다니는 모든 차량의 약 50%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만약 최대치로 전망한 BP의 가정을 이 산술에 접목했을 때, 2040년에는 과연 자동차가 사용하는 전 세계 석유량 비중이 44%의 절반인 22%로 낮아질까? 관련 전문기관에 따르면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40년이면 오히려 현재 전 세계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는 약 71%가 늘어난 24억대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 전환으로 미래 석유 사용량이 줄 것이라는 말은 사실상 막연한 희망에 가깝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는 현재와 미래 모두 계속 증가할까? 전기차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유럽은 2021년 기준 승용차 중 전기차(EV)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비율이 고작 1.5%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럽연합(EU) 국가에 등록된 승용차의 평균 사용 연수는 12년인데, 2006년 조사 때는 8.4년이었다. 즉 유럽인들이 현재 타고 있는 내연기관차를 10년 내 바꿀 가능성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어떨까?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차량 2억8100만대 중 EV와 PHEV 비율은 1.2%다. 반면 휘발유(가솔린) 차량은 무려 98%다. EV가 올해 미국 내에서 사상 첫 100만대 판매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이는 북미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이 미친 것으로, 내년 대통령선거 후 정책이 바뀐다면 판매량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 외의 선택지는 EV와 PHEV뿐일까?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갑자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이 중단되면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든 액체연료인 이퓨얼(e-fuel·electricity-based fuel)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퓨얼은 공중에 포함된 탄소를 포집해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분류된다. EU는 오는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퓨얼 사용은 예외로 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친환경인지도 논란이다.

배터리의 핵심인 2차 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으로 구성되는데, 원료인 니켈과 리튬, 망간, 코발트를 생산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전기차 1대에 들어가는 양이 일반 내연기관차 1대를 운행할 때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들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t당 50만ℓ 이상의 물이 사용되며, 주변의 땅을 엄청나게 굴착하고 훼손한다. 단순히 훼손하는 수준이 아닌 해당 지역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도록 황폐화시킨다.

마지막으로 경제성을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결코 반갑지 않다. 2차 전지 원재료들의 가격 변동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희소한 데다 채굴 과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일정 거리 이상의 차량 운행 후 배터리를 교체할 시 차종에 따라 최대 차량 가격의 30%까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8만달러의 차량에 최대 2만5000달러의 배터리 비용을 교체 시마다 써야 한다. 현재의 기술과 상황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경제성에서 앞지르는 것은 매우 힘들다.

에너지 전환정책을 비롯한 ESG의 목적과 필요성을 부정할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 하지만 ESG 진행 과정에서 기업 또는 정부 정책이 역점으로 추진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또 이런 내용을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가는 사례도 적잖다. 앞서 언급한 많은 이익단체는 이미 ESG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큰 소득을 창출해내려는 게 현실이다.

전기차 전환이 개인에서부터, 기업,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인프라가 필요하고, 과연 에너지 전환에 얼마만큼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이 있을지는 더 많은 물음과 답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현재의 ESG 열풍이 과연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주제냐고 봤을 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먼저 추진하고 보자던 전임 정부와는 다르게 이번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정확히 보고, 국가와 산업, 그리고 일반 국민의 경제적 지속가능성 ESE(Economic Sustainability)를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을 추진해주길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럽기후협약 대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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