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 김해숙도 대입 3수에 맘 졸였던 딸… 애끓는 사모곡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1. 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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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주)쇼박스

"나도 누군가의 딸…우리는 모두 '진주'였다"

배우 김해숙이 '국민 엄마' 수식어에 걸맞은 절절한 감동의 '3일의 휴가'를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김해숙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3일의 휴가' 개봉(12월6일)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물. 2019년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로 극장가를 따스하게 물들였던 육상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각본은 '1000만' 흥행작 '7번방의 선물', 웰메이드 영화 '82년생 김지영' 등을 집필한 유영아 작가가 썼다.

믿고 보는 제작진도 제작진이지만 특히 '3일의 휴가'는 김해숙의 출연으로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하게 한다. 이 시대의 어머니를 대변하며 대중의 심금을 울려온 '국민 엄마' 김해숙이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김해숙은 극 중 딸 진주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 복자 역할을 맡았다. 복자는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하나뿐인 딸 진주를 만나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이승에 내려온다. 미국 명문대 교수인 딸이 돌연 시골집에 돌아와 백반 장사를 시작한 모습에 속이 타지만 휴가 규칙상 딸과 대화할 수도, 접촉할 수도 없다. 복자는 엄마의 레시피를 찾아가는 진주를 지켜보며 잊고 지냈던 서로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는데. 이에 김해숙은 딸에 울고 웃는 진득한 모성애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제대로 자극한다.  또한 후배 신민아와는 첫 호흡임에도 현실 모녀 케미를 발산한다. 눈빛만으로도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김해숙의 명불허전 연기는 관객들이 '3일의 휴가'에 동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김해숙은 '3일의 휴가'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제가 그동안 엄마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이 영화는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 엄마 캐릭터 중에 영혼이 되어 딸에게 못다 한 얘기를 전한 건 처음이어서. 또 엄마를 향한 딸의 그리움을 '집밥'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다. 다들 집밥에 대한 의미가 있지 않느냐. 저도 지금까지도 돌아가신 엄마의 집밥을 먹고 싶은데, 집밥으로 엄마의 사랑을 해석하여 표현한 게 신기했다. 복자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여 자식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참 특별한 시나리오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국민 엄마'이기에 앞서 김해숙 역시 누군가의 딸로서 '3일의 휴가'에 푹 빠져들었기에, 모성애의 깊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3일의 휴가'는 모든 면에서 마음이 갔다"라고 강조했다.

김해숙은 "제가 실제로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지만, 저도 누군가의 딸이었다. '엄마' 소리만 들어도 아직까지도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라서 힘들다. 그런 공감 포인트가 영화에 다 나오지 않았나 싶다. 저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엄마의 속을 썩이기도 하는 진주였다. 지금 제 딸이 진주이고. 그런 거 보면 참... 공감이 될 수밖에 없더라. 이제 제가 딱 엄마의 연세가 되었고, 제 딸이 진주가 되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엄마에게 했던 모든 게 다 후회된다. 그때는 저도 몰랐다. 영화를 보면서 되돌릴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되돌리고 싶더라. 그러면 엄마한테 그렇게 안 했을 거 같다"라고 작품을 곱씹었다.

더군다나 김해숙은 "'3일의 휴가'와 비슷하게 저도 무남독녀이고, 엄마도 복자처럼 홀어머니셨다"라고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귀를 쫑긋하게 했다. 그는 "예전에 기사가 잘못 나갔었는데 제가 간호학과 출신이 아니다. 대학 입시를 3수를 하고도 떨어졌다. 그때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지금도 엄마를 존경하고 나도 그런 엄마가 되어야겠다 생각하는 지점이다"라며 생전 어머니와의 일화를 꺼냈다.

이어 "옛날 분이시라 우리 엄마도 복자처럼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게 성공의 시발점이라고 여기셨다. 그래서 절 그 옛날에 3수까지 시키신 거다. 당시엔 직접 대학교에 가서 입시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떨어진 걸 함께 확인하고 돌아가는 길에 앞서가던 엄마의 뒷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저는 너무 미안해서 엄마 뒤를 졸졸 따라갔다. 엄마가 우시거나 야단을 치실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셨다. 너무 죄송해서 무슨 영화를 봤는지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없어진 용산에 있는 극장이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며 엄마가 '엄마 화 안 났으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한마디를 해주셨다. 그 말씀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라고 추억에 잠겨 뭉클함을 자아냈다.

보통의 딸이었던 그는 1974년 MBC 7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바. 어머니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 김해숙은 "저도 참 엉뚱했던 거 같다. 정말로 갑자기 배우가 되었다. 우연히 MBC 앞을 지나가다가 공채 탤런트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덜컥 원서를 낸 거다. 근데 어머니가 별로 관심이 없으셨다. 떨어질 거란 생각에(웃음). 그랬는데 3차까지 붙고 최종 4차에 올라가니까 저도 놀라고 엄마도 놀라셨다. 4차 사장님과 면접을 앞두고 엄마가 옷 한 벌을 해주셨다. 그 옷을 입고 가서 합격했다"라고 회상했다. 

어엿한 40대 두 딸을 둔 엄마가 된 김해숙. 그는 "어떤 엄마인가"라는 질문에 "홀어머니가 저를 굉장히 엄하게 키우셨다. 그게 너무 싫어서 저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제가 또 밖으로 떼어놓고 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엄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부모님은 다들 항상 자식에게 모자라다는 생각을 갖고 계실 거다"라고 애틋한 내리사랑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해숙은 "저도 엄마가 돼보니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시대가 다르고 환경만 다를 뿐,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엄마의 마음은 이 세상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거,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거라고 본다. 제 개인의 생각으론 자식을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오롯이 자식을 위해 희생하려 태어난 사람이 부모가 아닐까 싶다. 저조차도 자식에게 희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낳아보고 말하라 그래(웃음). 과연 그렇게 될까. 모성애는 자기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라고 전했다.

이내 김해숙은 "제 딸들이 제 영화를 잘 안 본다. 이상하게 '3일의 휴가'는 꼭 봤으면 좋겠어서 보라고 부탁을 했다"라고 현실적인 모녀 관계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여느 때와 다르게 '3일의 휴가'를 강력 추천한 이유에 대해선 "우리 인생 자체가 바쁘기도 하지만, 사실 요즘 영화들이 자극적이다. 너무 화려하고 가벼이 볼 수 있는 게 없지 않나"라며 힐링 장르인 점을 내세웠다.

또한 김해숙은 "애인과 싸우면 못 견디지만 부모 자식 관계는 나중에 연락하면 되지 하며 나름의 상처를 주고 있지 않나. 그런데 언제 갑자기 이별할 수 있는 것이고, 이별은 순서 없이 오는 것이니까 나중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다 소용이 없다. 옆에 있을 때 사랑하면 사랑한다, 고마우면 고맙다 얘기도 많이 하고 화나고 싸웠으면 바로 풀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 영화에 담겼다. '3일의 휴가'를 보시면 어느 순간 각자 자신의 모습이 보여 공감이 되실 거다. 저 역시도 엄마가 계실 때 그러지 못해서 제일 후회했던 거고 고통이 크다. 쉽게 말해서 '효도하세요'가 담긴 영화라는 거다. 그래서 제 자식들도 좀 봐줬으면 했고. 우리 딸들도 기본적으로 진주처럼 전화를 잘 안 받고 문자를 잘 안 한다"라고 답했다.

영화의 메시지를 딸들도 여실히 느꼈다고. 김해숙은 두 딸의 감상평에 대해 "다행히 시사회 때 왔더라. 많이 울면서 봤다고, '진주가 나네' 그러더라"라고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얘기했다. 그는 "근데 우리 딸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분들이 다 느끼시더라. 부모님한테 문자 메시지 답 잘 안 하고 전화 못 받는 거.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신민아와 첫 모녀 호흡은 어땠을까. 김해숙은 "(신)민아는 옛날부터 좋아하는 배우였다. 제 딸이 된다고 해서, 아주 좋았다"라고 격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그는 "민아도 저도 워낙 공감이 되는 시나리오라, 서로 영화에 더 빠져들어 찍었다. 감정을 너무 느껴서 촬영할 때 둘 다 울음을 참느라 무척 힘들었다. 정말 눈만 봐도 눈물이 났지만 진주 엄마는 웃으며 딸을 마주했을 거란 생각에 꾹 참 참아야 했다. 우리가 배우이기 이전에 민아도 저도 누군가의 딸이었기에, 그리고 진주와 복자가 되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결과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녀 눈빛이 그대로 나오더라. 제가 마치 제 친딸한테 얘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배우한테 이렇게 영향을 줄 수도 있구나 느껴서, '3일의 휴가'가 더 감동적인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찰떡 케미를 자랑했다.
  
더불어 신민아에 대해 김해숙은 "민아는 말 수가 적어서 어떻게 보면 다가가기 힘들다. 근데 연기 열정은 엄청 크다. 그 조용한 아이가. 속에는 용광로가 들끓더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저랑 성격도 그렇고 비슷한 면이 많았다. 의외로 재밌고 털털하고, 무심한 거 같지만 속이 참 따뜻하고 깊은 아이더라. 정말 좋은 배우인 거 같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그 누구보다 바쁘게 달려온 김해숙. 그는 드라마 '악귀' '힘쎈 여자 강남순'을 히트시키고, 현재는 SBS 금토극 '마이 데몬'에서 배우 김유정의 할머니이자 대기업 창업주 주천숙 역할을 열연 중이다. 여기에 12월엔 '3일의 휴가' 개봉,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경성크리처' 공개까지 한 해에만 다섯 작품이나 선보인다. 하지만 김해숙이라면 다작 행보가 언제나 반가울 따름이다. 이름 세 글자 앞엔 영광스러운 '국민 엄마' 수식어가 늘 따라붙고 있지만, 사실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이 부족한 경지에 오른 배우이기 때문. 전형화된 엄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려 데뷔 49년 차에도 끊임없이 변주를 꾀하는 점도 놀랍다. 

김해숙은 지치는 내색 없이 "제가 제일 집중할 때가 연기할 때랑 제 딸들에게 요리를 해 줄 때다. 이 두 가지를 가장 정성을 들여서 한다. 아, 이게 엄마가 아닐까 싶고 그래서 더 진주 엄마에게 마음이 간다"라고 열의를 드러냈다.

원동력을 묻는 말엔 "나이가 들었지만 배우는 배우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남아있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항상 있다. '힘쎈 여자 강남순'을 선택한 것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할머니 히어로'가 나와서 흥미로웠다"라며 "저는 연기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있다고 느낄 때가 현장에 있을 때이고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 행복한 시간을 오래 갖고 현장을 오래 지키려면, 저도 노력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노력'이 단 두 글자이지만 굉장히 어렵다"라고 밝혀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김해숙은 "운 좋게 다양한 역할들을 해왔는데, 저한테 어떤 노하우가 있어서라기보다 제가 참 복이 많은 거 같다. 노하우는 없지만 매 작품 전작을 지워야 한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이니까 변신을 하면 얼마만큼 할 수 있겠냐마는, 그렇지만 되도록 비슷한 연기는 하지 않고 제 모습이 보이지 않으려 한다. 그 과정이 좀 고통스럽긴 하다. 쉽게 갈 수도 있겠지만 저는 굉장히 고심하여 캐릭터 연구를 하기에 어렵다"라고 강한 뚝심을 보였다.

'힘쎈 여자 강남순'의 길중간 역할로 워낙 큰 인기를 모은 만큼, 이에 대한 소감도 남겼다. 김해숙은 "길중간은 '할머니 히어로'뿐만 아니라 '노년의 사랑'까지 다뤄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사실 처음엔 부끄럽기도 하고 백미경 작가님이 왜 이런 걸 그리셨을까, 실화인가 싶었다. 지금 노인 인구가 많아지지 않았나. 노년이 되면 자기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누구의 엄마, 할머니로 존재하지 여자로 있질 않는다. 근데 몸은 또 아직 건강하고. 그런 노인들에게 길중간이 희망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멋있게 잘 하고 싶었던 거다. 모든 노인분의 로망이 되어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다. 노년의 멜로를 전면에 내세운 작가님의 용기가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이고, 배우로서 길중간 같은 캐릭터를 할 수 있어 행복했고 감사하다. 아주 짜릿했다"라고 의미 있게 되새겼다.

김해숙은 "'국민 엄마' 수식어가 가장 두렵게 느껴지지만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항상 어렵고 그렇다. 제가 연기로 모든 세상의 엄마를 표현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책임감을 엿보게 했다. 끝으로 그는 "말씀드렸지만 제가 진짜 캐릭터 욕심이 많다. 지치지 않냐고들 물으시는데, 아직도 제 안에는 뭐가 있는지 몰라서 뭐든 해보고 싶다"라고 '조직의 보스' 도전을 꿈꾸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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