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한국 쌀 재배기술 전수하는 김충회 코피아 소장[인터뷰]
김 소장, ‘아프리카 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식물보건학 석학
“아프리카 사람들이 쌀을 실컷 먹을 수 있도록 기술적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기아에 허덕이는 수많은 사람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제 삶의 마지막 꿈입니다.”
지난 22일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코피아(KOPIA, Korea Partnership for Innovation of Agriculture) 가나센터에서 만난 김충회 소장(76)은 자신의 꿈을 이처럼 설명했다. ‘코피아’는 농촌진흥청이 진행하는 ‘해외 농업기술 개발사업’을 말한다. 코피아센터는 현재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등 23개 개발도상국에 설치돼 있다.
2020년 9월 이곳에 온 김 소장은 요즘 한국의 우수한 쌀 재배 기술을 가나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가나는 쌀 재배 기술만 높이면 주식인 쌀을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의 연간 쌀 수요량은 192만t인데 자체 생산량은 97만t에 불과합니다. 연간 2차례 쌀을 재배할 수 있지만 낮은 농업기술 때문에 생산성이 낮습니다. 가나의 농민들은 생산성이 낮은 벼 종자를 바탕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쌀 수입에만 연간 12억달러(약 1조5654억원)를 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죠.”
김 소장은 현재 ㏊당 2.9t에 불과한 쌀 생산량을 5t 이상으로 늘린다면 가나가 만성적인 쌀 부족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코피아 가나센터 내부와 아크라주 외곽 다웬야 지역에 조성한 대규모 논에서 과거 한국의 식량자급을 가능하게 한 통일벼를 바탕으로 가나에 적합하게 육종한 신품종 벼를 키워 종자를 확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나의 농지와 자연환경에 맞게 육성한 통일계 신품종 벼인 ‘코리아모(KoreaMo)’는 ㏊당 생산량이 평균 7t으로 이 지역의 재래 벼 품종의 2배가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품종 벼 종자를 가나 농민들에게 보급하고, 물 대기와 비료주기 등 농사법을 알려준다면 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김 소장은 보고 있다.
코피아 가나센터는 올해 60㏊의 농지에서 300t의 우수 벼 종자를 생산해 가나 농민들에게 보급한 뒤 그 양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2027년까지 900㏊의 농지에서 5700t의 우수 벼 종자를 생산해 농민들에게 보급하면 11만4000㏊의 농지에서 벼 재배가 가능합니다. 가나의 전체 벼 재배지(30만㏊) 중 3분의 1이 넘는 곳에서 우리가 개발한 쌀이 재배되면 가나의 쌀부족 사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웬야 지역에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하는 경지정리 및 관개시설 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진행하는 태양광발전소 설치 사업도 진행된다. 정부가 아프리카역 8개 나라를 대상으로 생산성이 높은 벼 종자를 보급하고 농업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펼치고 있는 ‘K-라이스 벨트’ 사업이 가나에서 구체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요즘 가나의 토마토 농업 기술과 양계 기술 수준을 올리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덴마크·미국·일본 등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농업기술을 연구해온 식물보건학 분야의 석학(박사)이다. 농진청에서 농업기술을 연구·보급하는 일을 하다 정년퇴임한 후 2013년 7월부터 2018년까지 케냐에서 농업기술을 전수했다.
케냐에서는 감자 신품종을 보급하고 첨단 재배기술을 전수해 ㏊당 생산량을 3.2t에서 9.2t으로 3배 가까이 늘리고, 선진 양계기술을 가르쳐 소득을 9배 증가시키면서 ‘아프리카 농업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아크라 |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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