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 화재 당시 요사채에는 자승스님만 있었다”

경찰, 자승스님 차량서 메모 2장 발견…DNA분석·유서 필적감정 진행“

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공동취재]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화재 사고 당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는 자승스님(69) 외 다른 출입자는 없었다고 경찰이 확인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30일 “현장 CCTV,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전화 위치 값,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요사채에서 발견된 법구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며 “화재 당시 요사채에는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승 스님)차량 내에서 2페이지 분량의 메모가 발견됐고, 진위 확인을 위해 필적 감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량에서 발견된 2장 분량의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부처님법 전합시다”라고 칠장사 주지 스님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경찰은 칠장사에 있던 다른 스님들은 요사채 외 다른 곳에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요사채 외에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 스님 등 3명은 법당 등에 있었다”며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이 휘발유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갔다는 한 언론 기사에 대해선 “CCTV 영상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며 “플라스틱 통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29일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검정 제네시스를 이용해 홀로 칠장사에 도착했다. 자승스님은 칠장사 주지스님을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요사채에 들어갔으며, 오후 6시 45분쯤 요사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자승스님은 화재 진화에 나선 소방대에 의해 소사체로 발견됐다.경찰은 30일 오전 11시부터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칠장사 현장 감식을 진행 중이다.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자승스님은 종단의 대표적인 사판(행정승)으로 꼽힌다. 1972년 10월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수계를 주는 승려)로 사미계(출가했지만 아직 스님이 되지 않은 남성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를, 1974년 4월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출가한 비구·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를 수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기까지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규정국장, 10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대부분 거쳤다.

2009년 10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해 2017년 두 번째 임기를 마쳤다.

2021년 4월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로 발탁되면서 학교 실권을 잡았으며, 입적 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고 있었다.

30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이 전날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화재로 입적한 자승 스님 장례와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한편 조계종은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종단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자승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모시기로 했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다. 다비장(화장)은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