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승스님 입적’ 다각도로 수사…2장 분량 메모 진위 확인 중

김태희 기자 2023. 11. 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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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스님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입적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국가과학수사관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69)이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30일 합동 감식에 나섰다.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과 관련해 자승스님이 열반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 당시 칠장사 경내에는 주지스님 등 3명이 있었지만, 자승스님의 법구가 발견된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는 자승스님 외 다른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 칠장사 관계자 진술, 휴대전화 위치값,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이같이 파악했다.

CCTV에는 자승스님이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승스님이 가지고 있던 플라스틱 통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그리고 화재와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자승스님의 차량 내에서 발견된 메모에 대해서도 필적 감정을 할 예정이다. 자승스님은 차량에 2장 분량의 짧은 메모를 남겼다. 조계종은 해당 메모가 자승스님의 필적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메모를 자승스님이 직접 남긴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자승스님의 차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고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경찰에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메모도 있었다.

메모가 사실이라면 자승스님은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승스님이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다면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 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자승스님은 최근까지도 전국 교구본사 별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법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타살이나 방화 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감식팀은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현장 조사, 정밀 감정이 필요한 잔해 수집 등을 했다.경찰 관계자는 “칠장사에서 발견된 법구의 명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6시43분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소재 사찰인 칠장사 내 요사채에서 불이 나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자승스님은 당시 칠장사를 방문해 요사채에서 머물렀다. 소방대원들은 사찰 요사채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건물 내부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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