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휴가 나와서 밟았던 첫 서울 땅인데"…'아디오스' 상봉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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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대합실.
김씨는 "가평군 현리에서 근무했는데, 그 시절에는 상봉터미널로 가는 버스밖에 없었다"며 "그때 이후 거의 30년 만에 찾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상봉터미널 관계자는 "어느새인가부터 동서울터미널 버스 노선이 상봉터미널과 겹치게 됐다"며 "시민들 입장에선 굳이 상봉역까지 올 유인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올 3월말 대전을 오가는 노선이 없어지면서, 상봉터미널엔 '원주행' 버스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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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감소하자 폐쇄 결정…4월부터 '원주행' 버스만 운행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군대 휴가 나와서 서울에 처음 발을 디뎠던 곳이 이곳이에요. 벌써 30년이나 됐네요. 마침 일이 있어 오늘 우연히 오게 됐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지막 영업이라네요"
30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대합실. 김현민씨(남·49·가명) 15분 후 출발 예정인 원주행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상봉터미널은 그에게 추억의 장소다. 군 생활을 경기도 가평에서 한 덕에 휴가를 나올 때마다 이곳에 들러야만 했다. 청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곳이다. 김씨는 "가평군 현리에서 근무했는데, 그 시절에는 상봉터미널로 가는 버스밖에 없었다"며 "그때 이후 거의 30년 만에 찾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영업을 마지막으로 상봉터미널은 3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10월 들어 하루 이용객이 20명 미만으로 떨어지자,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4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상봉동의 발전을 지켜본 터줏대감이지만, 휘황찬란한 초고층 건물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탓인지 이날따라 유독 외딴섬처럼 보였다.
터미널을 찾는 승객도 거의 없었다. 이날 운행 예정인 버스는 막차인 저녁 8시 버스를 포함해 4대. 모두 원주 방면이다. 41명 정원에 예약 승객이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10시30분 출발 예정인 버스는 10명이 예약을 했지만, 실제 승객은 4명에 불과했다.
대합실을 제외한 터미널 내부 시설은 폐쇄된 지 오래였다. 미처 철거되지 못한 '필름 카메라' 'OO식당' 간판, 등받이가 헤진 대합실 좌석 등이 그간의 세월을 짐작게 했다. 얼마 전까지 현장 매표소에 직원이 근무했지만, 자동 발매기(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터미널을 떠났다고 한다.
버스 기사 김모씨도 마지막 운행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2015년부터 8년간 매일 원주시와 상봉터미널을 오갔다. 김씨는 "조금이 아니라 아주 아쉽다"며 "이용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단골 승객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상봉터미널은 지난 1985년 문을 열 때만 하더라도 서울 동북권 교통 허브 역할을 했다. 노선도 강원, 영남, 호남 등 다양했다. 하루 이용객이 2만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990년 멀지 않은 곳에 동서울터미널이 들어서면서 승객이 줄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2호선 지하철과 연결된 덕에 상봉역을 찾을 유인이 떨어진 것이다. 승객이 줄자, 운수회사들이 점차 떠나갔다는 것.
상봉터미널 관계자는 "어느새인가부터 동서울터미널 버스 노선이 상봉터미널과 겹치게 됐다"며 "시민들 입장에선 굳이 상봉역까지 올 유인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행객이 줄자, 재정 상황이 악화된 운수회사들이 그나마 유지하던 노선도 없애기 시작했다. 올 3월말 대전을 오가는 노선이 없어지면서, 상봉터미널엔 '원주행' 버스만 남게 됐다.
인근 상인들도 상봉터미널을 떠나기 시작했다. 상봉터미널에는 터미널 외에 경륜장도 있었는데, 그 덕에 인근에 다수의 식당과 숙박업소가 들어서 있다. 터미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터미널 이용객도 많지만, 경륜장을 찾았다가 식사하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며 "터미널이 폐쇄된다는 소식에 인근 상인들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상봉터미널은 내년 상반기 철거될 예정이다.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999세대, 오피스텔 308세대, 상업·문화시설 등으로 이뤄진 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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