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노병’ 허블망원경, 관측 일시 중지…언제까지 버틸까

이정호 기자 2023. 11. 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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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자세 잡는 핵심 부품 ‘자이로스코프’ 고장
지난 23일 ‘안전 모드’ 진입…아직 해결 안 돼
33년간 임무로 부품 노후화…추가 고장 가능성
지구 상공 약 480㎞에 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모습. 자이로스코프 고장으로 지난 23일부터 작동이 정지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구 상공 약 480㎞에 떠 있는 허블 우주망원경 작동이 중단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천체 관측을 위해 특정 방향으로 동체를 돌리는 데 쓰는 부품인 ‘자이로스코프’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발사돼 현재까지 약 100만장의 천체 사진을 찍어 인류 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지만, 30년 이상 운영되며 부품이 노후화됐다. 이번 고장이 해결될 수 있을지, 해결된다고 해도 허블 우주망원경의 남은 수명이 언제까지일지 장담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동체 내부의 핵심 부품인 ‘자이로스코프’ 고장으로 허블 우주망원경에서 ‘안전 모드’가 실행됐고, 이 때문에 모든 관측이 중단됐다고 기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9일 밝혔다.

자이로스코프는 팽이처럼 생겼는데, 허블 우주망원경 동체를 특정 천체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핵심 장치다. 자동차로 따지면 주행 방향을 결정하는 운전대 같은 역할이다.

그런데 현재 허블 우주망원경에서 작동 중인 자이로스코프 3개 가운데 1개가 작동 중 오류를 일으켰고, 이 때문에 ‘안전 모드’가 자동 실행되며 모든 관측이 중단됐다.

주목되는 것은 자이로스코프로 인한 안전 모드 작동이 이달 들어서만 3번이나 일어났다는 점이다. NASA에 따르면 지난 19일, 21일 안전 모드가 작동했다. 당시에는 복구 작업으로 인해 허블 우주망원경이 다시 움직였지만, 지난 23일 일어난 안전 모드는 해결법을 찾지 못해 지금까지 관측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 모드 작동이 구조적인 원인 때문에 일어나 확실한 복구가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NASA가 이번에 안전 모드가 실행된 이유를 찾아 적절한 조치를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노후화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1990년 발사돼 현재까지 무려 33년 동안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고장을 일으킨 자이로스코프만 해도 2009년 교체돼 15년 가까이 운영된 오래된 부품이다. 복구되긴 했지만, 자이로스코프 고장은 2018년 4월에도 일어났다.

일단 NASA는 허블 우주망원경 안에서 운영 중인 자이로스코프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은 1개만을 작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허블 우주망원경은 자이로스코프 3개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고장 난 자이로스코프가 섞여 작동하면서 안전 모드를 유발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NASA는 설명자료를 통해 “자이로스코프 3개를 쓰면 허블 우주망원경의 자세를 교정하는 일이 쉽지만, 1개로도 천체 관측에 별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이로스코프 외에도 허블 우주망원경 부품 대부분이 낡은 상태다. 2021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두뇌에 해당하는 내부 컴퓨터가 고장 나면서 한 달간 임무가 정지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에 우주선을 타고 우주비행사가 접근해 주요 부품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던 NASA의 ‘우주왕복선’은 2011년 모두 퇴역했다. 이 때문에 지금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고장 나면 지구 관제소에서 원격으로 소프트웨어적 수리를 할 수밖에 없다. 특정 부품이 닳거나 깨지는 식으로 물리적인 고장이 나면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고장이 복구된다고 해도 향후 허블 우주망원경의 수명이 길게 남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주과학계에서는 제기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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