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2시 잠정 휴전 끝 앞두고, 네타냐후 “끝까지 싸운다” 선언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2023. 11. 30. 12: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일 휴전에 이스라엘 측 인질 97명과 팔레스타인인 죄수 180명 맞바꿔
휴전 연장돼 인질 풀려날 때마다, 되레 하마스가 이스라엘 내 ‘전쟁 종식’ 여론 부추겨
강경 우파 연정 세력, “전쟁 멈추면 정부 해산도 불사” 성명

지난 24일부터 시작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은 현 상태에선 한국시간으로 30일 오후 2시(현지시간 오전 7시)에 끝난다. 애초 4일 예정으로 시작한 이스라엘군의 잠정 휴전은 이스라엘 측이 27일 추가로 이틀 연장에 합의하면서, 6일로 늘어났다. 현재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협상 중재팀은 이 잠정적인 휴전을 연장하려고 애쓰고 있다.

29일 이스라엘인 인질 10명과 러시아ㆍ이스라엘 이중국적자 2명, 키부츠 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4명이 추가로 풀려나면서, 지금까지 석방된 이스라엘 측 민간인 인질은 모두 97명에 달한다. 이 중 이스라엘 국적이 73명, 외국인이 24명으로,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였다.

11월30일 테러집단 하마스로부터 풀려난 이스라엘 측 인질들이 이스라엘군 요원들과 함께 미니버스를 타고, 이스라엘 라마트간의 셰바 메디컬 센터에 도착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아직도 159명의 이스라엘 측 인질이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의 무장테러집단에 억류돼 있다고 추정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29일 추가로 30명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풀어주면서, 지금까지 18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카타르에서 휴전 연장을 위해 노력 중이고,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의 한 고위 관리는 “2,3일 휴전을 연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 관리들도 “(휴전 연장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29일 이 휴전이 ‘영구적인’ 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최근 며칠간 ‘인질 석방 단계를 최대한 활용한 뒤에 다시 싸울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내 대답은 확실하다. ‘예스’다”라고 말했다.

지난 7주간의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 희생자 수는 1만3000여 명(하마스 보건부 발표). 전쟁을 멈추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계속 커진다.

그러나 ‘하마스 제거’를 전쟁 목표로 세운 이스라엘 정부로서는 ‘영구적인 휴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치 상황과 여론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휴전이 길어질수록, 네타냐후 총리와 우파 연정(聯政)을 이루는 강경우파 정당의 반발이 거세져, 간신히 이룬 과반(過半) 연정 자체가 위태해지기 때문이다. 또 휴전이 길어지면 전쟁 동력(動力)을 잃고, 테러집단 하마스가 되레 이스라엘 여론의 흐름을 주도할 수도 있다.

◇네타냐후 “끝까지 싸운다는 게 국민 모두의 생각”

네타냐후 총리는 29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안보 내각 전체, 모든 병사, 국민이 같은 생각이고 이게 내 정책이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헤르치 할레비 IDF 총참모장도 “이스라엘군은 휴전이 끝나면 가자에서 다음 단계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중과 지상, 해상 모두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즉각 작전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 연합인 청백연합의 대표로 전시내각에 참여한 온건파 정치인 베니 간츠 전(前)참모장도 “지금 (인질 석방)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되, 동시에 어느 순간에라도 전투에 재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는 계속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가자 지구의 어느 곳으로든 확대될 수 있으며, 피난민을 보호할 도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와 과반 연정을 구성한 극우정당 “전쟁 멈추면 정부 해산”

네타냐후의 ‘전쟁 계속’ 발언은, 그와 연정을 구성하는 극우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발언 다음에 나왔다. 벤-그비르는 성명을 내고 “전쟁을 멈추는 것은 정부를 해산하는 것”이라며 연정 붕괴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벤-그비르는 휴전에 매우 비판적이며,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은 120명 의회(크네세트)에서 오츠마 예후디트를 포함해 모두 7개 우파 정당(64석)이 참여한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오츠마 예후디트(6석)이 빠져나가면, 네타냐후는 다시 연정을 구성하거나 총선을 또 치뤄야 한다.

그러나 10월7일 하마스에 기습 공격을 당한 이래, 네타냐후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신뢰도는 4%까지 추락했고, 지난 주 일간지 마리브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7%가 온건파 베니 간츠를 선호하는 총리 1순위로 꼽았다. 네타냐후는 27%에 불과했다. 총선을 다시 치르는 것은 네타냐후에게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인질 풀려날 때마다, 이스라엘 내 ‘전쟁 종식’ 여론 커져

그간의 잠정 휴전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이득이었다. 이스라엘은 240명이 넘는 인질 중 일부라도 풀려나게 할 수 있었고, 무장 테러집단 하마스는 가자 지구 북쪽에서 패주(敗走)한 대원들을 재규합하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서 풀려나는 수감자들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체포된 팔레스타인인들이다. 따라서 죄수들이 풀려날 때마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점령ㆍ관리하는 요르단강 서안(西岸ㆍWest Bank)에서도 하마스 지지도는 높아진다. 그만큼, 서안의 치안 상황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11월29일 자정을 넘겨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풀려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들이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 도시인 라말라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또 이스라엘 측 인질이 계속 석방되고 그들과 인질 가족이 겪었던 고통이 계속 뉴스화할 때마다, 이스라엘 내에선 빨리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모두 석방하라는 요구가 계속 커진다. 이스라엘의 좌파 일간지인 하레츠는 “인질이 풀려날 때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국민 감정을 주도하게 돼 이스라엘 정부로선 딜레마에 빠진다”고 평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막대한 팔레스타인인 희생자 수를 의식해, 이스라엘에 전면 공격을 포기하고 ‘외과수술적’인 공격으로 전환하라고 압박한다. 휴전이 길어질수록, 국제사회의 ‘전쟁 종식’ 압력은 커지고 이스라엘군은 전쟁 동력을 잃게 된다.

휴전이 연장돼 민간인 인질이 다 풀려나면, 인질ㆍ수감자의 교환 ‘셈법’도 달라진다. 연장된 지난 이틀 간 교환 비율은 이스라엘 측 민간인 인질 1명 당 팔레스타인 죄수 3명 꼴이었다.

그러나 하마스에 붙잡힌 이스라엘 병사들을 구출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하마스는 더 굵직한 팔레스타인 죄수들이나 더 많은 숫자의 죄수 맞교환을 요구할 것이다. 하마스에 5년간 납치ㆍ억류됐던 이스라엘군 병사 길라드 샬리트가 2011년 풀려날 때에는, 종신형 죄수 28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27명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석방됐다.

네타냐후 총리로선 남은 인질 약 150명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도 ‘하마스 제거’를 위한 전쟁을 다시 시작할지, 안팎의 여론에 밀려 ‘영구 휴전’ 단계로 넘어갈지 매우 곤혹스러운 딜레마에 빠졌다. 이것은 애초 민간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의 민간인을 납치한 테러집단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강력한 대응을 예상하면서도 의도했던 것이기도 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