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마르고 건강했던 그 50대 남성, 왜 돌연 심장이 멈췄을까
심장이 멈추던 날의 기억
A 씨의 심장이 멈추던 날 기억은 바람이 서늘한 가을밤에서 출발했다. 초저녁 들었던 잠에서 깬 터라 눈이 말똥말똥했다. 뒤척이는 걸 눈치챘는지 강아지가 산책을 가자며 칭얼댄다. 목줄과 입마개를 챙겨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고 한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낀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만날 걷던 길이었지만 낯설었고, 꿈을 꾸는 것처럼 몸이 허공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가슴 통증이 유발된 건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할 때였지만, A 씨는 심각한 통증이 있기 전부터 보통 때와는 다른 이상한 느낌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하려고 하는 순간 제 심장이 멈췄다고 합니다. 의료진이 심폐 소생술을 했는데 그러고도 두 번을 더 멈췄다고 해요. 세 번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죠."
A 씨는 심장이 멈추기 전 누군가 심장을 꽉 움켜쥐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신체 상태라는 것을 직감했으며, 방 안을 데굴데굴 구르며 구토를 했고, 119보다 동생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동생이 119에 연락해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왔는데 단 몇 분만 늦었더라도 A 씨는 눈을 뜨지 못했을 것이다. A 씨의 심장마비 원인은 바로 심근경색이기 때문이다.
마르고 건강한데도 심장이 멈춘 이유
비만과 전혀 상관없는데도 콜레스테롤 덩어리로 심장이 멈출 수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혈액검사 결과 A 씨의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는 135 mg/dL로 정상 90~130보다 약간 높은 편이었고, 중성 지방 수치도 약간 높은 범위(155-199mg/dL)에 불과했다. 주치의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나쁜 콜레스테롤의 노출 효과' 때문에 심장 마비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LDL, 중성 지방 같은 나쁜 콜레스테롤들이 정상보다 얼마나 높은 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일종의 수직적인 개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에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되었느냐? 즉 수평적인 개념이 더해졌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나쁜 콜레스테롤에 노출되면 A 씨처럼 비만하지 않고 설령 수치가 지나치게 높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심장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먼저 혈관을 미세하게 찢고 그 작은 구멍을 통해 혈관 안으로 들어온다. 젊었을 때야 몇 개의 작은 구멍들로 기름기가 들어와도 전체 혈관이 막히지는 않는다. 문제는 한 번 생긴 혈관 구멍은 흉터로 계속 남는다는 것이다. 나무에 박힌 있는 못을 빼도 흔적이 남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작은 구멍을 통해 끊임없이 나쁜 콜레스테롤이 들어오면 결국 혈관은 막힐 수밖에 없다.
유럽공동연구를 보면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아도 스무 살 때는 심근경색 위험도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20년의 시간이 축적돼 마흔 살이 되면 심장마비 위험이 2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무 살 때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라도 그 높고 낮음에 따라 60세 때의 심장 마비 위험은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Impact of Lipids on Cardiovascular Health: JACC Health Promotion Series). 치료약을 먹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더라도 되돌린 치료 시기가 50세 이후이냐, 이전이냐에 따라 심장병 위험이 3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Association of Incident Cardiovascular Disease With Time Course and Cumulative Exposure to Multiple Risk Factors, J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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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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