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3) 옛것에 다시 혼을 불어넣은 파라도르

2023. 11.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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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허물지 않는다.

스페인은 고성(古城)과 수도원 같은 문화· 예술· 역사적 가치가 풍부한 곳이나,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파라도르를 만들었다.

학자들은 문화예술로써 쇠퇴한 도시를 되살리는 문화적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파라도르를 든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파라도르는 파라도르의 호텔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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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허물지 않는다. 부수고 다시 짓는 것보다는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최대한 보존한다. 바로 스페인의 공기업인 국영 파라도르 호텔이 추구하는 바이다. 스페인은 고성(古城)과 수도원 같은 문화· 예술· 역사적 가치가 풍부한 곳이나,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파라도르를 만들었다. 학자들은 문화예술로써 쇠퇴한 도시를 되살리는 문화적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파라도르를 든다.
혼다리비아 파라도르 전경. ⓒ Paradores 호텔
스페인에는 우리의 시·도에 해당하는 16개의 자치공동체가 있고, 스페인 전역에 97개의 파라도르 호텔 체인이 있다. 파라도르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0년 스페인 정부는 국영 호텔 체인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숙박을 제공하고, 세계적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했다. 알폰소 13세 국왕이 큰 노력을 기울였고, 1928년 국왕이 직접 선정한 곳인 그레도스에 첫 번째 호텔을 만들었다. 스페인은 2019년 세계경제포럼이 주관하는 세계관광경쟁력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스페인의 관광 경쟁력은 우수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파라도르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에 기인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파라도르 정문. ⓒ Paradores 호텔
혼다리비아 파라도르 내부. ⓒ Paradores 호텔
파라도르 체인 중에서 꼭 가봐야 하는 두 곳을 소개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파라도르는 파라도르의 호텔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이 파라도르는 1499년경 가톨릭 군주의 명령에 따라 르네상스 스타일로 지었다. 최초에는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쉬거나 치료받던 왕립 병원으로 사용됐다. 많은 관광객과 순례자가 모이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옆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호텔의 정문은 현대식으로 꾸몄지만, 원래 건물의 고풍스러움은 그대로다.

이곳은 500년이 넘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여기서 하루 묵는다면 식당을 꼭 가봐야 한다. 그 이름이 무려 ‘왕의 레스토랑’(Restaurante Dos Reis)이다. 예전에는 수백 년의 전통에 따라 하루 10명의 순례자에게 무료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호텔의 중심부에는 왕실 예배당이 있는데, 1912년에 중요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리로 치면 국보급 문화재에 해당한다. 국보가 있는 호텔이라니 참 매력적이다.

왕처럼 머물고 싶다면 혼다리비아 파라도르에 가야 한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은 원래 스페인 카를로스 1세의 고성(古城)이었다. 이 성은 10세기에 나바라 왕국의 산초 아바르카왕이 강변을 조망하는 군사 요새로 만들었다. 이후 16세기에 카를로스 1세가 현재의 모습으로 지었다. 호텔의 갈라 홀에는 루벤스가 디자인한 태피스트리 장식이 벽에 걸려 있다. 꼭 감상할 필요가 있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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