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준금리 피크아웃" 베팅에··· 뒤바뀐 채권·금-달러화 분위기 [뒷북 글로벌]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입력 2023. 1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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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지수 4개월래 최저··· 미 국채 10년물, 한달새 65bp↓
시장 '내년 5월 중 기준금리 인하' 전망 1분기로 당겨져
연준 대표 매파 월러 이사도 "인플레 낮아지면 금리 인하"
[서울경제]

미 금융 시장에서 금리가 정점(peak)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리 인하 시점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5~6월께로 내다봤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매파 인사까지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으면서 그 시점이 당겨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달러화 가치와 미 국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금값은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고 유로와 엔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전일대비 4.3bp(1bp=0.01%포인트) 하락(채권가격 상승)한 4.281%를 나타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65.1bp나 떨어진 수치로, 채권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강세다. 불과 지난달 23일 장중 5.022%를 찍으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래 처음으로 5%대에 고착할 수 있다고 우려하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방향 전환이다. 금값도 상승세로, 12월물 금 선물은 이날 장중 0.31% 오른 온스당 2046.30달러로 6개월래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전일대비 0.1% 하락한 102.64를 나타내며 10월 말 대비 3.77%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달러 강세가 무색할 정도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달러화 가치는 1년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유로화는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8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10달러를 넘어섰고 엔화 역시 강세를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대표적 매파(긴축적 통화정책 선호) 인사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11월 들어 금융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한 이유는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퍼지기 때문이다. 그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가 약세를 면치 못한 반면 달러화 가치는 승승장구했으나, 이 흐름이 끝날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은 순간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달러화의 단기적 대체재로 꼽히는 금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이날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몇 달 더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책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의 발언은 금리 인상 흐름이 끝났다는 시장 관측과 맥락이 같으며,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만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암시로 받아들였다. 아트 호건 비 라일리 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그의 발언이 이렇게까지 비둘기파로 기운 적은 없었다. 새로운 이번 발언은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자인 빌 애크먼도 이날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착륙 위험이 있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스왑시장 데이터를 보면 트레이더들은 내년 6월 연준의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으며 5월 인하 가능성도 80%로 보고 있다. 애크먼 회장은 금리 인하 시점을 이보다 이르게 예측한 셈으로, 미국 경기의 급랭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 경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내년 중반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마이클 게펜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브리핑에서 “(작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2024년 6월부터 분기당 25bp의 속도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도 내년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미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에 따라 실업률이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음 달 12·13일 열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8.7%로 본다.

다만 연준 내에는 여전히 미국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인 목소리도 남아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이날 유타주 은행연합회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인 2%로 적기에 되돌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로 올려 통화정책을 충분히 긴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내가 지속해서 기대하는 경제 전망의 기본 시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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