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22% 수익' 미술품 조각투자, 토큰증권으로 새지평 연다

류준영 기자 2023. 11.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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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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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품을 대중화하는 길을 먼저 열어 보이겠다."

다양한 미술품이 보관된 서울 강남 삼성동 소재 열매컴퍼니 미술품 수장고. 이곳에서 만난 김재욱 대표는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르면 내년 본격적인 STO(토큰증권발행)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 속에 열매컴퍼니는 이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STO는 실물·금융자산의 지분을 작게 나눈 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ST(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한 증권을 말한다. 미술품과 부동산도 그 대상이다.

그동안 미술품 투자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유명 미술 작품들이 고가인데다 값을 평가하는 과정도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 없이 섣불리 판단할 수 없고 복잡한 탓이다.

열매컴퍼니는 이런 미술품 거래 시장에 공동구매 형식으로 변화를 일으켜 유명세를 탔다. 2018년 국내 첫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유명작가의 작품 소유권을 분할해 소액으로 일반인들에게 팔고, 작품 가격이 오르면 매각해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열매컴퍼니가 미술품을 직접 매입한 뒤 아트앤가이드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모집한다. 만약 10억원대로 가격이 매겨진 미술작품이라면 100만원짜리 구좌 1000개로 나누어 재판매하는 형태다. 이후 작품가치가 상승하면 매각해 수익을 나눈다.

열매컴퍼니는 이를 통해 지난 6월말 기준 168개 작품을 공동구매했고, 이중 109개 작품을 매각, 평균 29%(보유기간 10개월)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트엔가이드에서 다룬 첫 작품은 김환기 작가의 '산월'이다. 투자자 모집 7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히트를 쳤다. 이후 2개월이 지나 이 작품의 가격 상승률이 22.22%를 찍었을 때 매각했다. 김 대표는 "미술품 조각 투자자들은 빠른 회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20%대 수익이 발생하면 빠르게 매각한다"고 귀띔했다.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열매컴퍼니는 연내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노리며 제도권 시장 편입을 꾀하고 있다. 미술품이 ST 영역으로 넘어가면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가능해진다.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 내 유통시장이 생긴다는 의미로 수익성·환금성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면 미술품을 대체투자상품으로 고려하는 고객들이 더 늘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열매컴퍼니는 이를 위해 10월 13일 금융감독원에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투자자 1인당 최대 청약금액 및 투자금액(1000주, 1억원→300주, 3000만원)을 축소한 투자자 보호 조건 강화, 투자계약증권 운영기간 3년 제한 등 금감원의 요구를 반영한 정정신고서를 24일 제출, ST 발행을 위한 시스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술품의 경우 무엇보다 정확한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부분의 난제를 극복해야만 ST 발행을 꿈꿔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다른 자산들은 비슷한 상품들이 많아 비교 평가법이 존재하나 미술작품은 거의 온리원(Only One)이라 가격 산정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말했다.


열매컴퍼니는 이런 허들을 자체 개발한 '미술품 가격산정시스템'으로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증권신고서에 담긴 설명을 보면 이 시스템은 작가와 작품, 연도 등에 미술품에 대한 정보 국내외 미술품 경매 데이터 등을 수집해 해당 기초자산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작품들의 가격흐름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은 경매로 가격이 정해진다. 갤러리 대표, 경매장에서 일하는 톱 딜러들은 자신만의 가격 산정 로직을 갖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우선 이들의 노하우를 모으고, 미국 감정평가협회에서 원가, 시장가 등을 기반으로 미술품 시가를 측정하는 방법과 전 세계 70만 건 이상의 거래 데이터를 한데 모아 가격을 산정하는 로직을 만들었다. 열매컴퍼니는 이 기술을 '미술품 판매가격 범위 결정 방법 및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등록했다.

김 대표는 "향후 발행할 ST 형식의 미술조각상품은 자본시장법으로 보호받아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다. 때문에 지금껏 해볼까 말까 망설였던 많은 잠재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전처럼 작품이 재매각돼 수익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국거래소 내에서 내가 보유한 ST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해 내가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거나 더 가격을 올려 이윤을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대체투자자문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미술품 투자 관련 보고서를 낸 적도 있다. 그 매력에 빠져 직접 콜렉팅도 했고, 간송미술관 운영팀장으로 이직도 했다. 그런 그가 미술품 공동구매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건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으로 비춰진다. 그는 "회계사 때 배웠던 금융기법과 지식을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철저히 준비해 ST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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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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