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대 인구 앞세워 데이터 축적… 판결문까지 AI로 ‘뚝딱’ [심층기획-‘챗GPT’ 등장 1년]

이우중 2023. 11.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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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급성장한 中 인공지능, 성과·한계
美, 엔비디아 A100 등 ‘對中 수출’ 막자
中, 화웨이 개발 칩 등으로 돌파구 마련
바이두 등 IT업계 ‘챗GPT 대항마’ 속속
“매년 2조달러 경제적 이익 창출” 전망도
美 기술 통제 장기화 땐 ‘반도체 수급난’
민감한 질문 대화 중단… 당국 눈치 여전
200여 거대언어모델 AI응용 미흡 걸림돌

중국은 거대 인구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보다 많은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를 축적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느슨한 것도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AI 모델의 성능은 사용 가능한 학습 데이터의 양에 비례한다. 따라서 중국의 AI 발전 속도는 꽤 높은 편이며 현재 이 분야 선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야심 찬 목표를 추진 중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많은 분야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거대 시장과 인구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이를 차세대 먹거리로 띄울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변수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등 견제다.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당장 중국의 AI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판결문도 AI가… 자체 AI챗봇 속속

펑파이신문 등은 28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이 최근 ‘생성형 AI의 판결문 작성 보조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쑤저우시 중급법원은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 대출과 노동, 주택 임대 계약 분쟁 등 사건 판결문 작성에 생성형 AI를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복잡한 유형의 사건이나 법원의 다른 사무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원이 도입한 생성형 AI 시스템은 판사가 사건 관련 정보와 재판 기록, 판례 등을 입력해 생성형 AI가 판결문을 작성하도록 한 뒤 보완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법률 문서 가운데 사건 관계자와 사실관계 확인 부분의 정확도는 95%를 넘었고, 판결문의 완성도는 70%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은 물론 여러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중국판 챗GPT’로 불리는 자체 개발 생성형 AI 모델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는 지난 8월 출시한 AI 챗봇 ‘어니봇’이 공개 24시간 만에 240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3342만여 건의 질문을 받으며 주목받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알리바바가 ‘퉁이 첸원’, 텐센트가 ‘훈위안’, 센스타임이 ‘센스챗’을 각각 개발하는 등 중국 IT 업계에서 챗GPT 대항마격 AI가 계속 공개되는 중이다.

중국의 AI에 대한 열망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2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중화권 지사 수석 파트너 조 응아이는 “중국 기업이 데이터 주도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AI와 디지털화는 중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파트너 바이올렛 정은 “생성형 AI는 중국에서 매년 2조달러(약 2577조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반도체 수급난… 한계도 뚜렷

중국의 AI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국내외에서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첫손에 꼽힌다. 미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당국이 ‘중동의 오픈AI’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표 AI 기업 G42를 중국과의 밀착을 이유로 감시망에 올렸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G42 제재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UAE가 중동 안보를 위한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 할지라도 중국과의 AI 협력에는 예외 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기준에 맞춰 엔비디아가 새로 개발한 AI용 반도체 칩 출시도 연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새로 개발한 중국용 제품 3종 중 가장 강력한 ‘H20’ 출시를 내년 1분기로 연기한다고 중국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이 제품들은 AI 작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수출통제 규정에 맞추기 위해 성능 일부를 줄인 것으로, 출시가 지연된 것은 서버 제조업체들이 반도체를 제품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다. 바이두는 화웨이가 개발한 910B 어센드 AI 칩 1600개를 주문해 지난달까지 1000개를 인도받았는데, 이 AI칩은 미국이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 AI칩 A100의 대체재로 개발된 것이다.

당국의 과도한 통제도 중국 AI 생태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 국가인터넷판공실 등 7개 부처는 지난 7월 ‘생성형 AI 산업 관리 규정’을 발표하고 8월 시행에 들어갔다.

규정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공되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해야 하고, 서비스 제공자들은 제품 출시 전에 보안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당국이 생성형 AI의 혁신적 개발을 독려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앞서 발표한 초안보다는 훨씬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중국 AI챗봇들이 ‘민감한 질문’을 받으면 대화를 중단하고 화제를 전환하는 등 업계가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도한 경쟁 속에 실속을 차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두 리옌훙 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 한 포럼에 참석해 중국 내 거대언어모델(LLM)이 200개 넘게 등장했다며 “중국에는 너무 많은 LLM이 있지만 그러한 모델들에 기반한 AI 응용프로그램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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