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가자지구, 이대로 가다간 질병 사망자가 전쟁 사망자 추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을 경우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보다 질병으로 죽는 이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사망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6000여명에 달한다.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 5명 중 4명꼴인 180만여명이 집을 잃고 유엔 등이 마련한 대피소나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일시 휴전 합의에 따라 구호품이 가자지구로 공급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WHO는 밝혔다. 붕괴된 의료 시스템과 식수 공급을 위한 담수화 시설 등을 복구하기에는 휴전 기간이 너무 짧은 점도 지적했다. 해리스 대변인은 “음식과 물, 의약품은 물론 병원 운영에 필요한 연료도 부족하다”면서 “특히 깨끗한 식수 부족과 인구 밀집으로 감염병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영유아 설사병 증세가 정상 수준보다 100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호흡기 감염 및 머릿니 등 악화된 위생 상태에 따른 전염병도 늘고 있지만 치료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피란민이 밀집한 남부 지역 위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2~3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한다고 WHO는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북부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일시 휴전 기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가자지구 책임자인 제이슨 리 사무소장은 “50일간의 폭격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잔해만 남았다”며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조리를 위한 가스나 음식·물을 얻기 위해 매우 긴 줄이 늘어서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전체 병원의 4분의 3 이상이 폭격과 연료 부족으로 문을 닫았고, 1차 진료소의 3분의 2가 폐쇄됐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집중된 가자지구 북부 지역은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WHO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공격하고 병원장 등 의료진을 구금한 데 대해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엘더 유엔아동기금 대변인은 “의료진이 부족해 제때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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