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무브]⑥ 유장훈 유진투자증권 실장 “내년 조단위 대형주 투심도 살아날 것”
2개팀 체제 구축·인력 확충 속도
”건수 기준 IPO 빅하우스” 목표
‘20조’. 2021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들어온 돈이다. 사상 유례없는 유동성 홍수 속에서 만들어진 성적표다. 하지만 미국의 긴축 기조로 인해 잔치가 끝났다. 대어(大魚)들이 활개 치다 사라진 빈자리는 중소형주가 채우고 있고, 아무 공모주나 투자해도 이익을 내던 것도 옛일이 됐다. 최근 시장이 꿈틀댄다고는 하나 팬데믹 때와 같은 활황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투자자는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요 증권사 IPO 본부장들을 만나 시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IPO(기업공개) 하우스로 꼽힌다. 올해 총 5건의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는데, 4건이 하반기에 몰렸다. 10명이었던 조직은 13명으로, 단일부서였던 IPO실은 2개팀 체제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증권에서 유진투자증권으로 적을 옮긴 유장훈 IPO실장이 이끌었다. 국내 최초 외국 합작 증권사였던 대유리젠트증권(현 상상인증권)에서 IPO 업무를 배운 유 실장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을 거쳐 1999년 여의도 입성 당시 첫 직장이었던 유진투자증권으로 돌아왔다.
IPO 시장에서 존재감이 적은 유진투자증권으로의 이동이었지만, 유 실장은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카카오페이 등 빅딜을 이끈 유 실장은 IPO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은 IPO는 참여자 모두에게 효익으로 돌아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 실장은 “IPO는 좋은 기업이 시장에 소개되는 일인 동시에 상장 기업에는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된다”면서 “벤처캐피털(VC)과 같은 기존 투자자는 회수한 투자금으로 다른 기업의 성장에 보탬을 준다”고 말했다.
유 실장 주도하에 유진투자증권은 하반기, 그리고 내년 상반기 딜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장을 추진하는 중소형사를 핵심 공략 지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 기업들이 주관사 모집을 할 때마다 유진은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년 상장 주관을 위한 몇몇 기업 지정 감사 신청도 마쳤다.
유 실장의 이 같은 행보 뒤에는 내년 IPO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확신이 깔려있다. “경기에 사이클이 있듯이 IPO에도 사이클이 존재한다. 바닥은 확실히 다져졌다”는 유 실장을 유진투자증권 사무실에서 만났다. 현재 시장 분위기와 내년 전망을 물었다.
─유진투자증권으로 오자마자 조직 규모부터 키웠다. 부담은 없나.
“유진투자증권은 IPO 주관에서는 사실 유력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현재는 가능한 많은 딜을 수행하고, 또 좋게 마무리해서 유진투자증권도 IPO 주관을 잘한다는 평판을 쌓아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원을 갖추는 게 필요한 일이다.”
─인력이 늘어난다고 일감(딜)이 그에 맞춰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조 단위 빅딜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꾸준히 주관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생산능력이라고 불리는 ‘캐파’가 중요해진다. 우선은 공동 주관을 늘려 유진투자증권도 IPO를 한다는 점을 알릴 예정인데, 다행히 시장이 긍정적이다.”
─시장이 긍정적이라는 말은 IPO 시장이 침체가 아니라는 말인가.
“차츰 개선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바닥은 지나갔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만 보더라도 공모 규모가 큰 IPO는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오버행 부담이 있는 회사도 외면받았지만 변하고 있다. 공모 규모가 커졌다. IPO 사이클상 반등 시점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IPO 사이클을 더 설명해 달라. 어떤 주기로 오나.
“20년 넘는 시간 동안 IPO만 봤는데, IPO에도 분명한 주기가 있다. 천천히 상승해 고점에 이르고 빠르게 식었다가 다시 달궈진다. 2020년 5월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작년 LG에너지솔루션까지 시장이 올랐고, 이후 급격히 식기 시작해 올해 초 바닥을 찍었다.”
─주기에 따르면 이제는 좋아져야 하는데, 서울보증보험의 상장 철회가 있었다.
“이제 막 날갯짓을 배운 새에 비유하면 맞을 것 같다. 계속 날갯짓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두산로보틱스가 한번 날아올랐고, 지금 계속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상태다. 날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한차례 위기를 겪었다고 해석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내년 IPO 시장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렇게 보고 있다. 하반기 유진투자증권이 분주했던 이유도 사실은 내년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지난 9월이 바빴는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준비하기 위해 주관 계약을 맺고 또 지정 감사까지 마치기 위해 바빴다.”
─대기업딜, 이른바 조 단위 빅딜도 나올 것이라고 보나.
“유진투자증권이 빅딜을 주관하는 곳이 아니라 구체적인 움직임은 알 수 없지만, 대기 중인 기업은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시장이 좋아져야 좋은 딜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대기업 딜이 시장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저라면 준비할 것 같다.”
─최근 관심을 두고 살피는 업종은.
“로봇 업종, 그리고 이른바 K콘텐츠 기업들을 좋게 보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의료테크 기업도 좋을 딜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른바 IPO 시장에서 먹히는 기업은 아직은 기술력이 낮지만, 정부 지원 등으로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해당 업종에서 이른바 시장의 관심을 끌 좋은 기업은 어떻게 판단하나.
“좋은 기업의 판단 기준 중 하나로 그동안 이뤄진 투자를 본다. 예컨대 VC의 활발한 투자가 이뤄진 곳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기술 기업이라고 가정하면, 나는 전문이 아니지만 관련 전문가가 해당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본다는 의미다.”
─VC 투자가 많은 곳은 당장 오버행 부담으로 외면받지 않나.
“IPO 담당자는 상장이 될지 안 될지 일단 심사를 통과할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기술을 잘 아는 혹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VC, 특히나 유명한 VC들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 해당 회사는 간접적으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믿을만한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뻥튀기 상장 논란 등 기술특례상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비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술특례상장이 갖는 긍정적인 면도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술 개발을 하고, 상장으로 회수된 자금이 또 투자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목표가 있다면.
“현재 2개팀인 IPO실을 팀당 10명, 총 30명의 3개팀 체제로 구축해 주관 건수에서만큼은 이른바 IPO 빅하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 또 주관 실적으로 주관 기회가 부여되는 빅딜 참여는 당장은 못 하겠지만, 중소형주에선 잘하는 IPO 하우스라는 얘기를 듣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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