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짱’의 이유 있는 자신감 “아직 나를 믿는다”

김세영 기자 입력 2023. 11. 30. 06:00 수정 2023. 11. 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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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상에서 극적으로 추락한 장하나 인터뷰
처음엔 차 사고 내거나 계단서 구를까도 생각
주변사람과 스폰서 보답 위해 이 악물고 출전
80타 쳐도 원하던 샷 하나둘 돌아오니 기뻐
여전히 마지막까지 물고뜯어···그게 재기 희망
새로운 도약을 바라며 점프를 하고 있는 장하나. 사진=유영호
[서울경제]
극적인 추락이다. 최정상에서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힘든 시기를 지나온 장하나는 그러나 씩씩하다. 그는 희망을 노래한다. “무조건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들어봤다.

‘장하나 미스터리’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연속 1승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내던 장하나가 지난해부터 거의 모든 대회 컷 탈락을 했다. ‘장타 소녀’ ‘에너자이저’로 불리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9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그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그의 스윙을 보고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하나는 최근 2년 동안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올해는 28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 17회, 기권 9회를 기록했다. KLPGA 투어 역대 통산 상금 1위(57억 6763만 원)인 그가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고작 579만 원이었다. 상금 랭킹 꼴찌다.

대회에 나갔다 하면 아마추어처럼 80대 타수를 넘겼다. 지난 8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첫날 88타를 쳐 2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자동 컷 오프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 가장 잘 친 게 이븐파다. 그것도 딱 한 차례다. 상금뿐 아니라 각종 기록도 최하위다. 평균 타수 120위(80.73타), 그린 적중률 120위(29.13%), 평균 비거리 120위(203.96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119위(52.38%)다.

부진의 원인은 잘못된 스윙 교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지난해 스윙을 바꾸려고 하다 모든 게 흐트러지고 말았고, 좀체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무협소설 용어로 표현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진 상태다. 이는 몸 안에 도는 기를 통제하지 못해 내공이 역류하거나 폭주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치료가 쉽지 않다. 장하나는 이대로 주저앉을까.

그 답을 장하나에게 직접 들었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선수들은 보통의 경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까닭에 별 기대를 안 했지만 장하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하게 오케이(OK)를 했다. 그리고 인터뷰 현장에서 씩씩하게 답변을 했다.

장하나는 “지난해에는 원인을 모르고 지나가는 바람에 올해 더 큰 화를 입었다”며 “올 시즌 초반에는 차를 어디에 박아서 사고를 내거나 계단에서 굴러 어쩔 수 없이 쉬는 상황을 만들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원을 꾸준히 해주는 스폰서들을 위해서 출전을 강했다고 한다.

바닥까지 떨어진 장하나는 희망을 얘기했다. 그는 “80타를 치면서도 내가 원하던 샷이 하나둘 나오는 걸 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나는 무조건 우승할 자신이 있다. 나를 아직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승을 하면 그 해 은퇴를 하고 싶을 정도로 현재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고 했다.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뭐가 문제인가.>>>

“일단 스윙을 조금 더 편안하게 치려고 했던 게 안 좋게 작용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23년 골프를 하면서 최고의 스윙은 아니지만 나에게 최적화된 스윙을 해온 덕분에 19승을 올렸을 텐데, 그걸 잊고 다른 스윙으로 바꾸려고 욕심을 부린 게 화근이 된 것 같다.”

원래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스윙을 조금씩 바꾼다. 근데 바뀐 스윙이 도대체 어떠했기에 그런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나.>>>

“스윙을 바꾸더라도 기본 틀은 놔둔 상태에서 다른 자잘한 걸 바꿔야 한다. 근데 아예 큰 동작을 바꾸면서 다 꼬인 거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가 꼬여버렸다. 예를 들어 긴장을 하면 본능적으로 나와야 하는 것들이 있고 반응 속도도 확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것 또한 굉장히 무뎌질 만큼 다 무너졌다. 어떻게 보면 골프에서 어드레스가 시작점이라고 하지만 볼을 치기 위한 시작점은 톱 스윙이다. 톱에서 어느 정도 준비가 돼야 구질을 좌우할 수 있는 게 나온다. 근데 톱 스윙과 테이크 백 자체를 바꿔버리니까 시작점이 어긋나면서 마무리까지가 안 됐던 것 같다.”

스스로 원인 파악을 다 했다. 그런데도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많은 분들도 ‘네가 22년 동안 그 스윙을 해왔는데 고작 1년 그렇게 바꿨다고 돌아오지 못하느냐’며 궁금해 한다. 하지만 선수가 공이 하나가 안 맞으면 그날 안 좋아지는 상황도 생기지만, 어떻게 보면 그걸로 인해 빨리 정신을 차려서 좋아질 수가 있다. 그런데 내가 망가지는 걸 못 느꼈다. 되돌아보면 지난해부터 조금씩 안 좋아졌던 것 같다. 근데 지난해에는 그냥 공이 좀 안 맞는 것 같다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올해처럼 확 안 좋아진 게 보였으면 그걸 느끼고 고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조금 조금씩 뭔가 어긋나듯이 안 됐기 때문에 별 의심이 없었다. 그냥 ‘샷이 조금 안 되네’ 이 정도로 가볍게 넘어갔다. 그게 올해 큰 화가 된 것 같다.”

장하나 하면 원래 파워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런데 거리까지 줄었다. 이건 심리적인 영향인가?>>>

“구질이 많이 왔다 갔다 하면 아무래도 겁을 먹는다. 한 타가 정말 중요한 시점인데 드라이버가 왼쪽 갔다가 오른쪽 갔다가, 격차가 너무 컸다. 한쪽으로만 미스하면 잡기가 되게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준이 되는 미스 샷이 없다 보니까 혼돈이 오는 거다. 그러면서 세게 치면 칠수록 난리가 나니까 약하게 치고 달래서 치고, 이러다 보니 거리가 점점 준 것이다.”

처음엔 현실 부정했지만 받아들이니 살 것 같더라

현재 상황에서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 것 같다. 올해 80타 이상도 많이 치고 그랬다. 그럴 때 심정은 어떤가.>>>

“지난해에는 솔직히 80대 타수를 쳐서 예선을 떨어지거나 그런 적이 없었다. 이에 비해 올해는 계속 80대 타수를 쳤다. 올해 베스트 스코어가 이븐파였다. 처음에는 현실 부정을 했다. 그냥 도망가고 싶고, 시합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계속 부정을 하다가 이걸 받아들여야만 내가 좀 살 것 같더라. ‘너 어차피 나가도 80대 타수 치니까 기대하지 말고 나가라’고 계속 저한테 메시지를 줬다. 어차피 예선 떨어질 거니 이번 시합에서 하나라도 얻어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좋아져서 70대 타수로 들어왔다. 좀 웃기지 않나. 19승을 거둔 선수가 70대에 들어왔다고 안정을 찾고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분들은 ‘진짜 쟤 이상해졌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로 선수한테 다가오면 그만큼 기쁜 게 없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샷이 18홀 동안 단 하나도 없다가 이제 1개, 2개, 5개 이렇게 늘어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의 불씨가 보이면 선수는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거다. 하지만 올해 전반기에는 성냥개비 붙일 불씨조차 없을 정도로 무너졌기 때문에 그냥 관두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해온 걸로 봐서는 내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이 안 되더라. ‘네가 이렇게까지 무너졌으면 한 번은 일어나고 관둬야 돼’ 이런 마음으로 계속 끌고 왔다.”

안 풀리는 때는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을 텐데, 자존심 때문에 계속 출전한 건가.>>>

“시합을 뛴 거는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는 어차피 안 될 거라는 걸 기본으로 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자존심보다는 스폰서에 대한 예의였던 것 같다. 메인 스폰서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서브와 의류 스폰서는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셨다. 솔직히 대회에 나가면 기자 분들과는 안면이 많이 있으니까 지나가다가 생각나면 사진도 찍어주시고, 생각나면 기사도 올려주셨다. 내가 성적이 안 나서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부분을 이런 부분으로라도 채워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시합을 나갔던 거다.”

2년 동안 부진 탈출을 위해 정말 남들 모르는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

“루틴을 거의 22년 동안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근데 올해는 루틴도 바꿔봤고, 빈 스윙 안 하고도 쳐봤다. 아침에 항상 몸을 풀고 나가지만 연습도 안 하고 나가보고, 시합 전날 연습 안 하고 편안하게 놀아도 보고, 반대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연습도 해봤다. 정말 모든 걸 다 해봤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는 그냥 뭘 해도 안 되는 해였다.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다 안 풀리는 해, 딱 그거였다.”

차 사고 내 어쩔 수 없이 쉴까 생각할 정도로 정신 피폐해지도

많은 사람들이 안 될 때는 자신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게 가장 힘들다. 자기 실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엄청 힘든 거다. 예전에 아이언 샷이 좋았을 때에도 핀 다섯 발짝 안에 붙여도 만족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계속 채찍질을 했다. 주변에서도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쉽지 않더라. 솔직히 거리가 줄면서 파4 홀에서 2온을 못 시킬 정도가 되니까 그런 거에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면서 엄청 좋아졌다. 플레이도 좀 더 편해지고 스스로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들었다.”

슬럼프를 받아들인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전반기엔 너무 안 되니까 진짜 ‘그냥 차를 어디다 박아서 사고를 내고 어쩔 수 없이 한번 쉬어볼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계단에서도 한번 굴러볼까도 생각하는 등 그냥 어쩔 수 없이 쉬게끔 나를 만들고 싶었다. 마음이 피폐해지고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했다. 어디 하나 부러져서 진짜 어쩔 수 없이 쉬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좀 무섭기도 했다.”

그 동안에 자신을 너무 옥죄었던 건 아닐까.>>>

“맞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안)선주 언니가 진짜 많은 도움을 줬다. 코스 안에서 지금까지 내게 그런 조언을 해줬던 선배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선주 언니가 계속 옆에서 마음을 잡아주니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떤 말을 해줬나.>>>

“언니가 엄청 야단치고 혼내고 그랬다. 어떤 때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할 거면 그냥 치지 마, 시합 하지 말고 가’ 이랬다. 반면에 ‘야 네가 90개를 치고 100개를 쳐도 장하나가 어디는 안 가’ 이렇게 격려도 해줬다. 언니는 항상 꾸준했으니까 나만큼 힘들어 봤을까 이 생각도 하는데 나보다 구력도 오래 되고 승수도 많으니까 그만큼 시련도 많았을 거다. 그러니까 그런 조언을 해줬던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 진짜 자신을 더욱 힘들게 했던 건 뭐가 있었나.>>>

“내가 꾸준히 언론에 나오고 TV 중계에도 나왔었는데 이제 안 나오니까 지나가시는 말씀으로, 응원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시합 안 나가?’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은퇴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한 번은 정말 상처가 심한 말을 들어서 다 접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전반 라운드가 끝나고 잠시 쉬고 있는데 어떤 분이 오더니 ‘근데 요새 왜 그래?’ 이렇게 말하는 거였다. 나랑 아는 분도, 그 전에 대화를 한 적도 없는데 뜬금없이 와서 그런 말을 하니까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컸다. 그것도 관심이라고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은 하지만 그 순간에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진짜 화를 낼 수도 없으니 더욱 힘든 거다.”

올해는 메인 스폰서도 없었다. 느낌도 달랐을 것 같다.>>>

“14년 만에 처음이었는데 그게 제일 컸다. 심리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다. 당연히 올해 재계약을 할 줄 알았는데 불가 통보를 받았고, 다른 스폰서도 얻지 못했다. 첫 시합에 첫 티샷을 하러 나갔는데 스폰서 명칭 없이 그냥 이름이 불리는 게 처음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자존심이 구겨지고 자존감도 낮아지게 됐다. 아무래도 모자에 뭘 달고 나갔을 때 임하는 태도와 갑자기 없어졌을 때 느끼는 공기가 많이 다르다.”

스폰서, 코치, 캐디, 그리고 안선주에게 감사

아까 안선주 얘기도 했지만 그토록 힘든 와중에도 자신을 위로해줬던 사람이나 조언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제일 첫 번째가 바닥을 찍으니까 진짜 내 사람이 누군지가 가려지더라. 특히 서브 스폰서들이 성적이 나지 않는 선수를 믿고 그래도 후원해주신 거에 정말 감사하다. 선수 중에서는 (안)선주 언니가 가장 고맙다. 정말 한결 같은 게 너무 감동이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멘토 같은 느낌이다. 코치님(김창민 프로)이나 캐디 오빠(박철용)도 고맙다. 특히 캐디 오빠는 워낙 경력이 많다 보니 다른 선수를 선택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선수랑 접촉도 안 했다. 오빠가 나한테 그랬다. ‘나도 오기가 있어서 너 되살아날 때까지 네 옆에 있을 거야’라고. 그런 말이 큰 힘이 됐다.”

예전에 2부 투어 때 입스로 고생한 적이 있는 걸로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뭐가 다른가.>>>

“그때는 이뤄놓은 게 없었고 지금은 잃을 게 많다. 그때는 사회초년생이었다면 지금은 회사 대표나 다름없는 거니까 잃을 게 많다. 그래서 좀 더 심적 부담이 크다. 그때는 밑져야 본전이다 약간 이런 마음으로 도전하니까 쉽게 부진에서 빠져나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잃을 게 많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정상에서 바닥을 치는 것과 바닥에서 같은 바닥으로 다니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발목이나 아픈 데는 좀 어떤가.>>>

“부상은 훈장 같은 거다. 그만큼 열심히 해왔고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얻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운동선수가 부상 없고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통증 조절하는 거에 많이 익숙해졌고, 상태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부상으로 인해 발목 잡히는 건 없다. 다만 기분이 안 좋아지면 몸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나와서 더 아프다고 한다. 올해는 공이 잘 안 맞으면서 산으로 자주 다니다 보니 아킬레스건 염도 있었지만 부상은 한결 같다. 아프다가도 또 안 아플 수도 있다.”

대회 때 말고 평소에 치면 잘 맞나.>>>

“아무렇지도 않다. 지극히 정상이다.”

거리도 제대로 나오나.>>>

“예전만큼 나간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시합 때보다 20m는 더 나간다.”

이런 게 모두 멘탈적인 영향인가.>>>

“당연하다. 시합 때는 부담도 되고 분위기상 무언가가 조정되는 게 있으니까.”

인생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뭔가를 배운다고 한다. 지난 2년 동안 얻은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기술적인 면에서는 쇼트 게임이 엄청 좋아졌다. 퍼트는 내가 1위더라. 골프코스를 보는 시야도 엄청 넓어졌다. 예전에는 무슨 경주마처럼 시선을 이렇게 앞으로 딱 모으고 갔는데 지금은 좀 넓게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미스 샷에서 정보도 굉장히 많이 얻었다.”

평소에 골프 말고 즐기는 취미는 뭔가.>>>

“카메라를 6년 전에 사서 사진 찍는 거 좋아한다. 조용한 데 가서 있는 것도 즐긴다. 당일치기 캠핑, 이런 것도 좋아한다. 캠핑 도구를 요란하게 사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불멍’을 즐긴다. 불멍은 올해 서너 번 한 것 같다. 사진은 대회장 주변에서 많이 찍으려고 한다. 하이원 같은 경우에는 그곳 꼭대기에 올라가면 별을 보는 곳이 있어서 별도 찍어 보고 그랬다.”

예전에 댄스도 많이 배우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정신과 체력적인 게 너무 빠지다 보니까 몸으로 하는 걸 예전만큼은 못하겠더라. 원래 잠도 별로 없었는데 요새는 시간만 나면 자려고 한다.”

내년이면 32세다. 골프 말고 하고 싶은 게 뭐가 있을까.>>>

“딱히 생각해 본 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골프 선수가 그냥 여자로서 살아가는 건 솔직히 불쌍하고, 선수로서 살아가는 건 진짜 행복하다. 왜냐하면 골프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 해보고 싶은 게 많기는 한데 지금은 골프 외에 다른 생각은 없다. 잘 안 되는 시기이고 내년이 중요한 해라서 골프가 우선이다.”

남자 친구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남자 친구는 없지만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은 많다. 아직은 혼자 노는 게 재밌다.”

“숫자 연연하면 힘들어···이젠 행복한 골프 치고 싶다”

투어를 뛰면서 많은 걸 이뤘다. 여전히 이루고 싶은 목표나 기록 같은 게 있다면.>>>

“솔직히 난 기록이나 순위를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거에 연연하다 보면 인생이 너무 힘들다. 자꾸 숫자만 쫓아가다 보면 골프를 행복하게 칠 수 없다. 물론 어릴 때는 상금왕이나 대상을 타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그런 배움을 얻었다. 상금이 뭐가 중요하고 순위가 뭐가 중요해? 그냥 나만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약간 이렇게 됐다. 솔직히 행복하게 골프를 치고 싶다.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목표다.”

LPGA 투어 뛰다가 국내에 복귀한 것도 그 행복을 위해서였다. 그 결정으로 행복해진 것 같나.>>>

“당연히 행복해졌다. 미국에서는 일요일에 시합이 끝나면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다음 시합장을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자유시간이 없다. 미국에 여행할 곳이 많지만 정작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한국에 돌아오니까 월요일에 전화 한 통 하면 친구들 만날 수 있고, 엄마 밥도 먹을 수 있어 너무 좋더라. 정말 소소한 거지만 골프 선수들에게는 그게 진짜 큰 거다. 그런 게 행복이다.”

국내 복귀 후 떠난 가족여행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복귀한 그해 여름인가 가을쯤에 엄마 아빠랑 일본에 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외를 골프채 없이 간 거였다. 겨울에는 꼭 엄마 아빠랑 속초에 간다. 그곳에 친한 골프 치는 동생이 있어서 가족여행 겸해서 간다.”

KLPGA 투어 역대 총상금 1위(57억 6763만 원) 기록은 아직 안 깨지고 있다. 재테크는 잘 하고 있나.>>>

“내가 돈 관리를 안 하고 난 용돈 받아쓰는 입장이다. 엄마가 잘하고 계신다.”

가끔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게 있나.>>>

“난 먹는 게 남는 거라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돈을 쓴다면 한 달 동안 전국일주 하고 싶다. 전국으로 시합을 다니기는 하지만 여행을 간 적은 없어서다.”

명품 같은 건 좋아하지 않나.>>>

“백화점에서 가장 많이 써본 금액이 100만 원이다. 그것도 코트 하나 살 때다. 그 정도로 돈은 잘 안 쓴다.”

기부는 많이 했던데.>>>

“지금까지 6억 원 가까이 했다. 원래 그런 얘기를 주변에 잘 안 했는데 작년에 한 번 언론에 알린 적이 있다. 그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알지도 못하는 어떤 분이 댓글로 저한테 ‘야, 너는 돈 모아서 왜 기부도 안 해’ 이러는 거다. 그래서 아버지와 상의해 기부했던 걸 알린 적이 있다.”

아버지가 과거에 남 돕는 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던데.>>>

“기부도 아버지 영향을 받은 거다. 우리 집이 고깃집을 오래 했는데 아버지가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보육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밥 먹이고 생일 파티도 해주셨다. 나도 올 겨울에는 연탄 봉사를 해볼까 한다. 체력 좋은 거 이런 데 써야지 않을까 싶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같이 하면 되게 뜻깊을 것 같다.”

내년 1월 8일 베트남으로 전지훈련 간다고 들었다.>>>

“코치님은 더 빨리 가자고 한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 해의 마지막 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건 하고 가야 될 것 같다.”

장하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언제나 돌아올 수 있는 출발선? 또는 안식처? 가족은 일촌이지 않나. 설령 막말로, 내가 살인을 한다고 해도 편을 들어줄 게 가족이다. 내가 유일하게 아픈 걸 털어놨을 때 진심으로 야단을 칠 수 있는 게 가족 아닐까? 가족은 위로를 하지 않는다. 야단을 치고 혼을 내고 채찍질을 하는 게 가족이다. 그리고 그 채찍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이다.”

“은퇴는 무조건 우승한 뒤 한다···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

그나저나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1승만 더하면 20승을 채우게 되는데.>>>

“KLPGA 영구 시드가 원래 20승이었다. 그런데 그게 30승으로 바뀌면서 약간 삶에 대한 목표의식도 약해지다 보니 간절함이 덜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우승은 무조건 할 거다. 내년이나 내년이 아니더라도, 솔직히 은퇴는 우승을 무조건 하고 할 거다. 그게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마지막 자존심! 정말이다.”

다시 우승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모습을 가끔 그려보나.>>>

“우승하면 어떨까라는 많은 생각을 한다. 근데 우승하면 골프를 그만하고 싶다. 너무 힘들었다. 우승을 하고 그 시합에서 은퇴를 하는 게 아니라 우승을 한 해에 마무리를 할 것 같다. 정말 그 정도로 간절하다. 그 간절함이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얼마 전에 (안)선주 언니가 이러더라. 내가 ‘언니, 골프가 너무 힘들고 진짜 버리고 싶어요’라고 하니까 ‘야, 네가 지금까지 쉽게 친 거야. 골프 원래 어려운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그 말에 공감한다. 골프, 정말 어려운 스포츠다.”

역경을 극복하고 다시 재기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우승을 한 번 해본 선수는 잠재력이 있다. 난 그걸 믿는다. 코치님도 내가 코스에서 샷이 엉뚱한 데로 갔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파 세이브를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친다며, 아직 눈에 살기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진짜 물고 뜯는 거를 아직 버리질 못했다. 그게 희망이다. 그래서 우승을 할 것 같다. 아직 나를 믿는다.”

PROFILE

출생: 1992년 | 정규 투어 데뷔: 2011년 | 후원: 레인메이커, 코리아결제시스템, 에버그린그룹홀딩스

주요 경력: KLPGA 투어 통산 15승, LPGA 투어 5승(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중복)

2021년 KLPGA 투어 통산 15승째 달성(KB금융 스타챔피언십)

2020년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2019년 LPGA 투어 마지막 우승(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16년 LPGA 투어 첫 우승(코츠골프 챔피언십)

2013년 KLPGA 투어 대상, 상금왕, 다승왕

2012년 KLPGA 투어 첫 우승(KB금융 스타챔피언십)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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