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이 전하는 말…“그때 일 지켜봐 줄래, ‘그때 난 이랬노라’ 기억해 주렴”[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입력 2023. 11. 30. 05:45 수정 2023. 11. 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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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의 최고 절경 중 하나인 가래칠기 해변. 사진|강석봉 기자


여객에게 섬은 이상향이다. 일 수도 있겠다. 오죽하면 통칭 그 섬에 가고 싶었겠는가? 섬은 가만히 있는데, 인간의 욕심이 농단한다. 가고 싶은 섬이, 섬뜩한 기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그 발길은 후들후들. 허리 잘린 반도의 섬 역시 그 몇은 이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꽃게의 황금어장이고 조기 파시로 활황의 역사를 간직한 연평은 해전과 피격을 거치며 부들부들 생채기가 났다. 언제부턴가 연평이 다크 투어리즘의 성지로, 안보 관광의 메카가 됐다. 통한을 넘어 통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연평이 전하는 말!

서해 먼바다 위로 핀 노을…이글거리는 이유


연평도행 코리아킹호. 사진제공|트래블팀


서해 먼바다 위로 노을은 비단결처럼 고왔다. 언제나 예뻐야 할 노을이 어느 땐 포연이 됐다.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전해진 육지 소식은 포탄의 굉음일 때도 있었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소연평도를 거쳐, 2시간을 가면 만나게 되는 연평도.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있는 그 섬은 북한과의 거리가 18에 불과한 우리에겐 요충지, 저들에겐 눈엣가시다.

연평도 여객터미널인 연평바다역. 사진|강석봉 기자


​고향이 아니라면 특별히 찾을 일 없는 이곳! 오히려 무거워져 발길마저 질질 끌며 찾아온 이유는 엄혹함의 뿌리를 찾기 위함이다. 정기 도선의 주변에도 근엄한 표정의 해병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으니, 이곳이 만만치 않은 곳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여기에 연평 항로가 날씨의 영향에 민감해, 그 품을 쉽게 내주지 않으니 이래저래 연평과 교감을 나누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듯, 고요히 잡아주는 손이 돼 그 섬에 간다. 섬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따라 그곳으로….

연평도의 학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가 한 곳에 있다. 사진|강석봉 기자


연평도는 조기박물관과 가래칠기해변을 빼놓고는 교과서적인 안보 관광지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췄다. 탱크·해병용 수륙양용차·비행기 등 퇴역 군사 장비가 곳곳에 전시돼 있다. 2006년까지 운영된 M47패튼 전차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말은 안보관광의 모티프가 고만고만한 연출로 식상함만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연평도 조기박물관. 연평 해안을 조망하기 그만이다. 사진|강석봉 기자


섬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고요히 잡아주는 여심


연평도 평화공원 연평 포격관전 전사자 위령탑. 사진제공|트래블팀


여행객의 욕심은 자기만족에 가치를 둔 탓에, 연평의 아픔보다 스스로의 아쉬움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먼 나라 옛이야기가 아닌, 몇몇 사건을 되뇌다 보면 어느새 이 나라 사람임을 직시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피격된 마을 주택지에 연평도안보교육장이 세워졌다. 사진|강석봉 기자


‘연평도안보교육장은 ‘연평도 포격전’으로 인해 포격을 당한 민가 세 채를 포격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포격 사태 당시를 재현한 전시관과 연평도 지역의 지형과 군사시설을 소개하는 영상관, 그리고 연평도 주민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 포탄 모형 조형물은 연평도 포격전 당시 연평도 해병대 제7포병 중대의 대응 상황을 디오라마로 보여준다. 계단을 통해 연평도안보교육장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피격된 민가’다. 매케한 화약 냄새가 머릿속에 번진다. 환각임을 모르지 않지만, 환장할 과거는 분명 우리 땅에서 일어났다.

연평해전 당시 활약한 참수리 고속정. 현재는 전량 퇴역했으면 제2연평해전 당시 산화한 윤영하 소령의 이름을 따 윤영하급 미사일고속함으로 대체됐다. 만재배수량이 570t에 이르러 ‘정’에서 ‘함’으로 격상됐다. 사진제공|트래블팀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에 적지 않은 인명이 산화했다. 제1연평해전엔 부상자만 나왔지만, 제2연평해전엔 사상자까지 나왔다. 한국 해군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6명이 전사했으며 19명이 상처를 입었다. 고 윤영하 소령은 퇴역한 참수리정을 대체한 윤영하급 미사일 고속함으로 부활했다. 만재 배수량을 570t으로 늘린 이 군함은 에서 으로 승격됐다.

연평 평화공원,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전 희생자 부조탑. 사진|강석봉 기자


목숨 바쳤던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평화공원이 연평도에 조성돼 있다. 연평포격전 희생자 위령탑과 해전·폭탄전 전사자의 부조탑 등이 있다. 민간인 희생자의 위령비는 따로 세워졌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산화한 서일우 하사의 해병 군표가 꽂힌 나무. 사진제공|트래블팀


연평도 포격전에 산화한 서정우 하사의 해병 군표는 그가 목숨을 잃은 광경을 지켜본 나무에 비수처럼 꽂혀 그날의 일을 웅변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전’에선 해병 장병 두 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산화한 서일우 하사의 피격지에, 그날을 웅변하면 나무에 꽂힌 그의 해병 군표. 사진제공|트래블팀


이외에도 다크 투어리즘 아이템으로 연평도의 군터널 등이 개방돼 우리의 안보 현실을 살필 수 있다. 포격전을 대비한 대피소도 관람 방문객에게 연평의 현실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조기박물관에서 조망이 가능한 구지도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의 국내 최대 번식지다. 이외에도 노랑부리백로,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가 서식하고 있다.

연평도 군 터널 내 포진지. 사진|강석봉 기지


구지도는 연평도에 인접해 있는 섬으로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물떼새의 서식지다. 사진|강석봉 기자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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